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식같이 키웠는데 싹 갈아엎었다”…장흥 쪽파농가 ‘한숨’

전남광주본부=정성환 기자 2026. 11. 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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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키운 쪽파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는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3일 오전 10시 40분쯤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 쪽파밭.

다른 재배 농민 이 아무개(56)씨도 "김장철에 맞춰 쪽파를 심었는데 잦은 비에 키만 훌쩍 자라, 마냥 김장철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지금은 수확에 들어갈 품삯도 나오지 않아 밭에서 그대로 폐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장흥군은 올해 지역 쪽파 재배면적을 50.5㏊, 재배 농가를 47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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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쪽파 산지폐기 현장 가보니
고온·잦은 비에 웃자라 상품성 저하…조기 집중 출하
“생산비도 못 건질 판” 전년 가격 대비 ‘69%’ 폭락

(시사저널=전남광주본부=정성환 기자)

"자식처럼 키운 쪽파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는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3일 오전 10시 40분쯤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 쪽파밭. 이날 육중한 무게의 트랙터 2대가 굉음을 울리며 마치 바리캉으로 머리를 깎듯이 가녀린 쪽파 위를 지나가자 쪽파밭 5453㎡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이날 폐기한 쪽파는 지난 9월 23일 옮겨 심은 것이다. 해당 농가는 오는 7일 이후 김장철에 맞춰 출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종잣값, 퇴비, 농약값은 물론 인건비 등은 해마다 치솟는데 정작 쪽파 가격은 끝없이 내려가 결국 수확 대신 산지 폐기를 선택했다.

"자식처럼 키웠는데…" 3일 오전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 쪽파밭에서 한 농민이 트랙터가 휩쓸고 간 밭이랑을 따라가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쪽파 웃자람에 수확철  앞두고 '밭 갈아엎는' 農心

애지중지 키워온 쪽파를 고스란히 갈아엎어야 하는 농민 정 아무개(84)씨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정 씨는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데 수확해서 뭐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주민 20여명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였다. 쪽파를 손에 쥔 농민들은 "산지 폐기를 즉각 시행하라" "최저 생산비 1㎏당 2500원 이상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다른 재배 농민 이 아무개(56)씨도 "김장철에 맞춰 쪽파를 심었는데 잦은 비에 키만 훌쩍 자라, 마냥 김장철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지금은 수확에 들어갈 품삯도 나오지 않아 밭에서 그대로 폐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쪽파값이 폭락하면서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워지자 수확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정은 주산지인 보성과 무안도 마찬가지다. 다만, 가격 폭락에 망연자실한 농가들이 산지 폐기마저 포기했을 뿐이라고 농민들은 전했다. 

3일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가격 하락과 웃자람 피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쪽파밭을 갈아엎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3일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에서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 가격 하락과 웃자람 피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쪽파밭을 갈아엎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품삯도 안 나온다"…쪽파 든 농민들, 생산비 보장 요구 '빗발'

장흥군 안양쪽파연구회(연구회)는 쪽파 재배에 들어간 생산원가가 3.3㎡(1평)당 약 6000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현재 공판 가격은 흙파 한 단에 250원부터 형성되고 있다. 이 탓에 1평에서 4~5단씩 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당 생산 원가 약 6000원 중 5000원 가량은 손해보는 실정이라는 게 농민들의 볼멘소리다.

문경지 안양쪽파연구회 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 4300~5100원 선에서 오르내렸던 쪽파값이 지난달 말부터 ㎏당 1600원 선으로 주저앉았다"며 "전년 대비 68.9%가 폭락,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 회장은 "보통 1톤 트럭에 쪽파 2000단 가량을 싣는데 지금 시세로 출하하면 100~150만원 정도 건지는데, 작업비에 운송비, 상하차비, 수수료 등을 빼고 나면 가락동 공판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농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가령 3.3㎡에서 흙쪽파 4단이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당 300원 받으면 1200원인데, 작업비와 운송비 등 비용이 1500원 가량 들어가 이미 200~300원 손해나고 서울 공판장에 올라가는 꼴이라는 얘기다. 재배농민들이 최소 한 단에 2500~3000원 이상 받아야 생산비를 겨우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까닭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박형대(진보당·장흥1)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도 "며칠전 서울 가락동 공판장에 가봤는데 보성 등 주산지에서 올라온 화물차 10대 정도에서 하차한 쪽파 대부분이 ㎏당 1000원 선에서 거래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최근 시세를 전했다.

3일 오전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 쪽파밭에서 문경지 장흥군 안양쪽파연구회 회장이 쪽파재배 실태를 설명하고, 산지폐기 등 시장격리를 통한 생산비 보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쪽파 1㎏에 1000원이라고?"…생산비 6분의1에 그쳐

이처럼 쪽파 가격이 폭락한 것은 기후변화에 따른 웃자람으로 상품성 저하를 우려해 조기에 출하가 집중된 탓이다. 쪽파는 통상 옮겨 심은 뒤 45~60일이 지나 수확한다. 농가들도 대부분 이달 중하순 김장철에 맞춰 모종을 옮겨 심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달 내내 30도 안팎의 고온이 지속되면서 잦은 비로 밭고랑 비닐 안에 머물던 수분이 위로 솟구쳐 올라오면서 쪽파가 웃자랐다. 반면 서울 가락동 공판장에선 보통 27~30㎝ 크기의 쪽파를 최상품으로 쳐준다. 현재 쪽파 길이는 50㎝ 정도로, 공판장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웃자라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또 김장철까지 기다리자니 공판장에서 요구하는 길이(27㎝ 이하)를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재배 농가들은 출하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최소 7~10일 앞당겨졌다. 이처럼 조기에 출하량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다 불황으로 수요가 많았던 식당 등에 손님이 끊기고,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3일 오전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에서 농민들이 쪽파를 들고 가격 하락과 웃자람 피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3일 오전 전남광주 장흥군 안양면 학송리 쪽파밭에서 재배 농민들이 "산지 폐기를 즉각 시행하라""최저 생산비 1㎏당 3000원 이상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산지 폐기하라"…농민 "피해 조사·생산비 보전 필요"

상황이 악화하자 농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농가들은 저온저장시설과 깐쪽파(깐파) 생산에 필요한 가공 장비를 갖추고 지역 농협을 중심으로 유통 체계를 마련해 달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쪽파는 크게 흙파와 깐파로 나뉜다. 현재 흙파 시세가 폭락한 반면 깐파는 ㎏당 6000원선을 형성하고 있다. 

연구회는 한 관계자는 "기상 변화로 생육과 출하 시기가 달라지는 만큼 관계기관이 현장을 찾아 피해 규모와 생육 이상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며 "산지 폐기 지원을 통한 생산비 보전과 출하·수급 대책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가격 안정화 정책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쪽파 전체 재배면적이 적은데다 수급 불안 제외 품목이라는 등 주로 지원이 안 되는 쪽의 이유를 들고 있다는 불만이다.

박형대 시의원은 "통합시 농정당국에 약 2주 전에 농산물 가격안정화 지원조례가 있는 만큼 산지 폐기와 수매 비축사업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행정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김장철을 앞둔 지금이라도 시장격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장흥군 관계자는 "지역 농협 등과 쪽파 소비 촉진·판촉 행사를 추진하고 주요 산지인 보성·무안군과 협조해 도매시장 출하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올해 지역 쪽파 재배면적을 50.5㏊, 재배 농가를 47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58㏊·64농가보다 줄었지만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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