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대철 헌정회장 “여당이 사법부에 쓸데없이 간섭하면 말려달라” 직격에…이 대통령 ‘묵묵부답’

김윤나영 기자 2026. 11. 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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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대한민국헌정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여당이 입법 독주와 사법부 간섭을 한다면 대통령이 제지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별다른 답변 없이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4일 헌정회 회장단과 임원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정치개혁과 개헌, 민생 경제 등 국정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입법 독주나 폭주를 하든가, 사법부에 쓸데없이 간섭하는 경우를 발견하면 대통령이 직접 말려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를 하면 이 대통령이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입법 독주에 조작기소특검법과 이 대통령 공소취소도 해당하냐’는 질문에 정 회장은 “그런 것도 해당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정 회장의 이 같은 요청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 회장은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가만히 듣고 계시더라”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15명이 돌아가면서 말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일일이 답변할 시간이 없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출신의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를 유보한 것은 잘했다”면서도 “집권여당은 그런 부분은 굉장히 신중하게 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참석자는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할 때 조 대법원장을 만나 ‘잘 계시냐’고 인사한 것도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용서, 화해, 포용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다 죽어가고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하는 정치를 살려서 상생, 협치, 통합의 정치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야당 대표나 야당 국회의원을 적극 만나 경청하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일을 자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개헌과 관련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책임총리제, 대통령과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양원제 도입,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을 통한 지방분권 강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동시대적 환경을 고려하면 현재 헌법이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옷과 같은 부분이 있다”며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국민적 수용성이 낮을 수 있다”고 답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점도 높은 벽”이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가능한 부분을 찾아 합의를 토대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가 직접 나서서 개헌을 주도하면 정치적인 오해를 산다”며 “(야당은) 연임하려 한다고 하는데 연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국회가 나서서 여야 합의로 한 번에 다 할 수 있으면 전면 개헌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합의되는 부분에 한해서 단계별로 개헌하면 좋지 않겠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완전히 실종됐다. 옛날에는 여야가 싸우더라도 인간적인 관계는 유지했는데 지금은 전쟁하듯이 정치를 해서 인간적인 교류도 없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선배 원로님들이 적극적으로 타협과 화해의 정치에 나서서 발언을 해주시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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