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루이소체 치매… 엑스맨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도 생전 두 질환 앓아

김진우 기자 2026. 11.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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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X역을 맡았던 패트릭 스튜어트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공식 SNS에 올린 성명에서 그가 2026년 10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와 함께한 짧고 아픈 여정 끝에" 아내가 곁을 지키는 가운데 숨졌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며, 루이소체 치매는 그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다.

신경과 강성훈 교수(고려대 구로병원)는 "치매는 원인에 따라 증상과 경과, 적절한 치료가 달라지므로 정확한 유형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가 함께 있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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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초기 증상과 약물 반응이 다르므로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환시와 수면 중 이상행동, 보행 변화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이어져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치매안심센터나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 원인 질환을 확인해야 한다|출처: 영화 엑스맨1 스틸컷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X역을 맡았던 패트릭 스튜어트가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공식 SNS에 올린 성명에서 그가 2026년 10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와 함께한 짧고 아픈 여정 끝에" 아내가 곁을 지키는 가운데 숨졌다고 전했다. 진단 사실은 생전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진단 시점과 치료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치매는 하나의 병이 아니다. 여러 원인 질환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묶음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며, 루이소체 치매는 그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치매다. 두 질환은 초기 증상과 약물 반응이 다르지만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두 질환의 원인과 증상을 비교하고, 구분이 필요한 이유와 가족이 살펴야 할 신호를 알아본다.

치매는 병명이 아닌 '상태'… 두 질환은 뇌에 쌓이는 단백질이 달라
치매는 뇌가 손상돼 기억력·언어 능력·판단력 등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이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여러 가지다.

세계보건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한다고 본다. 알츠하이머병은 '베타아밀로이드' 등 비정상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 가는 병이다.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부터 손상돼 최근 일을 잊는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이와 달리 루이소체 치매는 '루이소체'라는 단백질 덩어리가 뇌 여러 부위에 쌓여 생긴다. 파킨슨병과 같은 계열의 질환으로,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치매다.

두 질환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은 사람의 부검 연구에서 절반 이상에게 다른 뇌 병리 변화가 함께 발견됐다. 동반된 변화 중에는 혈관성 병변이 가장 많았으며, 루이소체 변화도 두 번째로 흔하게 나타났다.

신경과 강성훈 교수(고려대 구로병원)는 "치매는 원인에 따라 증상과 경과, 적절한 치료가 달라지므로 정확한 유형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며,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 치매가 함께 있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억력 저하가 먼저인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는 초기 증상 달라
두 질환은 증상이 시작되고 진행하는 양상에서도 차이가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로 시작해 말하기와 길 찾기, 판단에도 점차 어려움이 생긴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수년에 걸쳐 큰 기복 없이 서서히 악화하며, 환각이나 보행 문제는 대개 뒤늦게 나타난다.

반면 루이소체 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다른 증상이 먼저 두드러질 수 있다. 국제 루이소체치매 컨소시엄의 2017년 진단기준은 인지 변동, 환시, '렘수면행동장애', 파킨슨증을 네 가지 핵심 증상으로 제시한다.

특히 인지 변동은 알츠하이머병과 구별되는 주요 특징으로, 같은 날에도 정신이 또렷했다가 멍해지는 상태가 반복된다. 실제로는 없는 사람이나 동물이 보이는 환시도 초기에 반복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대개 뒤늦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루이소체 치매에서 꿈을 꾸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는 '렘수면행동장애'는 기억력 저하보다 수년 앞서 나타나기도 한다. 동작이 느려지고 몸이 굳는 파킨슨증 역시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운동 문제가 한참 뒤에야 두드러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다른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초기에는 기억력이 비교적 유지되다 보니, 가족이 치매를 의심하지 못하기도 한다. 환시를 정신 질환으로, 수면 중 이상행동을 단순한 잠버릇으로 여기는 것이다. 여기에 알츠하이머병까지 함께 있으면 증상이 섞여 두 질환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치매 유형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약물 반응과 진행 경과 달라
두 질환은 약물 반응이 달라 처방할 때 구분이 필요하다. 미국 루이소체치매협회는 항정신병약을 투여받은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25~50%에서 심한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강성훈 교수는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환시나 초조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일부 항정신병약에 매우 민감해, 몸이 심하게 굳거나 의식이 떨어지고 드물게 생명을 위협하는 반응까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약물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반응을 루이소체 치매의 특징인 '항정신병약 과민성'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소체 치매를 놓치고 알츠하이머병으로만 판단해 약을 처방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치료제의 사용 대상에도 차이가 있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은 두 질환에 모두 쓰이지만, 원인 단백질을 줄이는 새 항체 치료제는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쓰이고 있다. 이 치료제는 루이소체 치매와 혼합 치매에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진행 경과도 다르다. 루이소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보다 생존 기간이 짧은 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7년 국제 학술지 'BMJ Open'에 실린 영국 연구에서 인지장애로 처음 진료받은 시점부터의 생존 기간 중간값은 루이소체 치매가 약 4년, 알츠하이머병이 약 7년이었다. 두 질환이 함께 있으면 진행이 더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생존 기간에는 개인차가 크고, 진단 시기와 돌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치매 유형을 알면 이러한 경과를 고려해 낙상 예방 등 필요한 돌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기억력이 괜찮아도 다른 변화 살펴야… 60세 이상은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선별검사
가족이 치매 검사를 권할 때 살펴야 할 것은 기억력만이 아니다. 최근 일을 되풀이해 묻는지뿐 아니라 수면과 행동, 걸음의 변화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휘두르는 일이 반복되거나, 없는 사람이나 동물이 보인다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루 중 정신이 또렷한 정도가 들쭉날쭉하거나 걸음이 느려지고 자주 넘어지는 것도 살펴야 할 신호다. 이런 변화가 수개월 이상 이어지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 어렵다. 기억력이 괜찮아 보여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검사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시작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치매조기검진사업에 따라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60세 이상은 10~15분이 걸리는 문답식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검사에서 인지 저하가 확인되면 진단검사를 거친 뒤 협약병원에서 뇌 영상 검사 등으로 치매의 원인 질환을 구분하는 감별검사를 받는다.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생활 관리도 권고된다. 2024년 국제 학술지 Lancet의 치매위원회 보고서는 고혈압·당뇨 관리, 청력·시력 교정, 운동, 금연·절주, 사회활동 유지 등을 통해 치매의 절반 가까이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진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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