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세대, IBM 양자칩 ‘나이트호크’ 세계 첫 가동…제약ㆍ바이오 신약 찾는다

심화영 2026. 11.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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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연세대학교 양자융합연구센터에서 차세대 양자컴퓨팅 플랫폼 제막식이 진행됐다. /사진:연세대학교
IBM 퀀텀 나이트호크 프로세서 /사진:IBM
4일 연세대학교에 설치된 IBM 양자컴퓨터가 나이트호크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됐다. /사진:IBM
(왼쪽부터)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장,제리 차우 IBM 리서치 양자중심슈퍼컴퓨팅 CTO, 백한희 IBM 리서치 양자 알고리즘 센터 디렉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화영기자

IBM 최신 프로세서 세계 최초 외부기관 구축…초당 10만개 이상 회로 실행

1961년 한국 최초 아날로그 컴퓨터 ‘연세101’ 제작…컴퓨팅 연구 전통 이어

양자 알고리즘 교육·연구 확대…신약 후보물질 최적화 기간 단축 가능성 모색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양자컴퓨터를 도입한 지난 2년이 국내 연구진에게 ‘양자 문해력(Quantum Literacy)’을 키우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바이오와 신약 개발 현장에서 실제 산업적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4일 오전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 2024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대학 중 두 번째로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Quantum System One·QSO)’을 도입한 연세대가 최신 프로세서 ‘나이트호크(Nighthawk)’의 가동을 알렸다. IBM 양자 네트워크 참여기관의 자체 시설에 나이트호크가 구축된 것은 세계 최초다.

연세대와 IBM은 이날 현장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최신 양자 프로세서인 ‘IBM 퀀텀 나이트호크(Nighthawk)’를 연세대 시스템 원에 성공적으로 이식·가동했다고 발표했다. IBM 퀀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외부 기관의 자체 시설에 나이트호크 프로세서가 실물로 구축된 것은 전 세계에서 연세대가 최초다.

‘1961년 연세101’에서 ‘2026년 나이트호크’까지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브리핑에 앞서 연세대가 양자컴퓨터에 전폭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 정 단장은 “연세대는 1961년 국내 최초로 아날로그 컴퓨터 자원을 제작·도입하며 한국 전기전자공학과 컴퓨팅 연구의 자립적 기반을 다진 전통이 있다”며 “초기 컴퓨터 도입 시대부터 이어온 혁신 유전자(DNA)가 이번 양자컴퓨터 프로젝트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가 1950~60년대 한국 최초의 컴퓨터 ‘연세101’을 개발해 국가 전력난 해결의 물꼬를 텄던 것처럼, 이번 나이트호크 도입 역시 21세기 인류의 난제인 ‘바이오·신약 개발’을 해결하겠다는 역사적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가동식 축사에서 “양자연구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연구뿐 아니라 교육과 산학협력을 확대해 국내 양자 연구의 거점 역할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단순한 큐비트 숫자 늘리기를 넘어선 ‘실질 연산 속도’의 획기적 개선이다. 기존 이글(Eagle) 프로세서 기반 127큐비트 체제에서 120개의 프로그래밍 가능 큐비트를 탑재한 나이트호크로 전환되면서, 핵심 아키텍처인 ‘고속 큐비트 리셋’ 기술이 적용됐다.

제리 차우 IBM 펠로우 겸 양자중심슈퍼컴퓨팅 CTO는 브리핑에서 “나이트호크는 초당 10만 개 이상의 양자 회로를 실행할 수 있어 기존 이글 대비 회로 처리량이 25배 높다”며 “양자컴퓨팅에서 샘플 확보 속도는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는 절대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4년 최초 도입 계약 이후 진행된 이번 최고 사양 프로세서 교체는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무상 업그레이드로 단행됐다. 정 단장은 “IBM 측에서 지난 2년간 연세대의 양자 생태계 활성화 및 연구 교육 성과를 높이 평가해 전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신약 화합물 다듬는 데 4년→2년”…바이오 난제 타격

업그레이드된 시스템 원의 첫 타깃은 바로 ‘바이오·의학’이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계산을 고전 컴퓨터보다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분자 구조나 화합물 조합처럼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최적화 문제’에서 압도적 성능을 발휘한다.

연세대는 고전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통해 희귀질환인 ‘리 증후군(Leigh Syndrome)’ 관련 미토콘드리아 변이 분석에 나선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의 병목 현상을 뚫어내는 알고리즘 성과가 눈길을 끈다. 정재호 단장은 “신약 개발은 타깃 단백질을 찾은 뒤 여기에 붙는 화합물이 간이나 콩팥에서 분해되지 않고 약효를 내도록 조합을 최적화하는 계산이 핵심”이라며 “화합물을 약 형태로 다듬는 기간을 기존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양자 알고리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체 임상 기간을 모두 줄일 수는 없지만, 전임상 앞단의 비용과 시간을 절반으로 깎아내겠다는 전략이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데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소개됐다. 정 단장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는 화합물을 찾고, 약효와 간·신장 대사 가능성 등을 고려해 후보물질을 최적화하는 계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 2000명·논문 100편…이제는 ‘상용화 실증’이 과제

연세대는 지난 2년간 연간 2000명 규모의 양자 알고리즘 교육을 진행하고 10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배출하며 저변을 넓혀왔다. 일본 리켄(RIKEN)의 슈퍼컴퓨터 ‘후가쿠’와의 연동 연구, KIST 초격차 사업을 통한 스타트업 바우처 제공 등도 이어졌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실제 돈을 지불하고 양자컴퓨터를 자사 서비스나 제품 개발에 지속 투입하는 ‘경제성’을 입증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IBM이 제시한 ‘오류 내성(Fault-Tolerant) 양자컴퓨팅’의 완성 시점은 2029년이다.정재호 단장은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내 양자 문해력을 높이는 동시에, 바이오를 필두로 한 산업계와의 실질적 협력으로 인류의 난제를 푸는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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