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쓰나미…‘보수의 심장’ 덮쳤다 [미 중간선거]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2026. 11.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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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을 평가하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과 주지사를 싹쓸이하는 '블루 쓰나미'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강력한 견제로 레임덕에 빠지게 됐다.

공화당 대통령 집권 중에 치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동시에 탈환한 것은 1954년과 2006년 두 차례뿐이다.

상·하원 모두에서 민주당이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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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중간선거…민주, 20년 만에 상·하원 동시 탈환
“상원 54석·하원 228석 확보”…공화, 텃밭서 참패
레임덕 위기 몰린 트럼프 “결과 수용, 민주당과 협력”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상원 후보 지지자들이 3일(현지 시간) 탈라리코 후보의 당선 소식을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을 평가하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과 주지사를 싹쓸이하는 ‘블루 쓰나미’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강력한 견제로 레임덕에 빠지게 됐다.

4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각 오전 4시(한국 시각 오후 6시) 현재 전체 100석인 상원중 35석을 새로 뽑는 선거에서 민주당은 54석, 공화당은 44석을 확보해 민주당이 과반을 달성했다. 435명 전원을 뽑는 하원 역시 민주당이 228석, 공화당이 139석으로 민주당의 과반(218석) 장악이 확실시된다. 공화당 대통령 집권 중에 치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동시에 탈환한 것은 1954년과 2006년 두 차례뿐이다.

주지사 역시 선거를 치르지 않은 주까지 포함해 민주당이 27개 주, 공화당이 20개 주를 차지했다. 민주당이 2010년 이후 16년 만에 과반(50개 주 중 25개)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상·하원과 주지사까지 석권하는 주정부 기준 ‘트라이펙타(Trifecta)’도 달성했다.

공화당이 참패한 것은 결국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로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의 약 80%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계에 ‘심각한’ 또는 ‘중간 정도의’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으며 약 67%가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입법과 예산, 행정부 인사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고 고위직 인준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강력한 견제 권한을 갖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며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의회와 주정부 차원에서 AI에 대한 규제·감독도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최대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텍사스 상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의 제임스 탤러리코는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데이터센터 책임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재개하고 관세를 인상하며 행정명령을 다시 남발하는 등 더 거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 상원의원 당선자
“살인적 생활비 더는 못 견뎌”…공화당 침몰시킨 ‘앵그리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고물가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당선됐다. 기자회견장에 식료품을 쌓아놓고 물가 상승을 비판하는가 하면 TV 토론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인 3일(현지 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전세는 역전됐다. 무리한 관세 폭탄과 이란 전쟁으로 커진 생활비 부담이 결국 ‘앵그리 트럼프’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유권자 출구조사에서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를 꼽은 사람이 39%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약 60%는 평소보다 높은 물가의 원인이 외부 요인보다는 ‘트럼프 정책 때문’이라고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유권자들은 고물가에 깊은 불만을 표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2월 말 시작한 이란 전쟁이 유가 급등을 불러오면서 미국 내 휘발유값은 갤런당 4달러를 넘은 지 오래다. 연료를 넘어 산업 필수재에 해당하는 경유 가격은 올 9월 갤런당 6.5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은 후 현재도 6.2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각국과의 관세전쟁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까지 더해졌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생활고(affordability)’를 핵심 의제로 밀어붙인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웨스틴북캐딜락호텔에서 3일(현지 시간) 마이크 로저스 전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지지자들이 중간선거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로저스 전 의원은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AFP연합뉴스
‘대선 우군’ 히스패닉도 돌아서
20대는 71%가 민주당 후보 지지
청년과 히스패닉 등 지난 대선 당시 지지 기반이 돌아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는 뼈아픈 요인이다. 출구조사 결과 히스패닉의 공화당 지지율은 35%로 지난 대선(46%) 대비 하락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앞세워 미국 전역에서 이뤄진 과격한 불법 이민자 단속이 히스패닉계 유권자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인 통치 행태와 본인을 비롯한 측근들의 부정부패 의혹도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이유였다.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2위는 ‘민주주의 현황(응답자의 32%)’이었다. 투표 시 선택의 요인이 ‘정부 부정부패’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54%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답했고 ‘주요한 요인’이라는 응답자도 36%를 기록했다.

과격한 불법 이민자 단속도 발목을 잡았다. 출구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중 35%만이 공화당을 지지해 대선 때의 46%에서 하락했다. 고강도 단속에 지인들이 대거 체포된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마음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20대의 변심도 무서웠다. 출구조사 결과 18~29세 청년층의 71%가 하원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때의 56%에서 껑충 뛴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약속과 달리 전쟁을 시작하고 금리가 올라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청년 실업난이 가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것이 공화당이 오랜 텃밭을 줄줄이 내주며 참패한 결정적인 이유다. 상원의원 선거의 경우 총 7곳의 경합지에서 6곳이 모두 민주당 승리로 돌아갔다. ‘보수의 심장’ 텍사스는 38년 만에, 전통적인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위)인 캔자스주에서는 무려 94년 만에 민주당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트럼프 픽’ 패배에 당내 입지 타격
이란 공격으로 ‘국면전환’ 가능성
상·하원 모두에서 민주당이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을 입법화하려고 해도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판국에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난망하며 예산안에도 민주당 입김이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거부권 정국’으로 대립하게 된 셈이다.

하원의 강성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은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는 신중론도 있다. 1기 행정부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 탄핵당했지만 상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내 영향력은 흔들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현역 의원인 존 코닌 대신 각종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성향 켄 팩스턴을 지지하면서 무리한 선택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화당 내 기존 정통 보수주의자들이 다시 주도권을 찾으면서 당내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정책 드라이브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미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행정명령과 관세 인상, 이란과의 전쟁 재개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내부를 다룬 책 ‘화염과 분노’를 쓴 마이클 울프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를 침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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