5000달러 준대도 안 통했다…미국 선거 휩쓴 먹사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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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파격적인 약속을 내걸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승리하면 미국의 성인 시민 한 사람당 5000달러(약 70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렬한 질책'을 날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AP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답한 사람이 약 3분의 2에 달했고, 이들 가운데 약 80%는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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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공화당 승리하면 현금 지급 약속
민주당 상·하원 탈환…공화당 텃밭도 뺏겨
물가, 생활비 부담에 돌아선 미 유권자들
한국도 반도체 호황 속 민간소비 뒷걸음
성장률과 살림살이의 괴리가 던지는 질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파격적인 약속을 내걸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승리하면 미국의 성인 시민 한 사람당 5000달러(약 70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름도 '트럼프 배당금(Trump Dividend)'이라고 붙였다. 경제가 좋아져 나라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 성과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였다. 백악관이 공식 발표까지 하며 현금 지급을 공약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붙잡지는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사진 | 백악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5/thescoop1/20261105002448666bbes.jpg)
■ 공화당 텃밭도 빼앗겨 =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장악했던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탈환했다. 특히 텍사스에서는 38년 만에, 캔자스에서는 94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약 18%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로이터통신은 4일 이번 선거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통렬한 질책(a scathing rebuke)"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서까지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단순히 야당에 유리한 중간선거의 특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라는 것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통렬한 질책'을 날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식료품과 휘발유, 전기요금 등 생활비 부담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미국 CBS방송이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는 자신의 경제적 형편이 좋아졌다는 유권자보다 나빠졌다는 유권자가 두 배 이상 많았다.
AP통신은 4일 이번 선거를 분석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공화당을 무너뜨렸다(Inflation crushed Republicans)"는 소제목을 달았다. 특히 유권자들은 높은 물가를 마트와 주유소의 영수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AP가 실시한 유권자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켰다고 답한 사람이 약 3분의 2에 달했고, 이들 가운데 약 80%는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 물가로 집권하고 물가에 잡혔다 = 2년 전 대선과 비교하면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그때는 물가 문제가 정반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물가를 잡고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다시 백악관으로 보냈지만, 불과 2년 만에 같은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경제적 성과와 유권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생활 형편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래픽 | 더스쿠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1/05/thescoop1/20261105002450040fjaz.png)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0% 성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 증가했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2.3%, 설비투자는 4.1% 늘었다.
■ 삶과 유리된 정치의 결말 = 하지만 같은 기간 민간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기업의 생산과 투자는 늘어났지만 가계 소비는 뒷걸음질 친 것이다. 한국은행은 높은 가계부채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소비개선세가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소득 증가가 가계의 소비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이익이 고용과 임금, 투자 등을 거쳐 가계로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민들은 당장 장을 봐야 하고, 월세나 대출이자를 내면서 삶을 꾸려가야 한다.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지만, 높은 생활물가와 주거비 부담을 안고 사는 서민들에게 경제성장의 성과는 여전히 멀게 느껴질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권이 마주한 과제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국민에게 나눠주겠다며 5000달러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마트와 주유소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달랐다. 결국 선거에서는 그 현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국민은 그 성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국 중간선거는 한국 정치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장규석 특파원 |
더스쿠프 워싱턴지국장
2580@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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