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텔에 뜬 ‘TRUMP OUT’…중간선거 결과가 현실로 만든 구호

2026. 11. 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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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중간선거서 상·하원 모두 탈환…트럼프에 정치적 타격
프랑스 예술가가 빛으로 만든 퇴진 메시지…‘노 킹스’ 운동과 맞닿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외벽에 ‘TRUMP OUT’이라는 문구가 나타나 있다. 프랑스 시각예술가 조아니 르메르시에와 그의 팀이 빛을 이용해 만든 정치적 퍼포먼스로, 민주당이 상·하원을 탈환한 미국 중간선거일인 2026년 11월 3일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조아니 르메르시에 SNS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호텔 외벽에 등장한 ‘TRUMP OUT’이라는 문구가 화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 문구는 실제로 건물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레이저 프로젝터를 활용한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다.

11월 4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트럼프타워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 속 건물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다. 금색으로 새겨진 ‘TRUMP’라는 대형 간판 옆에 파란빛의 ‘OUT’이라는 글자가 나타나 있다. 건물 이름에 단어 하나를 더해 ‘트럼프는 물러나라’는 정치적 구호를 만든 것이다.

퍼포먼스를 기획한 사람은 프랑스의 시각예술가 조아니 르메르시에(Joanie Lemercier)다. 그는 11월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면서 퍼포먼스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설명했다.

르메르시에는 “우리는 몇 주 전 건물 맞은편의 방을 빌려 약 200m 거리에서 강력한 프로젝터로 이 메시지를 투사했다”고 밝혔다. 건물 외벽을 훼손하거나 간판을 교체하지 않고 빛만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사진이 촬영된 시점은 게시물이 공개된 11월 3일보다 앞선다. 국내 온라인에서 ‘실시간’이라는 제목으로 퍼졌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준비한 퍼포먼스를 미국 중간선거 당일 공개한 것이다.

그가 공개 날짜를 중간선거일로 정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르메르시에는 “오늘은 국제정치에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미국 중간선거일이다”라고 밝혔다.

그의 작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반대하는 미국의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노 킹스 운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라 왕처럼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전국적인 반트럼프 시위다.

이 운동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거리 시위에서 투표 참여 운동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난 10월 17일에는 ‘노 킹스: 조기 투표(No Kings: Vote Early)’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에서 집회와 투표 독려 행사를 열었다. 주최 측은 정당과 무관하게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높이고 선거 결과가 정당하게 확정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르메르시에의 작업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노 킹스 운동과 맥락을 공유한다. 다만 그가 노 킹스 운동의 공식 조직과 함께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르메르시에는 빛을 이용해 건물 외벽에 메시지를 투사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예술가다. 2019년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션 리벨리언(Projection Rebell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영국 버킹엄궁과 의회 건물 등에 환경운동의 상징을 투사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정치적 메시지를 빛으로 표현하는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랑스 시각예술가 조아니 르메르시에와 그의 팀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외벽에 ‘OUT’이라는 글자를 투사하고 있다. 이들은 건물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프로젝터를 설치해 기존 ‘TRUMP’ 간판에 ‘OUT’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조아니 르메르시에 SNS

그가 사진을 공개한 시점과 맞물려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예상보다 큰 패배를 당했다.

AP통신은 11월 4일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상원 의석 가운데 텍사스, 캔자스, 아이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등 최소 7곳을 빼앗았다. 하원에서도 공화당 지역구 20곳 이상을 탈환했다.

특히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했다. 높은 생활비와 이란 전쟁, 정부 부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승리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선거가 자신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운동 문제를 패배 원인으로 거론했다.

민주당이 2027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의 양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입법과 인사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전망이다. 의회 차원의 행정부 조사도 확대될 수 있다.

르메르시에가 트럼프 호텔 외벽에 투사한 ‘OUT’이라는 단어는 몇 주 전 만들어진 정치적 구호다.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건물에서조차 퇴진 요구를 받는 장면은 이전과 다른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됐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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