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개 팔린 ‘불닭’, 비결은 ‘한계 직전의 매운맛’”

박세준 기자 2026. 11. 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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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한 매운 음식 전문점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렇게까지 성공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불닭볶음면 출시는 시장을 상대로 한 실험이었다. 불닭볶음면이 나온 2012년 무렵은 삼양식품이 회사의 성장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시기였다. 수십 년간 국내시장을 지켜왔지만 변하는 시장 안에서 삼양식품이 다음 세대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물어야 했다. 불닭은 그 질문에서 나온 시도 가운데 하나다. 개발 당시 주목한 것은 매운맛이라는 감각의 희소성이었다. 어느 문화권에나 매운 음식은 있지만 한국의 매운맛은 결이 다르다. 단순히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먹고 나서도 멈추기 어려운 중독성, 땀이 나면서도 손이 가는 역설적 쾌감이 있다. 그 매운맛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했다."

"불닭 시리즈가 쌓은 글로벌 유통망과 신뢰를 발판 삼아 각 브랜드가 독자적 가치로 시장에 서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 글로벌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은 건강과 맛을 함께 잡으며 미국·일본·유럽·호주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식문화를 녹인 국물라면 '맵(MEP)'은 태국·인도네시아에 이어 일본·미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노화 연구에도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이 브랜드들은 불닭의 '다음'이라기보다 삼양식품이 닿을 수 있는 시장의 폭을 넓히는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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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닭의 어머니’ 김정수 회장의 다음 승부수

● 명동 매운 음식점 대기 줄에서 구상한 불닭볶음면
● 출시 14년, 누적 판매 100억 개·매출 7조 원
● 해외 매출 20배↑, 비중 26%에서 80%로
● 불닭 시리즈 성공에 주효했던 ‘한계 직전의 매운맛’
● 불닭 의존 우려에 탱글·맵 등 새 브랜드로 외연 확장
● 대사 전문 헬스케어 제품 ‘스핀들’로 푸드케어 기업 노린다

명동의 한 매운 음식 전문점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2011년, 고등학생 딸과 그 앞을 지나던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당시 사장)은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면서도 매운 음식을 찾는 모습을 눈여겨봤다. 정작 김 회장 자신은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았지만, 모여 있는 인파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특성을 공략해 그간 라면 시장에 없던 매운맛 개발에 나섰고, 1년 뒤 불닭볶음면이 탄생했다.

불닭볶음면으로 시작한 이른바 '불닭 시리즈'는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100억 개, 누적 매출 7조 원을 넘어섰다. 출시 1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지금은 연간 약 20억 개가 해외에서 팔린다. 처음 수출한 나라는 일본·독일·뉴질랜드 3곳이었는데, 지금은 100여 개국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 원에서 2025년 1조8838억 원으로 약 20배, 해외 매출 비중은 26%에서 80%로 늘었다. 한국 라면 수출에서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신화에 가깝지만, 삼양식품은 굴곡이 많았다. 삼양식품은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내놓았고 20년 가까이 업계 1위를 지켰다. 그러다 1989년 11월 3일 '공업용 우지' 투서 한 장에 무너졌다. 대법원은 1997년 무죄를 선고했지만 한번 잃은 신뢰는 돌아오지 않았다. 1998년 1월에는 어음이 최종 부도 처리됐고, 회사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국내 최초 라면 기업이 다시 세계 무대의 주역이 되기까지 반세기가 걸린 셈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삼양식품 
그 반전의 한가운데에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있다. 김 회장은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2012년 불닭볶음면 개발을 직접 이끌며 회사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올해 6월 1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불닭 신화'의 주역으로 공식 자리매김했다. 김 회장은 매운맛 하나에 승부를 건 불닭 시리즈에서 어떤 가능성을 읽었을까. 불닭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지금, 삼양식품이 그리는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김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한국의 매운맛 극한까지 끌어올린 실험 산물 '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은 K-라면 세계화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불닭의 어머니'가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불닭 시리즈의 성공은 단순히 매운맛에 있지 않다. 단순히 맵기만 했다면 더 매운 제품을 만드는 수많은 경쟁사 제품이 이미 불닭 시리즈를 대신했을 것이다. 불닭이 성공한 이유는 '견딜 수 있는 한계 바로 직전의 매운맛 경험'에 있다고 본다. 포기하고 싶으면서도 멈출 수 없고, 고통스럽지만 강렬한 쾌감이 따라오는 아슬아슬한 매운맛의 경계를 구현한 것이다. 그 경험의 핵심은 소스와 면의 궁합이다. 불닭볶음면은 처음부터 면과 소스가 하나의 완성된 페어링으로 태어났다. 매운맛의 강도, 단맛이 받쳐주는 지점, 감칠맛의 깊이를 수백, 수천 번 다듬어 도달한 것이 지금의 불닭 소스다."

2012년 출시 때 지금처럼 세계에서 통하리라고 예상했나.

