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주 더봄] 앙리 미쇼의 '바다'
바다로 떠나 현실과 마주한 청춘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 미쇼
고독 속에서 자유의 의미를 묻다
<바다>
앙리 미쇼
내가 알고 있는 것, 나만의 비밀, 그것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다.
스물한 살 때 나는 도시의 생활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뱃사람이 되었다. 선원이 된 뒤에 나는 놀랐다. 바다를 바
라보는 게 뱃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에서 노동을 해야
했던 것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휴가가 시작되고 배는 항구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바다와 이별하듯 바다
를 등지고 출발하였다. 하지만 이미 내 안에 바다를 갖고
있었다.
어떤 바다냐고?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말하려고 해도

—아버지! 저는 꿈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원대한 미래가 있어요. 저는 떠날 것입니다. 저 드넓은 바다로.
—막스! 네 미래가 바다에 있단 말이냐? 꼭 바다로 가야 네 꿈을 완성할 수 있더냐?
—네. 아버지! 저를 막지 말아 주십시오. 멋진 꿈을 이뤄 돌아오겠습니다.
큰 꿈을 꾸며 막스는 배에 오른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스의 각오는 대단하다. 인생이 무엇인지, 긴 세월을 통과한 아버지는 이를 어찌할 수 없이 지켜만 본다. 그럴 수밖에 없다. 활활 타오르는 청춘 앞에서는.
바다로 떠난 막스, 망망대해 홀로 선다. 거친 파도와 드센 물살, 먼 수평선과 마주한다. 모든 것이 내 것 같아,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막상 배 위의 생활은 바다만을 품을 수 없었다.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노동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로 가면 곧 바다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생기리라 믿었지만 바다는 또 하나의 역경이었다. 장소만 바뀐 또 다른 인생 공간이었다. 파노라마를 견뎌야 하는 또 다른 전쟁터, 바다. 그곳의 생활은 현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말 그대로 세상 속 장터였다. 그런데 과연 장터에 그쳤을까.
아웃사이더! 어떤가 멋진가? 아웃사이더의 영원한 테마는 고독이다. 더불어 아웃사이더가 갖춰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그 분야에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둘째는 슬픔에 뻔뻔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가. 아웃사이더 자질이 충분한가.
앙리 미쇼 그는 프랑스 문단의 아웃사이더였다. 이단아를 넘어서는 독보적 존재. 사람 자체가 혁명인 미쇼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충돌과 저항의 목소리로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한 시인, 나는 '개 같은 삶'을 희망한다. 라는 거침없고 저돌적인 반항을 내세우며, 이를 몸으로 행동한 시인이다.
미쇼의 일생은 여행이었다. 문학과 여행을 함께했다. 자신의 내면과 외부를 문학과 여행에 두고 '부재하는 기둥 위에 나를 세운다'라는 당돌한 지점에 온전히 자신만의 집을 건설한다. 또한 생각과 실천을 똑같이 행동함에 거침이 없었다.
세상이 무섭지 않은 시인, 미쇼의 생애는 떠남과 돌아옴의 반복이었다. 떠났다 돌아와 다시 떠남을 기획하는 시인, 일생을 거부의 몸짓으로 영원한 소속을 거절한 시인, 평생이 여행인 앙리 미쇼의 모습 그대로 태어난 위 시는 그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결론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이 없는 침묵으로 마무리된다. 이미 내 안에 해답이 있다는 듯, 툭 던진다. 진정 지혜로운 아웃사이더의 기똥찬 술책이다.
위 시는 참 자신만만하다. 바다에 나의 거대한 꿈이 있어 바다로 떠났고, 바다를 경험하고 그 바다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그것이 어떤 바다였는지 겉모습만을 살짝 비친 채. 마치 속속들이 궁금하다면 당신도 가서 직접 체험해 보라는 듯, 한 치의 여지도 없이 짤막하게 정답을 미룬다. 아니, 정답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어쩌면 이것이 정답일지 모른다고 뚝, 시치미를 떼며.
앙리 미쇼의 말년은 문학을 넘어 예술가로 거듭난다. 몸소 실천하는 예술의 의지를 죽음 직전까지 격렬하게 찾아 나선다.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개최하고 여러 분야의 예술가를 만나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죽음 직전까지 '부재하는 기둥 위에 무언가를 계속 건설'한다. 진정 내 안에 있는 목소리가 단일한 외침이 아닌, 다수의 열렬한 비명임을 확인한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의 것을 모조리 끌어낸다. 내 속의 나를 위해 온몸을 바친다. 뜨겁게 고독하게 광적으로.
한 편의 시에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이런 과정으로, 이와 비슷한 통과의례를 거쳐 세상을 살아내고 있다. 하물며 이 시와 같이 이렇게 내 인생에 용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가.
아니 당신께 묻기 전, 나에게 먼저 묻는다. 나는 어떠했나? 용감했나? 진정 자유로운가? 나 역시 대답이 곤란하다. 자, 당신도 내 안의 나! 한 번쯤 격렬하게 꺼내보자. 뜨겁게 고독하게 때로는 광적으로.
zoo-mouse@hanmail.net

양선주 시인·작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산창작기금을 수혜하며 문단에 데뷔해 시집 <사팔뜨기>를 출간했다. 건강 문제로 인한 긴 공백기 끝에 2025년 시집 <열렬한 심혈관>, 산문집 <시는 내 곁으로 와 눕고>(공저)를 펴내며 다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소설미학>에서 동화, <월간문학>에서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적 역량을 펼치고 있으며, 동화책과 동시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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