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업계 12개 단체 “제작 감소로 K드라마 생태계 붕괴 위기, 국가가 지원해야”

김민정 기자 2026. 11. 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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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환경 변화에 공포를 갖거나 과거로 회귀하자고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에는 산업적 측면 외에도 공공재로서 가치가 있기에 정부가 지원에 나서주면 좋겠다”(김종창 한국드라마PD협회장)

제작사·작가·PD·배우·스태프 등 국내 드라마 산업 종사자를 대표하는 단체들이 4일 드라마 제작 기반이 붕괴 위기라며 정부에 지원을 촉구했다. 미디어 시장 격변으로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여력이 줄고, 동시에 글로벌 OTT의 영향으로 드라마 제작비는 상승하면서 제작되는 드라마 편수가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 기반 회복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정부가 5년간 총 1조원 규모의 정책적 지원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4일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희열(왼쪽부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부회장, 박해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 김종창 한국드라마PD협회장,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장./김민정 기자

이날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드라마PD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등 12개 관련 단체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드라마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K드라마의 제작 기반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지금은 지난 성공을 돌아볼 때가 아니라 ‘K드라마’의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연간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년 만에 약 30% 줄었고, 지상파 3사의 드라마 편성은 2012년 91편에서 2023년 32편으로 줄었다. 단체들은 “제작 편수의 급격한 감소는 산업 붕괴로 이어진다”며 우려했다. “제작이 줄면 일자리와 창작 기회가 사라지고, 숙련된 인력과 제작 조직의 이탈은 다시 산업 전체의 제작 역량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으로 참석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는 “많은 보조 작가가 일이 없어 놀고 있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서 위기를 체감한다”며 “업계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능력 있는 작가들이 숏폼·게임 등 다른 장르로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태봉 한국방송촬영인협회장은 “K드라마의 위기는 단순히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 양적 하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랜 경험과 기술을 쌓아온 스태프들이 그들이 가진 축적된 역량을 계속 발휘하지 못하고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드라마 산업이 관광과 수출 등 다양한 산업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낳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지원과 위기 의식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송병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은 “2027년 정부 예산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 영상 분야 예산은 2026년 918억원에서 2027년 873억원으로 45억원 감소했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 콘텐츠 진흥 예산도 2026년 168억원에서 2027년 124억원으로 44억원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드라마가 활발히 제작되고 산업 생태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이 될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조원 규모의 중장기 ‘K드라마’ 투자·지원 체계 구축을 요청했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5년에 걸쳐 연간 2000억원씩 정부에서 지원한다면 100억원 가량 예산의 중저예산 드라마 40여 편을 더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절반을 투자하면 나머지 절반은 방송사와 OTT 등 플랫폼이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디어 시장과 소비자의 콘텐츠 소비 방식 자체가 변화하는 가운데 작품의 양적 증가만이 답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창 한국드라마PD협회장은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기 전의) 과거로 회귀하자고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드라마에는 어린이 및 청소년 드라마부터 ‘전원일기’ 같은 드라마까지 다채로운 장르들이 있다. 돈을 내지 않고도 안방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공재적 가치가 실현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과거 공중파가 하던 이런 역할이 지금 전부 산업화된 데에는 PD를 포함해 저희 제작진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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