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전 통합, 방향을 묻다] [르포] 옛 시청 남긴 가오슝… 통합청사보다 중요한 것은

김지윤 2026. 11. 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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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통합정부의 간판을 어디에 달 것인가보다 주민이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가가 먼저라는 점이다.

청사 통합이 행정 효율을 높이더라도 일부 주민의 민원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면 그 부담까지 통합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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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16년에도 옛 시·현청 활용… 행정 기능 분산 운영
동해대 교수 “정치보다 주민 수요 우선… 통합 비용도 따져야”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개편, 대만 가오슝의 현·시 통합 사례를 통해 통합의 성패를 가른 조건을 짚어본다. 해외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경험 삼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과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멈춰 선 충남·대전 통합… 20여 년 먼저 합친 일본의 교훈

② [르포] 충남·대전 통합의 미래는… 27년 먼저 합친 도시를 가다

③ 두 번의 주민투표도 부결… 오사카가 충남·대전 통합에 남긴 교훈

④ 먼저 합친 가오슝 16년… 충남·대전 통합에 던지는 질문

⑤ [르포] 충남·대전 통합 청사는 어디로… 가오슝 16년의 선택

⑥ 두 번의 실패는 없어야… 충남·대전 통합, 이제는 '이후'를 준비할 때

대만 가오슝 쓰웨이 행정센터. (사진= 이혜린 기자)
대만 가오슝시 링야구 쓰웨이3로. 도심의 도로를 따라 식당과 상점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거대한 관공서 건물이 시야를 채웠다. 쓰웨이행정센터 앞에서는 차량이 끊임없이 오갔고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렸다. 통합된 광역도시의 행정 중심지라기보다 오래전부터 도심의 일부분이었던 공간에 가까웠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가까운 민원 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소파에는 노인과 방문객들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거나 잠시 쉬었다. 건물의 규모와 달리 현장에서 먼저 확인된 것은 일상적인 민원 업무였다.

이곳은 2010년 12월 가오슝시와 가오슝현이 통합하기 전 가오슝시청이었다. 행정구역이 바뀐 뒤에도 옛 청사는 쓰웨이행정센터라는 이름으로 남았다. 옛 가오슝현청 역시 펑산행정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하나의 지방정부를 만들었지만, 행정 거점을 한곳으로 몰아넣지는 않은 것이다. 16년 전 경계를 허문 도시에서 청사 두 곳이 여전히 기능한다는 사실은 충남·대전 통합 논의에도 질문을 던진다. 통합정부의 간판을 어디에 달 것인가보다 주민이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가가 먼저라는 점이다.

▲도심에 남은 옛 시청, 청사보다 중요한 기능 배치=쓰웨이행정센터는 주변 상업시설과 도로망에 맞닿아 있다. 청사를 찾는 사람과 도심을 오가는 차량의 동선이 겹치는 입지다. 입구에서 곧바로 마주한 민원 공간과 대기석은 이곳이 통합 이후에도 주민 접점을 유지하는 행정시설임을 보여줬다. 다만 가오슝 도심에서 접근하기 좋은 위치가 외곽 농어촌과 산간지역 주민에게도 편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통합으로 넓어진 행정구역 안에서 접근성은 지역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오슝은 옛 시청과 현청을 모두 활용하면서 행정 기능을 나눴다. 그러나 청사를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분산 운영의 효율을 평가할 수는 없다. 부서 간 협의와 이동에 드는 비용, 민원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먼 지역 주민의 방문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한다. 기능을 한곳에 모으면 조직 운영은 간결해질 수 있지만, 주민의 이동 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거점을 유지하면 접근성을 확보하는 대신 부서 간 조정 비용이 뒤따를 수 있다. 청사 배치는 곧 행정서비스의 배치인 셈이다. 특히 기존 두 청사를 유지하는 방식은 주민에게 익숙한 행정 거점을 남길 수 있지만, 담당 부서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안내하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 분산 자체보다 업무의 연결성과 민원 처리 절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

