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 김밥 너무 맛있는데요?"…저염·저당 식품의 '맛있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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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데요?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르겠어요."
김현정 식약처 식품소비안전국장은 "보통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당·저나트륨 제품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식약처 담당 직원들도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 상품 개발에 힘썼다"고 말했다.
떡볶이와 김밥, 샌드위치부터 빵과 음료, 외식 메뉴까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들이다.
이어 "앞으로도 덜 짜고 덜 단 식품이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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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설탕 덜 넣고 대체 소재 활용…기존 제품 풍미는 그대로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맛있는데요? 말하지 않으면 전혀 모르겠어요."
김밥을 한입 베어 물고, 우동 국물을 맛본 뒤 샌드위치와 빵, 삼각김밥, 소시지까지 차례로 맛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시식 음식들이었다. 평소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쉽게 접하는 메뉴들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나트륨이나 당류 함량을 낮춘 제품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맛을 보니 짠맛도, 단맛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감 식품이라는 설명을 미리 듣지 않았다면 일반 제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익숙한 맛이었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 '2026 푸드위크 코리아'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식약처 홍보관에는 덜 짜고 덜 단 식품과 외식 메뉴가 한자리에 모였다. 건강을 위해 맛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고 소비자가 맛과 건강을 함께 고려해 식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김현정 식약처 식품소비안전국장은 "보통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당·저나트륨 제품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식약처 담당 직원들도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으로 마음을 다해 상품 개발에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도 저감 표시가 된 제품을 골라 사 먹을 정도"라며 "맛 차이도 없고 건강에도 더 좋다면 사 먹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식약처가 올해 나트륨·당류 저감 제품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선보인 식품은 가공식품 15종과 외식 메뉴 8종 등 총 23종이다. 여기에 업계가 자체적으로 저감 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제품 54종도 함께 소개됐다. 떡볶이와 김밥, 샌드위치부터 빵과 음료, 외식 메뉴까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들이다. 이들 제품은 단순히 소금이나 설탕을 덜 넣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와 배합을 바꾸거나 대체 소재를 활용해 기존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트륨은 권고기준의 1.6배…청소년 당류 섭취도 기준 넘어
식약처가 이토록 저감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 여전히 높은 나트륨 섭취량에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4년 국민 1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147㎎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보다 약 1.6배 많았다. 2020년 3220㎎에서 2021년 3081㎎, 2022년 3074㎎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 3136㎎, 2024년 3147㎎으로 다시 증가했다.
당류 섭취량은 전체적으로 WHO 권고 기준을 밑돌았지만, 연령대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2024년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 비율은 총에너지 섭취량의 7.4%로 WHO 권고 기준인 10% 이하였다. 그러나 12~18세 청소년은 10.5%로 권고 기준을 넘어섰고, 6~11세도 9.5%로 기준에 근접했다.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는 식습관이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일상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충분하지 않다면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식약처가 식품업체와 외식업체의 저감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1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까지 지원한 제품은 가공식품 41종, 외식 메뉴 29종이다.
김 국장은 "식약처가 업체들과 함께 저감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개발 기술의 핵심은 당과 나트륨은 줄이고 맛은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체 연구개발 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이 저감 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은 크게 기술·분석·홍보 세 분야로 이뤄진다. 기술지원은 외식 메뉴의 나트륨과 당류를 낮출 수 있는 조리법과 저감 기술 개발을 돕는다. 분석지원은 주요 메뉴와 식재료의 영양성분을 분석해 저감 전후의 함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개발된 제품과 메뉴가 소비자에게 알려지고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도록 온오프라인 홍보와 이벤트 등도 연계 지원한다.

소금·설탕 줄이고 맛은 그대로…제품 개발부터 구매 환경까지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음식의 특성에 맞춰 나트륨과 당류를 줄이는 방식을 달리했다. 편의점 떡볶이는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를 활용하고 소고기 진액을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100g당 나트륨 함량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약 30% 낮췄다. 도시락은 불고기 양념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을 줄여 나트륨을 15% 낮췄고 김밥은 저나트륨 간장을 활용해 20% 줄였다.
삼각김밥은 마요네즈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나트륨을 30% 낮췄다. 샌드위치는 저나트륨 빵을 사용하고 소스 양을 조절해 나트륨 함량을 20% 줄였다. 소시지는 나트륨이 들어가는 원료 배합을 조정해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을 40% 낮췄다.
빵은 나트륨뿐 아니라 당류도 함께 줄였다. 제품에 따라 나트륨은 20%, 당류는 25~45% 낮췄다. 단맛을 줄이는 대신 초콜릿이나 단호박, 두유 등 원료의 풍미를 살려 맛을 보완했다.
당류를 줄인 제품에는 대체 소재도 활용됐다. 카페인중독은 더블초코라떼의 당류를 22.6%, 숙성 생초코라떼의 당류를 12.1% 낮췄다. 설탕을 줄이는 대신 알룰로스와 나한과 추출물을 활용했다.
이윤희 카페인중독 R&D팀장은 "많은 대체당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맛을 해치지 않는 대체당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했다"며 "알룰로스와 나한과 추출물을 이용해 당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제품 개발에는 약 3~4개월이 걸렸다. 대체당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 배합과 맛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며 기존 제품과 비슷한 풍미를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 팀장은 "고객들이 오히려 초콜릿 맛이 더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며 "저감 제품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품질과 향미에 신경 써 개발했다"고 말했다.
외식 메뉴도 조리법과 양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저감에 나섰다. 우동은 국물에 들어가는 소금과 조미료를 줄이는 대신 감칠맛을 보완해 나트륨을 약 23~30% 낮췄다. 라와마라탕은 쏸라펀의 나트륨을 31.5%, 마라탕은 19.4% 줄였다. 소금과 양념 사용량을 조절하면서도 기존 메뉴의 풍미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감 제품이 실제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려면 판매 방식도 중요하다. 기존 메뉴와 저감 메뉴를 함께 판매하면 소비자가 별도로 저감 제품을 골라야 하지만 아예 메뉴를 바꾸면 선택 과정에서의 부담도 줄어든다.
마라탕 전문점 라와마라탕은 직영점에서 기존 메뉴를 없애고 나트륨을 줄인 메뉴만 판매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이 따로 저감 메뉴를 요청하지 않아도 일반 메뉴처럼 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성호 라와마라탕 대표는 "맛은 유지하되 나트륨과 당 함량만 줄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존 메뉴와 맛이 달라졌다는 걸 못 느낀다"며 "저감 메뉴를 운영하는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 올랐다"고 말했다. 생산 원가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 판매 가격을 올릴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오는 12월부터 모든 가맹점의 기존 메뉴를 저감 메뉴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나트륨을 줄인 마라탕과 쏸라펀을 전 매장에서 판매해 소비자가 별도의 선택이나 요청 없이도 저감 메뉴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제품 개발과 함께 소비자가 저감 제품을 쉽게 찾고 구매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저감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는 '나트륨을 줄인', '당류를 낮춘' 등의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표시 대상 제품군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저감 식품과 고단백 식품, 과일·채소·통곡물 등을 활용한 제품을 별도 진열하는 '튼튼 먹거리 매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 배달앱 '먹깨비'와 협력해 나트륨·당류 저감 메뉴를 식별할 수 있도록 음식점 이름이나 메뉴에 표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김 국장은 "덜 달게, 덜 짜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이미 많이 확대됐다"며 "이제는 소비자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덜 짜고 덜 단 식품이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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