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호떡 팔아 과태료 내고"…길거리 못 떠나는 노점상들

서강원 기자 2026. 11. 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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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불안에도 생계 위해 영업
잦은 민원·단속에 상인들 시름
점포 임대료 부담에 합법화 막막
생계형 노점 지원책 마련 목소리
29일 오전 10시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의 한 인도 노점에서 호떡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강원 기자 sgw@namdonews.com

"단속하는 사람들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해."

지난 3일 저녁 전남광주 서구의 인도에서 호떡을 파는 강용순(69·여)씨는 단속 이야기가 나오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19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하고 있지만 단속은 여전히 두렵다. 지난해 과태료 48만원을 낸 데 이어 올해도 20만원대 고지서를 받았다. 호떡 한 장에 1천원. 과태료를 내려면 수백 장을 팔아야 한다.

그럼에도 강씨가 거리에서 장사를 이어가는 이유는 생계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구하기도 여의치 않은 데다 점포를 얻을 형편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강씨는 "가게를 얻으려면 보증금에 월세까지 필요한데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며 "과태료가 무섭지만 장사를 그만두면 당장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해 길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노점상들이 단속과 생계 사이에서 시름하고 있다. 반복되는 과태료에도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서지만 합법적으로 장사할 길은 여전히 좁기만 하다.

광주지역에서도 노점 관련 민원과 단속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구·남구·북구·광산구 등 4개 자치구의 노점 관련 민원·단속 건수는 지난해 625건, 올해 10월까지 420건으로 집계됐다.

생계형 노점상들에게 과태료는 부담이지만 장사를 접기도 쉽지 않다. 노점은 별도의 점포 없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어 안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생계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재취업이 쉽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당장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다. 단속을 피해 장사를 접으면 수입이 끊기고, 다시 거리로 나서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식 점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광주지역 소규모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10평 기준 월 55만원 수준이다. 보증금과 시설비까지 고려하면 초기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붕어빵과 호떡처럼 겨울철에 수요가 집중되는 음식은 장사하지 않는 계절에도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광주에서 겨울철마다 붕어빵을 판매하는 한 노점상은 점포를 얻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겨울 몇 달 장사해서 버는 돈으로 일 년 내내 월세를 내기는 어렵다"며 "재료비도 계속 오르는데 가게까지 얻으면 남는 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거리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길도 제한적이다. 도로를 점용해 장사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보행자 통행과 안전 등을 이유로 허가받을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된다. 음식을 판매하려면 영업 형태에 따라 식품위생 관련 신고와 시설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노점상 입장에서는 점포를 얻자니 비용이 부담스럽고, 거리에서 장사를 이어가자니 허가와 신고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단속만으로 생계형 노점의 영업을 중단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행권을 침해하거나 인근 점포와 갈등을 빚는 불법 노점을 방치할 수는 없지만, 생계를 노점에 의존하는 상인들에게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속의 필요성과 영세 상인의 생존권을 함께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세 노점을 무작정 단속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함께 살아가는 지역 공동체 구성원으로 관심을 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도 현실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강원 기자 s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