충남·대전에서도 대전시청과 내포 충남도청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쟁점이다. 본청 소재지 결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과학기술과 산업, 농정과 복지 기능을 어디에 두고 기존 시·군과 자치구에는 어느 수준의 권한을 남길 것인지가 뒤따라야 한다. 대전 도심과 천안·아산, 서해안과 내륙 농촌은 생활권과 이동 여건이 다르다. 청사 통합이 행정 효율을 높이더라도 일부 주민의 민원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면 그 부담까지 통합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 통합정부가 관리하는 지역이 넓어질수록 본청의 상징성보다 기초 행정기관의 처리 권한과 온라인·현장 서비스의 연계가 중요해진다. 청사 논쟁을 입지 경쟁으로만 좁혀서는 놓치기 쉬운 대목이다.

타이중 천추정 대만 동해대 교수가 중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혜린 기자)
▲조직은 하나가 돼도 지역의 삶은 다르다=대만 타이중 동해대학교에서 만난 천추정 교수는 통합 이후의 난제로 조직과 인력 재배치를 꼽았다. 각각 운영하던 지방정부의 부서를 합치면 유사 업무가 겹치고 일부 직원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천 교수는 "두 지방정부가 합쳐지면 공무원의 업무를 다시 배분해야 한다. 전문성이 있어도 맡을 업무가 없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계약 인력의 업무 조정과 선거구 재편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이 느끼는 변화는 조직표 바깥에 있다. 천 교수는 "통합 이후 자신이 다니던 학교의 이름이나 주소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주민에게는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특히 어르신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지방정부의 명칭 변경은 행정 절차일 수 있지만 주민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했던 지역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일이다.

그는 통합 논의의 출발점을 주민의 요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하기 전에 주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야 한다. 왜 통합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주민의 수요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남·대전에서도 연구개발과 산업 연계를 기대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의료·교육시설 접근성이나 농어촌 행정서비스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 있다. 광역 정부의 규모가 커진다는 설명만으로 이처럼 다른 요구를 한꺼번에 설득할 수는 없다.

대만 쓰웨이 행정센터 내부. (사진= 김지윤 기자)
▲정치적 결단보다 목적과 비용을 먼저=충남·대전의 통합 추진 상황을 전해 들은 천 교수는 정치적 갈등에 앞서 목적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도시를 관리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정치적인 문제로 통합을 추진하기 전에 왜 합쳐야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목적이 분명해야 통합 이후 발생하는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을 정치적 성과로 앞세우면 정작 주민이 얻는 편익과 감당해야 할 부담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취지다.

재정은 그 목적을 검증할 핵심 기준이다. 두 지방정부의 예산을 합친다고 새로운 세입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조직 개편과 청사 운영, 기존 사업의 조정에는 비용이 든다. 정부의 재정특례를 확보하더라도 지원이 끝난 뒤 사업을 유지할 재원이 있는지, 투자의 효과가 지역별로 어떻게 돌아갈지 따져야 한다. 대전시청과 충남도청을 함께 운영한다면 유지비와 협의 비용을, 기능을 한곳으로 옮긴다면 이전비와 주민 이동 부담을 비교해야 한다. 주민 동의도 이런 구체적인 정보 위에서 구할 수 있다.

천 교수는 전면적인 행정구역 통합만이 해법은 아니라고 봤다. "교육 같은 분야부터 협력하고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며 점차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먼저 해결할 문제를 정하고 공동 운영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의 속도를 정치 일정에 맞추기보다 주민에게 필요한 기능부터 연결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쓰웨이행정센터의 도심 입지와 민원 창구는 통합의 성과를 건물의 크기나 새 이름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오슝은 옛 시청과 현청을 남겨 행정 기능을 이어갔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지역의 접근성과 효율을 확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충남·대전 역시 통합청사 위치를 정하는 데서 논의를 끝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 주민이 어떤 업무를 어디에서 처리할지, 기능 분산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지역별 요구를 어떤 절차로 반영할지 답해야 한다. 행정구역을 합치는 결정은 한 번이지만 그 결정의 결과는 주민의 일상에서 오래 검증된다.
대만 가오슝·타이중= 김지윤·이혜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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