"이렇게까지 성공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불닭볶음면 출시는 시장을 상대로 한 실험이었다. 불닭볶음면이 나온 2012년 무렵은 삼양식품이 회사의 성장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시기였다. 수십 년간 국내시장을 지켜왔지만 변하는 시장 안에서 삼양식품이 다음 세대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물어야 했다. 불닭은 그 질문에서 나온 시도 가운데 하나다. 개발 당시 주목한 것은 매운맛이라는 감각의 희소성이었다. 어느 문화권에나 매운 음식은 있지만 한국의 매운맛은 결이 다르다. 단순히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먹고 나서도 멈추기 어려운 중독성, 땀이 나면서도 손이 가는 역설적 쾌감이 있다. 그 매운맛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했다."

5월 삼양식품 명동 본사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대국민 소통 프로젝트 ‘갓생한끼’ 행사에서 청년들과 대화하는 김정수 회장. 삼양식품 
실험적 제품이었기에 출시를 앞두고 걱정도 있었을 것 같다.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세상에 없던 아주 매운 볶음면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성적'이 좋아졌다. 첫 달 8억 원 수준이던 매출이 서너 달 뒤 30억 원을 넘었다. 기대가 맞았고 곧 확신이 들었다. 소비자가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다른 소비자가 그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레시피를 만드는 독보적 제품이 됐다. 지금은 전 세계 다양한 소비자가 각자의 레시피로 불닭 시리즈를 즐기고 있다."

불닭 시리즈를 세계에 알린 것은 한 편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2014년 2월 10일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런던의 불닭볶음면 도전'이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불닭볶음면을 영국 친구들과 함께 먹어보는 영상이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고, 그해 유튜브 코리아가 꼽은 국내 인기 동영상 6위에 올랐다. 이후 해외 유튜버들 사이에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졌고, 관련 영상만 100만 개가 넘게 올라왔다. 무대는 틱톡으로 옮겨갔다. 2024년 3월 미국 유명 래퍼 카디 비(Cardi-B)가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렸고, 같은 해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었다. 삼양식품이 2023년 아시아 9개국에서 직접 진행한 틱톡 챌린지는 한 달 만에 조회수 약 7억 회를 기록했다. 소비자가 먼저 불을 지폈고, 기업은 그 불길에 장작을 보탠 셈이다.

‘파이어 누들 챌린지'는 기업 마케팅보다 소비자 콘텐츠가 브랜드를 키운 사례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그 흐름을 어떻게 포착했고, 어디까지 개입했나.

"음식은 더는 배를 채우는 상품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음식은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먹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고, 친구에게 공유하고, 함께 도전한다. 이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겪은 사례가 불닭 시리즈다. 2014년 사람들이 불닭 시리즈 제품을 먹으며 반응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 사람이 영상을 올리면, 그걸 본 사람이 호기심에 제품을 사고, 다시 자기 경험을 올렸다. 기업이 메시지를 정해 소비자에게 전하던 방식과 정반대였다. 소비자가 먼저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삼양식품이 트렌드를 인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가 생겨날 수 있는 본질을 가진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문화를 만들 공간을 열어주고, 그 문화가 이어질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식품박람회 ‘타이펙스-아누가 2026’ 삼양식품 부스.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의 성공이 매운맛 유행이나 한류에 기댄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K-콘텐츠 열기가 식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K-컬처가 한국 제품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호감을 높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해외에서 불닭 시리즈가 소비되는 실제 경로를 보면 출발점은 대부분 맛 자체다. 극한의 매운맛이라는 보편적 자극에 먼저 반응하고, 한국 제품이라는 사실은 그다음에 안다. 면은 어느 문화권에서도 낯설지 않은 음식이라 마트 진열대에 오르는 순간 누구나 쉽게 고른다. 여기에 도전적인 매운맛이 더해지면 평범한 한 끼가 공유하고 싶은 경험이 된다. 강렬한 첫 경험이 반복되는 루틴이 되고, 그 루틴이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이것이 불닭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불닭볶음면에서 시작해 까르보불닭, 치즈불닭, 짜장불닭으로 이어진 확장이 불닭을 하나의 브랜드군으로 만들었다. 신제품을 낼 때 '불닭다움'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오리지널 불닭의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들어와 머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기준이다. 까르보나라, 하바네로, 치즈불닭처럼 맛의 폭을 넓힌 제품만 20여 종이다. 유럽 식품 성분 기준에 맞춘 제품, 무슬림 소비자를 위한 할랄 인증 제품처럼 시장과 소비자의 필요도 함께 고려한다."

삼양식품, 라면 기업에서 푸드케어 기업으로 진화 중

삼양식품의 고속 성장에는 하나의 질문이 따라붙는다. 불닭 시리즈라는 한 브랜드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불닭 한 브랜드에서 나오는 만큼, 매운맛 유행이 식거나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으로 추격해 오면 성장세가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닭 이후'를 무엇으로 채울지가 삼양식품이 풀어야 할 다음 숙제인 셈이다.

