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안 보여요"란 민원에… 동물원 코끼리는 쉴 곳도 선택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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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동물원에서 폐사 원인이 확인된 코끼리 10마리 가운데 노령에 따른 자연사로 기록된 개체는 1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설은 관람 시간 동안 내실(관람객 눈에 띄지 않는 실내 사육 공간) 문을 닫아 두고 있었는데, 사육사들은 코끼리가 내실로 들어가 보이지 않으면 관람객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6월 국내 코끼리 사육시설 9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단체가 방문한 코끼리 사육시설 8곳 가운데 6곳은 관람 시간 동안 내실 출입문을 닫아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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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 원인 확인된 10마리 중 노령 자연사 1마리
홀로 사육하는 시설 3곳… 정형행동도 관찰
“사육 기준 강화하고 허가 갱신제 도입해야”

국내 동물원에서 폐사 원인이 확인된 코끼리 10마리 가운데 노령에 따른 자연사로 기록된 개체는 1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시설은 관람 시간 동안 내실(관람객 눈에 띄지 않는 실내 사육 공간) 문을 닫아 두고 있었는데, 사육사들은 코끼리가 내실로 들어가 보이지 않으면 관람객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3일 발간한 ‘국내 사육 코끼리 복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폐사 원인이 확인된 코끼리 10마리 가운데 ‘노령으로 인한 자연사’는 1마리뿐이었고, 이들의 평균 사망 나이는 32.1세였다. 주요 사인은 심혈관·순환기 질환과 발·관절 질환 등이었다. 단체는 이들 질환이 협소한 공간과 딱딱한 바닥, 운동 부족 등 사육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6월 국내 코끼리 사육시설 9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폐업과 재개장 준비로 방문이 어려운 1곳을 제외한 8곳을 직접 찾아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와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 기준을 바탕으로 사육환경을 점검했다. 단체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각 시설에 개체·인력 현황을 질의한 결과, 국내에서 사육되는 코끼리는 22마리로 추산됐다.
시설 격차 크고, 홀로 사육하는 곳도 3곳

단체가 방문한 코끼리 사육시설 8곳 가운데 6곳은 관람 시간 동안 내실 출입문을 닫아 두고 있었다. 코끼리가 관람객의 시선을 피해 쉬거나 실내외 공간을 스스로 선택해 오갈 수 없다는 뜻이다. 양오늘 동물자유연대 선임 활동가는 "동물이 내실에서 쉬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점을 알리고, 운영 방침이 민원에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적·교육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해 발표한 '현대 동물원 운영 기준' 개정판에 실내외 공간이 모두 필요한 동물이 양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청소·치료·극한 기상 등 정해진 경우 외에는 일상적인 출입 제한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았다.

무리 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인 코끼리를 홀로 사육하는 시설도 3곳이었다. 대부분의 시설에서 코끼리는 몸을 반복적으로 흔들거나 같은 자리를 서성이는 정형행동(스트레스의 징후로 알려진 반복 행동)을 보였다. 행동풍부화(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도하도록 환경과 자극을 제공하는 것)는 타이어나 나무토막 등 기본적인 물품을 두는 형식적 수준에 머문 곳이 많았다.
시설 간 사육환경 격차도 컸다. 코끼리 1마리당 야외 방사장 면적은 가장 넓은 곳이 4,980㎡, 가장 좁은 곳이 100㎡로 약 50배 차이가 났다. 단체는 현행 법정 최소 기준인 125㎡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의 권장 기준인 마리당 약 500㎡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실 바닥은 1곳을 제외한 모든 시설이 콘크리트를 썼고, 모래를 따로 비치한 곳은 1곳에 그쳤다.
관리 인력도 부족, 체험 쇼까지

관리 인력의 여건도 열악했다. 코끼리만 전담하는 수의사를 둔 시설은 없었고, 많은 시설에서 수의사 1명이 수십 종에서 100여 종의 동물을 함께 맡고 있었다. 사육사도 계약직·임기제 비율이 높고 순환 보직이 잦아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게 단체의 지적이다.
특히 코끼리 7마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 사육시설인 제주 J시설에서는 코끼리를 목줄로 묶어 사육하면서 하루 네 차례 쇼와 관람객 먹이주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단체는 이 시설이 쇼 동작을 행동풍부화로 소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단체는 지난 9월 이 시설 운영 법인 대표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아시아코끼리는 2023년 3월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 사육시설 등록 대상에 추가됐다. 그러나 이 시설은 관할 환경청에 사육시설을 등록하지 않은 채 3년 6개월여간 영업을 이어왔다는 게 단체 측 주장이다. 더욱이 이 시설은 법적 동물원에 해당하지 않아 동물원수족관법의 체험 금지 규정도 적용받지 않고 있다.
단체는 이 같은 문제가 개별 시설의 노력만으로는 풀기 어렵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권고 수준인 환경부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의 단독 사육 지양, 행동풍부화 제공, 긍정강화 훈련 등 핵심 항목을 의무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 사육 면적 기준을 높이고, 허가 이후에도 사육환경을 주기적으로 심사하는 '동물원 허가 갱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기준에 미달하는 시설에서는 코끼리 사육을 엄격히 제한해 코끼리를 사육하지 않는 '엘리펀트 프리 동물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청주동물원이 코끼리 사육을 중단했고,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사육 중단을 예정하고 남은 코끼리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주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코끼리는 높은 지능과 복잡한 사회구조를 지닌 동물이지만 국내 사육 기준은 그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종의 생태적 특성에 기반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만들고 이에 미달하는 시설에서는 코끼리 사육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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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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