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21. 춘천시 남산면 산수1리 이장식 이장

정민엽 2026. 11. 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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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남산면 산수1리 이장식(70) 이장은 고향으로 돌아왔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공군에서 33년간 복무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는 마을을 되살리고자 이장직을 맡았다. 이장식 이장은 각종 지원사업을 발굴해 마을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축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어느덧 이장으로 활동한지 17년째, 마을 고령화로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해 당분간은 그가 이장직을 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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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33년 복무 후 17년째 마을 돌봐
타 마을 찾아다니며 맞춤형 사업 발굴
농촌지원사업 선정 6억5000만원 확보
주민·향우회 힘 모아 폐교 보존·활용
도시민 체류형 주거시설로 ‘새 숨결’
교통환경 개선 건의, 마을회관 종점 유치
행정복지센터 경유 노선 운영 편의 증진
어버이날·유채꽃 행사 주민 화합 도모
향후 ‘이소나길’ 조성 인지도 제고 구상

낙후된 고향 탈바꿈 매진… 축제·체류시설로 마을 활력 충전

통곡분교가 있던 자리에 문을 연 춘천 살아보기 도시민 체류공간

“고향에 돌아와 보니 마을이 너무 낙후돼 있었습니다. 학교는 폐교됐고, 마을 주민은 노인뿐이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마을이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살려보자고 마음먹었죠”

춘천시 남산면 산수1리 이장식(70) 이장은 고향으로 돌아왔을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공군에서 33년간 복무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어가는 마을을 되살리고자 이장직을 맡았다. 산수1리는 40가구에 7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이 65세 이상이며, 젊은 주민들은 생업을 위해 마을 밖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이장식 이장은 각종 지원사업을 발굴해 마을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축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트로트 가수 이소나의 삼촌이기도 한 이장식 이장을 만났다.
산수1리는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사라지는 고향 두고 볼 수 없어

이장식 이장에게 산수1리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자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다. 그는 공군에서 33년간 복무하며 전국 각지에서 군 생활을 했다. 공군 원사로 전역하기 전에는 경남 진주의 공군 교육기관에서 20여 년간 교관으로 근무했다.

오랜 군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는 부모와 친척들이 생활하고 있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이장은 “우리 마을은 전주 이씨 집성촌으로 집안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라며 “장남이자 장손이다 보니 고향에 돌아와 어르신들도 모시고 집안일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장식 이장

그러나 돌아온 고향의 모습은 기억과 달랐다. 주민들은 고령화됐고, 어린 시절 다녔던 초등학교도 문을 닫았다. 주변 마을이 각종 사업을 통해 변화하는 동안 산수1리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마을을 이끌 사람도 부족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은 노인이었고, 젊은 주민들은 직장과 생업을 위해 고향을 떠났다. 결국 주민들의 권유로 이장직을 맡았다.

이장식 이장은 “고향에 돌아오니 내가 젊은 축에 속했다”며 “낙후된 고향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이장을 하게 된 게 어느덧 17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을 군에만 있었으니 처음에는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다른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묻고, 우리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하나씩 찾아냈다 ”고 회상했다.
매년 봄 열리는 산수마을 유채꽃 축제. 정민엽 기자

■ 동네 환경 개선 앞장

이장식 이장이 마을재생을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사업비 확보였다. 당시 산수1리에는 마을회관을 새로 짓거나 공동시설을 확충할 마을 소유 부지조차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그는 발로 뛰며 지원사업 정보를 수집하고,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했다. 발표 준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맨땅에 헤딩하기를 여러번, 이장식 이장의 노력 끝에 산수1리는 농촌지원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6억 5000만원을 확보했다.

이 이장은 “마을회관을 지으려고 해도 땅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지원사업을 통해 땅을 확보하고 회관과 주차장 등을 마련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마을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도 힘썼다. 농협 등 외부 기관과 협력해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고 꽃을 심었다. 주민들이 직접 화분과 가로변 꽃을 관리하면서 마을 경관도 달라졌다. 주민들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외부 기관과 협약을 맺어 추진했다.

그는 “우리 마을은 사람이 많지 않아 주민들 힘만으로 모든 일을 하기 어렵다”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 협력하고,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문 닫은 학교에 다시 사람 발길

이장식 이장이 특히 애착을 갖는 공간은 마을의 폐교다. 과거 주민들의 배움터였던 통곡분교가 문을 닫은 뒤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마을의 쇠퇴를 보여주는 공간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폐교를 되살리기 위해 마을 주민과 향우회의 힘을 모았다. 고향을 떠난 출향민들도 학교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이 이장은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나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모두 추억이 있는 곳”이라며 “학교가 없어지는 것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향우회와 함께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향우회는 교육청으로부터 폐교 시설을 임대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임대료와 시설 활용에 따른 제약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 이장은 폐교를 마을의 공동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춘천시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학교가 있던 자리에는 도시민 체류형 주거시설이 들어섰다. 다른 지역에서 춘천을 찾은 5가구가 지내며 생활 중이다.

이장식 이장은 “학교 관사 건물을 제외하면 기존 학교 건물은 전부 사라진 상태”라면서 “이렇게라도 모교가 쓰일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산수1리처럼 고령화가 진행된 농촌마을에서는 교통 문제가 주민들의 일상과 직결된다. 과거 주민들은 버스를 이용하려면 마을 밖 큰길까지 걸어 나가야 했다.

이장식 이장은 이를 해결하고자 춘천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건의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마을버스가 산수리 안쪽까지 들어오고, 마을회관에 종점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이 행정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남산면 행정복지센터를 경유하는 노선 운영도 건의해 현재 해당 노선이 운영 중이다.

이장식 이장은 “어르신들은 행정업무를 보려고 해도 이동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며 “필요할 때는 이장이나 반장들이 직접 차량으로 모셔다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민 화합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행사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어버이날 행사와 정월 행사, 유채꽃 관련 행사 등을 열어 주민과 외지인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장식 이장은 “마을 사람들이 자주 만나야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정이 쌓인다”며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우리 마을과 인연이 있다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마을회관의 협소한 주방을 확충하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주민들이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 현재만이 아닌 마을의 미래를 그리는 이장

이장식 이장은 지금도 마을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구상이 ‘이소나길’ 조성이다. 산수1리를 ‘이소나의 고향’으로 브랜드화해 마을의 인지도를 높이고, 외부 방문객을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서울 종로구의 송해길, 진도의 송가인길 처럼 마을 안에 이소나 길을 조성하고, 트로트 경연대회와 포토존, 꽃밭 등을 구상 중이다. 이를 토대로 장차 산수1리를 이소나 소리마을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장직을 이어받을 후임자를 찾는 일 역시 그의 남은 과제다. 어느덧 이장으로 활동한지 17년째, 마을 고령화로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해 당분간은 그가 이장직을 맡을 계획이다. 하지만 향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후배가 있다면 언제든지 역할을 넘겨줄 생각이다.

그는 “마을사업은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데 사람이 바뀌면서 중단되면 안타깝지 않겠느냐”며 “계획했던 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민엽 기자 jmy40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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