불닭 시리즈가 전체 매출의 약 70%, 해외 매출의 80% 가까이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불닭 시리즈는 삼양식품의 가장 큰 자산이면서 가장 예민하게 관리해야 할 지점이다. 트렌드 주기가 바뀌거나 유사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소스와 스낵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히는 한편, '불닭'이라는 맛 자체를 특정 제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매운맛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하나의 기능으로 재정의되는 시대다. 매운맛의 핵심 성분인 캡사이신의 대사 촉진과 항염 효과에 관한 연구가 이어지는 것도 불닭 시리즈가 더 넓은 일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라고 본다."

삼양식품의 다음 성장 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다른 라면 브랜드인가, 소스·간편식 같은 불닭 시리즈의 카테고리 확장인가.

"불닭 시리즈가 쌓은 글로벌 유통망과 신뢰를 발판 삼아 각 브랜드가 독자적 가치로 시장에 서는 구조를 만들려 한다. 글로벌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은 건강과 맛을 함께 잡으며 미국·일본·유럽·호주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식문화를 녹인 국물라면 '맵(MEP)'은 태국·인도네시아에 이어 일본·미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노화 연구에도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이 브랜드들은 불닭의 '다음'이라기보다 삼양식품이 닿을 수 있는 시장의 폭을 넓히는 동반자다."

‘제2의 불닭 시리즈'를 찾는 것인가.

"‘제2의 불닭 시리즈'를 거론하기에는 불닭이 아직 성장할 여력이 훨씬 많다. 불닭 시리즈가 어느 나라에서든 통하는 맛의 기준이 되고, 그 기준이 건강한 삶의 방식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우리가 그리는 미래다. 그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역량을 불닭 시리즈에만 쏟는 것은 아니다. 지금 세계 식품 시장은 간편함, 경험, 건강이라는 세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와 있다. 삼양식품은 라면 기업에서 '푸드케어(foodcare)'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사 전문 헬스케어 브랜드 스핀들(Spindle)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연구를 하고 있다. 아직 초기지만 모두 누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고르는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삼양식품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라면 신제품도 내놓고 있다."

국물라면 '맵'도 세계시장 노린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3일 '삼양1963'을 내놨다. 제품명의 1963은 삼양식품이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출시한 해의 숫자이고, 출시일인 11월 3일은 정확히 36년 전인 1989년 '우지 파동'이 터진 날이다. 당시 삼양라면을 공업용 우지로 튀긴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1997년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헛소문의 여파는 컸다. 당시 불매운동이 퍼지며 3개월간 공장 가동이 중단됐고, 경영 악화로 1000명가량의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이후로 삼양식품은 라면에 우지를 쓰지 않고 팜유만 써왔다. '삼양1963'은 1960년대 라면 유탕 방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김 회장은 출시 행사에서 "시부모님께서 우지라면에 대해 항상 가슴 아파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지 파동이라는 아픈 기억을 '맛의 유산'으로 삼아 '삼양1963'을 출시했다. 명예 회복을 노린 것인가.

"우지 파동은 익명의 투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사실보다 오해가 더 빨리 퍼지던 시대였고, 기업과 직원들이 감당한 상처가 매우 컸다. 이 사건에서 두 가지를 배웠다. 기업의 위기는 사실보다 오해에서 더 쉽게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직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당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분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그분들의 젊음과 삶이 흔들렸다는 점이 가장 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삼양1963'은 삼양식품의 역사와 정신을 정면으로 되살리는 프로젝트였다."

2025년 11월 3일 서울 중구 보코 서울 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 1963’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서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단순한 복고 제품은 아니라는 뜻인가.

"‘삼양1963'은 대한민국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오늘의 기술과 기준, 감성으로 다시 해석한 제품이다. 우지를 현대적으로 정비해 정통의 깊은 맛과 기름지지 않은 깔끔함을 함께 구현했다. 단순 복각이 아니라 삼양식품의 정체성과 명예를 되찾는 과정이자 리브랜딩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체된 국물라면 시장에서 프리미엄 국물라면의 새 기준이 돼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한 분 한 분이 '정성스러운 진짜 한 끼를 받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국물라면의 원조를 상기시키는 '삼양1963'의 성장세도 두드러지지만, 2024년 출시한 국물라면 브랜드 '맵(MEP)'의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도 전년 대비 9배 늘었다. 국물라면까지 세계시장을 노리는 것인가.

"그렇다. 불닭 시리즈가 만든 인지도와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는 국물라면까지 영역을 넓혔다. 중국은 삼양식품 글로벌 성장의 핵심 축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해외 매출의 40~50%를 차지했고, 지금도 그 위상은 같다. 프리미엄 볶음면 시장의 성장성, 생산 능력 확대 필요성, 내수시장 규모를 함께 따지면 중국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집중해야 할 시장이다. 그래서 저장성 자싱에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초 완공이 목표이고, 완공되면 연간 11억 개 생산능력을 갖춘다."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로 1989년 이후의 시간을 새로 썼고, '삼양1963'으로 1989년 이전의 시간을 다시 불러냈다. 김 회장이 그리는 삼양식품의 다음 장은 그 둘을 잇는 데 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라면이라는 카테고리의 강자, 경험을 파는 브랜드, 웰니스로 진화하는 기업. 이 세 축을 삼양식품이라는 이름 아래 유기적으로 잇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리는 중장기 미래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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