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판'하러 비 뚫고 모인 시민들... 고물가 앞에 민심 돌아섰다 [현지 르포]

박지연 2026. 11. 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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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오전 6시4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캠브리안 도서관 주차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투표소가 문을 열기 20분 전 이미 주차장을 지키던 유권자들은 후드티 모자를 둘러쓴 채 하나둘씩 차에서 내려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소 문을 열기 전 이미 주차장에 와 있던 장모씨는 "트럼프의 힘을 약화시키자는 게 이번 투표의 가장 큰 동기"라며 "지난 대선 때 투표소가 붐벼 한참 기다렸기에 이번엔 출근 전 일찌감치 투표소에 들렀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지방법원 4곳에 "트럼프 행정부가 투표용지를 압수하려 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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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새너제이 투표소 르포
추적추적 비 오는 새벽부터 발길
NYT "경합지서 4년 전 기록 넘어"
사상 최다 투표자 기록 경신 전망
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투표소에는 오후 6시 이후 더 많은 유권자들이 몰렸다.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3일(현지시간) 오전 6시4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캠브리안 도서관 주차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투표소가 문을 열기 20분 전 이미 주차장을 지키던 유권자들은 후드티 모자를 둘러쓴 채 하나둘씩 차에서 내려 투표소로 향했다.

미국 중간선거가 진행 중인 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캠브리안 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7시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진보색채가 뚜렷한 '블루스테이트' 캘리포니아의 중간선거 현장에서는 '트럼프 심판론'이 가장 크게 들렸다. 투표소 문을 열기 전 이미 주차장에 와 있던 장모씨는 "트럼프의 힘을 약화시키자는 게 이번 투표의 가장 큰 동기"라며 "지난 대선 때 투표소가 붐벼 한참 기다렸기에 이번엔 출근 전 일찌감치 투표소에 들렀다"고 말했다.

머리를 길게 땋은 나탈리아(18)는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 이민자 출신인 가족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가혹한 이민정책 탓에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며 "가족을 위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러 왔다"고 했다.

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투표소에는 우편투표를 제출하고 출근하는 유권자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민심을 가른 건 물가였다. 티머시는 "전쟁 탓에 연료비와 물가 상승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식료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서 장보기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날 길 건너편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53달러, 리터당 약 1,960원에 달했다. 미국 전체 평균(약 4.2달러)보다 비싸고, 한국 전국 평균(1,855~1,880원)도 웃도는 수준이다. 우편투표로 참여한 라이언도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이란 전쟁도, 물가도, 많은 것들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유세'엔 의견 갈려

3일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투표소 앞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53달러로, 리터당 약 1,960원에 달했다. 미국 전체 평균(갤런당 약 4.2달러)보다 비싸고, 이날 기준 한국 전국 평균 휘발유 리터당 가격 약 1,855~1,880원보다도 높다.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장씨와 티머시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이른바 '억만장자 부유세'(부유세)로 불리는 주민발의안 제40호(Prop 40)를 꼽았지만 의견은 정반대였다. 주민발의안 제40호는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억만장자에게 1회성으로 최대 5%를 걷는 주민발의안이다. 찬성 측은 주 내 억만장자 약 250명에게서 1,000억 달러(약 134조4,900억 원)가량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티머시는 "주(州)에서 부유세를 걷지 않아야 테크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인공지능(AI)에 투자할 수 있다"며 "테크기업들은 이미 캘리포니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는 자체 예산으로 운용하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장씨는 "부유세를 걷는 게 옳은 방향"이라며 "테크기업들이 떠날까봐 두려워서 부유세를 걷지 않아야 한다는 발상은 우스꽝스럽다. 오히려 테크기업들이 다른 주로 도망가면 그 주에서도 부유세를 걷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대 진영이 맞불로 올린 제41, 42호도 함께 투표에 부쳐졌다. 41호는 세금 제안 감사와 지출한도 규정, 42호는 개인 저축·퇴직계좌 과세 금지 규정이다. 유권자는 40·41·42호에 각각 투표하는데, 40호와 41호 또는 42호가 함께 통과하면 찬성표가 더 많은 쪽이 효력을 갖는다.


우편투표자도 상당수

선거안내는 영어와 중국어, 한국어, 스페인어, 힌디어, 베트남어 등 11개 언어로 안내됐다.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투표 항목이 많아 기표에만 10분 넘게 걸리다 보니, 이미 작성한 우편투표 용지를 들고 오는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아들을 품에 안고 온 캐머런은 투표용지 봉투를 제출한 뒤 "부패를 끝내야 한다"고 외쳤다. 기자의 다른 질문을 들은 그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부패를 끝내야 한다"고 같은 말을 세 번 더 외치고 돌아섰다. 티로(33)는 "지난번 아내와 함께 직접 투표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번엔 우편투표로 대신하기로 했다"며 출구에 마련된 '투표 완료(I voted)' 스티커를 들어보였다.

지난 열흘간 선거관리요원으로 일했다는 피터와 엘리아는 "이른 아침보다는 퇴근길이자 투표 막판인 오후 6~8시에 가장 몰렸다"며 "오늘이 가장 고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로(33)는 지난 선거 때는 아내와 함께 투표장에서 직접 투표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번엔 우편투표로 대신하기로 했다며 '투표 완료(I voted)' 스티커를 들어보였다. 새너제이=박지연 특파원

물가 상승과 정권 심판론을 둘러싼 민심은 캘리포니아 밖에서도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을 대거 결집시킨 모양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전국 사전투표 규모는 6,000만 명에 육박했다. 특히 조지아와 텍사스, 오하이오 등 사실상 모든 상원 경합지에서 2022년 중간선거 당시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이 때문에 미 중간선거 사상 최다 투표자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표소 밖에서는 선거 자체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에서 비시민권자에게 투표용지가 제공됐을 수 있다며 우편투표 2만 장을 따로 보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연방대법원이 2일 기각했다. 법무부는 알래스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 현역 댄 설리번 의원과 이름이 같은 후보가 출마했다며 패배 시 결과 확정을 미뤄달라고 소송을 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연방지방법원 4곳에 "트럼프 행정부가 투표용지를 압수하려 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새너제이=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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