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점자 몰라 화장실 못 가"…훈맹정음 100년, 문해율은 여전히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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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대구점자도서관 내 교육실.
이 가운데 중도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대구점자도서관, 대구시 시각장애인복지관 2곳에 불과한데, 점자 강사는 각각 1명씩 총 2명에 불과하다.
대구점자도서관 관계자는 "대구점자도서관 직원이 총 6명에 불과하다. 이미 직원들은 인원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대구점자도서관은 지난해 대구시가 제공한 대구시 장애인희망드림센터 부지에 입주했지만 대구시로부터 리모델링 비용 등에 대한 지원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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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모르면 화장실도 못 가는데…점자교육시설 3군데 불과
대구 전체 후천적 시각장애인 점자교육 인력 단 '2명'
대구시, 올해부터 점자도서관 예산 줄여…10년 만의 삭감

"그리고, 그러나, 그러면, 그러므로, 그런데, 그리하여…"
지난달 28일 오후 2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대구점자도서관 내 교육실.
활동지원사의 팔을 잡고 교육생 김선옥(60)씨가 점자책 12강 '약어' 부분을 펼치고 접속어 약자를 손끝으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김씨와 마주 앉은 조남현 대구점자도서관 지원팀장은 같은 부분을 함께 점자로 읽으며 주의사항을 강조했다.
조 팀장은 "점자는 풀어쓰는 문자이기 때문에 '그리고'가 'ㄱㅡㄹㅣㄱㅗ'가 됩니다. 그래서 '그리고' 앞에 '쭈'가 바로 붙은 '쭈그리고'를 쓸 때는 '그리고'를 약어로 쓰면 '쭈그'가 아니고 '쭉'으로 읽힌다"라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자 김씨는 "배워도 점자가 참 어렵다"면서 다음 예문을 읽기 시작했다.
조남현 팀장은 김씨를 가르치는 동시에 옆자리에 앉은 한수경(75)씨가 '점판(송곳으로 점자를 찍을 수 있는 판)'으로 언, 외, 옥 등 글자를 찍은 뒤 스스로 읽어보도록 지도했다. 점자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조 팀장은 "점자는 묵자(일반적으로 비시각장애인들이 쓰는 문자)와 달리 읽기보다 쓰기가 먼저다. 점자를 직접 찍어보고 만져보면서 간격 등을 익혀야 비로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사인 조 팀장과 수강생인 김씨와 한씨는 점자를 읽느라 저려오는 손목을 흔들면서도 1시간 내내 열띤 수업을 이어갔다.
생활에 필수적인 점자…"버튼에 써진 점자를 몰라서 화장실 못가기도"

훈맹정음, 즉 한글 점자는 올해로 창제 100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6개 점을 통해 초성, 중성, 종성을 풀어쓰는 방식을 적용한 한글 전용 점자인 '훈맹정음'을 반포한 것이다.
그러나 점자 해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의 점자 해독률(가능하다, 배우는 중이다 응답까지 포함)은 단 4%에 불과하다.
중증 시각장애인의 경우도 응답자의 16.3%만 점자를 배웠거나,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중증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은 글을 읽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점자를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간단한 외출에도 제약이 걸린다. 엘리베이터도, 심지어 장애인 화장실도 점자를 알아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서서히 시각을 잃은 김씨는 '혼자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싶어서' 점자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처음에 시각장애를 얻고 23층 친구 집을 가야되는데 23층이라는 버튼을 못 찾으니까 같이 탄 사람한테 부탁해야 했다. 혼자 엘리베이터 정도는 타고 싶어서 점자를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화장실 가면 열림 닫힘 버튼 점자를 몰라서 이용 못하시는 분들 되게 많다"고 덧붙였다.
녹내장으로 저시력자가 된 한씨도 "점자 배우고 나서 은행 가서 비밀번호 눌러달라고 부탁 안하고 혼자 하게 되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라면서 점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학 어려운 점자…대구 내 성인 점자교육시설 단 2곳에 불과

이렇게 시각장애인의 생활에 점자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중도 시각장애인(후천적 시각장애인)들은 사실상 점자를 배울 기회가 없는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대구 광명학교, 대구점자도서관, 대구시 시각장애인복지관 등 3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중도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대구점자도서관, 대구시 시각장애인복지관 2곳에 불과한데, 점자 강사는 각각 1명씩 총 2명에 불과하다.
즉 대구시의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점자교육을 두 사람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
게다가 점자를 처음 접한 시점부터 책을 무리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독해능력을 배양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만큼 난이도가 높아 독학도 어렵다.
김씨와 한씨는 "몇 년째 점자를 배웠는데도 어렵다"며 입을 모았다. 김씨는 "제2외국어 배우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조 팀장은 "점자를 비시각장애인이 배우면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점자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어려워 몇 년씩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점자도서관 관계자는 "대구점자도서관 직원이 총 6명에 불과하다. 이미 직원들은 인원 부족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관 30년 된 대구점자도서관…대구시, 10년 만에 예산 삭감

이렇게 대구점자도서관은 부족한 지역 점자교육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지만,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이 삭감됐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매년 9천만 원이 지원됐지만, 올해부터는 8천만 원으로 줄어든 것.
2027년도 예산안에도 8천만 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는 재정 악화에 따라 일률적으로 예산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특정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대구시 재정 상황이 어렵다 보니 다른 예산들처럼 자연스레 삭감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아, 대구점자도서관은 지난해 대구시가 제공한 대구시 장애인희망드림센터 부지에 입주했지만 대구시로부터 리모델링 비용 등에 대한 지원은 받지 못했다.
대구점자도서관 관계자는 "대구시는 공간 지원을 해줬고, 리모델링비는 10년 간 도서관 자체적으로 모은 자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새 건물로 입주하고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돼 이용하기 편리해졌지만, 도심에서 멀어진 만큼 송영버스 등 접근성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김씨는 "예전보다 공간 자체는 훨씬 좋지만 우리집(수성구)에서 멀다"고 호소했다.
조 팀장은 "제일 좋은 건 어디서 오더라도 멀지 않은 공간이면 좋겠지만 아니면 소영 서비스를 해드리고 싶지만 직원이 6명이라 현실적 한계가 크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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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곽재화 기자 good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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