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공식 포털’에서 주민번호·암 진단서까지 줄줄 샜다

정윤성 기자 2026. 11. 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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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의 문서와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해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 공무원과 민간인의 각종 개인정보가 무더기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플랫폼에서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여권번호부터 질병 진단 자료 등 민감한 건강정보까지 가려지지 않은 채 담긴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이다.

시사저널이 2024년 이후 해당 포털에 원문이 공개된 결재문서 일부를 확인한 결과, 최소 22개 기관의 문서 35건에 담긴 다수의 첨부파일에서 공무원과 민간인의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가 누구나 열람·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노출돼 있었다.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각 기관에서 문서 생산시 설정한 공개 여부(공개, 부분공개, 비공개)에 따라 정보공개포털로 그대로 연계돼 노출되는 구조상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인지하는 즉시 노출 차단, 담당자 교육 및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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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 결재문서 수천 만 건 축적된 공식 정보 플랫폼 ‘정보공개포털’
공무원부터 민간인·미성년자까지…각종 기관서 개인정보 무더기 노출
‘개인정보 필터링’ 기능 있는데 제대로 작동 안 해…행안부 “비정형 패턴 검출 한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주민등록등본, 진단서, 항공권 영수증. 원문은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정보공개포털 발췌

정부가 공공기관의 문서와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하기 위해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 공무원과 민간인의 각종 개인정보가 무더기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플랫폼에서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여권번호부터 질병 진단 자료 등 민감한 건강정보까지 가려지지 않은 채 담긴 사례가 다수 확인된 것이다.

한 기관이 올린 철거 보상 문서에는 민간인 두 가구의 주민등록등본 원본이 그대로 첨부돼 있었고,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 관련 결재문서 상당수에는 전자항공권과 탑승권, 예약번호, QR코드, 비자 정보 등이 노출돼 제3자가 임의로 예약을 조회하거나 변경할 우려도 있었다. 병가 관련 결재문서에 첨부된 진단서에서는 직원의 개인정보와 구체적인 암 진단 사실까지 확인이 가능했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그 어떤 곳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정부가 정작 '정보 유출의 장'을 열어놓았던 것이다. 지난해에만 5150만 건의 정부 기관 결재문서가 공개된 이 공간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와 비공개 대상 정보가 노출됐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정보까지 한 악성코드 검사 사이트에 5개월간 노출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정부 내부의 개인정보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공개포털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정보공개 시스템이다. 특히 2014년부터 시행된 '원문정보 공개' 제도를 통해 국민이 별도로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않아도 공개·부분공개 대상으로 분류되는 내부 결재문서를 직접 검색·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정보공개법은 사생활의 비밀이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는 비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보공개포털 메인 ⓒ정보공개포털 캡쳐

정부 공식 플랫폼에 어떻게 국민의 암 진단서가

개인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정보공개포털은 '정보유출포털'에 더 가까웠다. 시사저널이 2024년 이후 해당 포털에 원문이 공개된 결재문서 일부를 확인한 결과, 최소 22개 기관의 문서 35건에 담긴 다수의 첨부파일에서 공무원과 민간인의 개인정보 및 민감정보가 누구나 열람·저장할 수 있는 형태로 노출돼 있었다.

포털은 이용자가 첨부파일 원문을 내려받거나 확인할 때 '개인정보 필터링' 단계를 거친다고 화면에 안내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파일을 열어보면 개인정보는 가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노출된 서류 상당수는 종이 서류를 스캔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미지 또는 PDF 파일이었다.

대표적으로 A기관은 한 직원의 병가 신청 결재문서 여러 건을 정보공개포털에 공개했다. 첨부된 진단서에는 주민등록번호 13자리와 집 주소,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구체적인 암 진단명과 질병분류코드, 진단 병원 및 의사 소견까지 담겨 있었다. 결재문서 제목에도 해당 직원의 실명이 적혀 있었는데, 첨부파일 제목은 '간암 진단서'였다. 파일을 열어보지 않더라도 해당 직원이 간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셈이다. 건강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 주민등록번호는 '고유식별정보'로 분류돼 처리 자체가 엄격히 제한된다.

이처럼 병가나 질병휴직 결재 과정에서 제출된 진단서·소견서 원본이 공개된 사례는 시사저널이 확인한 것만 4개 기관, 9건에 달했다. B기관은 첨부파일 이름에서 직원 이름의 가운데 글자를 'O'로 가렸지만, 정작 파일을 열면 진단서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진단명이 모두 드러나 있었다.

정부가 민간인의 주민등록등본을 업무 목적으로 발급받고는 스스로 노출시킨 경우도 있었다. C기관이 공개한 철거 보상 관련 문서에는 보상 대상 주민 두 가구의 주민등록등본 원본이 그대로 첨부돼 있었다. 세대원은 물론 세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주소가 노출됐고, 이 가운데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등본에는 기관이 보상 업무를 위해 직접 발급받았다는 표시가 찍혀 있었다. 또 D기관이 올린 토지 매매계약 문서에는 토지 공유자와 근저당권자 등 여러 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등기부등본이 첨부돼 있었다.

정보공개포털에 간암진단서를 검색한 결과. 현재는 비공개. ⓒ정보공개포털 캡쳐

'5150만 건' 초대형 포털 무방비…'개인정보 필터링'도 사실상 무용지물

특히 항공권 관련 개인정보는 각 기관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유사한 형태로 줄줄 새고 있었다. 시사저널이 원본을 확인한 항공권 관련 문서 22건 모두 탑승자의 실명과 함께 예약번호나 항공권번호, 탑승권 바코드 등이 담긴 전자항공권과 영수증, 탑승권이 공개돼 있었으며, 예약번호를 가린 문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항공사에 따라 예약번호와 승객 이름만으로도 예약 조회와 온라인 체크인 등이 가능한 만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련 당국은 항공권 정보의 외부 노출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문서는 출장자의 출국일 이전에 결재된 것이어서 실제 출장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었다. E기관의 출장 귀국보고서에는 출장자들의 호주 전자여행허가(ETA) 승인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진이 그대로 첨부돼 여권번호와 생년월일, 비자 번호 등이 노출됐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정보공개포털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포털에 원문이 공개된 정보는 5150만 건으로 집계됐다. 별도의 청구 없이 정부 결재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원문정보 공개 서비스가 2014년 시행된 점을 고려하면, 공개 기간이 정해져 있더라도 12년간 쌓인 방대한 문서 가운데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가 노출됐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기관과 포털 간 정보를 전송·처리하는 과정에서 업로드 전에 개인정보를 필터링하고 마스킹(비식별처리)하는 시스템과 규정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방대한 데이터에서도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도구가 다양하게 개발된 만큼 이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해 행정안전부는 각 기관에서 문서 생산시 설정한 공개 여부(공개, 부분공개, 비공개)에 따라 정보공개포털로 그대로 연계돼 노출되는 구조상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한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인지하는 즉시 노출 차단, 담당자 교육 및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인정보 필터링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상 비정형 패턴이나 다양한 사례를 완벽하게 검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행안부는 "개인정보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신규로 도입하고 적용할 예정"이라며 "연내 금칙어 필터링 설정을 통한 개인정보 노출 추가 차단과 기관 대상 점검 조치 및 교육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사저널은 보도에 앞서 행정안전부에 이 같은 취재 사실을 알리고 이에 대한 비공개 등 조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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