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향한 분노, 미국을 뒤집었다

민주당, 상·하원 모두 탈환…텍사스·캔자스 등 공화당 기반 ‘붕괴’
유권자들 ‘심판론’ 선택…트럼프 “결과 수용” 남은 임기 가시밭길
‘블루 웨이브’(민주당 승리)가 아닌 ‘블루 쓰나미’(압승)였다.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연방의회 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텍사스·캔자스까지 민주당에 넘어갔다. 고물가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정당을 초월해 ‘트럼프 심판’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미국 동부시간 4일 오전 7시 기준 하원의원 435석 중 228석을 확보했다. 과반인 218석을 훌쩍 뛰어넘었다. 선거 예측기관인 디시전데스크HQ는 민주당이 25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초접전이 예측됐던 상원은 예상외로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민주당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텍사스·캔자스·오하이오·아이오와·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텃밭을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대이변이 벌어졌다. 캔자스에선 무려 94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배출됐다.
접전인 알래스카와 미시시피의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민주당은 이미 과반인 54석을 확보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이 상·하원을 한꺼번에 탈환한 건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선거는 이례적으로 뜨거운 투표 열기 속에 치러졌다. 플로리다대학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6000만명을 넘어섰다.
일부 경합주에서는 본투표일에도 투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등 2024년 대선을 방불케 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이지만 투표 참여율이 낮은 유색인종 청년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심판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하원의장으로 거론되는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변혁적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례 없는 부패를 자행한 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패를 인정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고, 아마도 뭔가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패배 원인을 두고는 자신의 국정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SNS에 “나는 투표용지에 없었다. 내가 있었다면 우리가 압승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이 양분되면서 미국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극심한 대립과 국정 교착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의 시선이 2028년 대선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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