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AI나노센서로 ‘세포 스트레스’ 분석한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산소를 활용,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불안정한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이 활성산소들은 정상 세포나 DNA를 산화시켜 망가뜨릴 수 있다. 이때 활성산소가 지나치게 많아져 세포가 이를 막아내지 못하는 상태를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라고 한다. 세포와 DNA, 단백질을 손상시켜 노화와 질병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산화 스트레스에 세포가 얼마나 시달리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세포 안에는 산화 손상을 막는 여러 물질이 존재한다. 이들의 양과 상태는 끊임없이 변한다. 때문에 화학적으로 비슷한 성질의 물질이 섞여 있을 경우,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이때 최근 '삼성전자' 연구진이 인공지능(AI)과 나노센서를 이용, 체내 산화 스트레스 상태를 파악하는데 활용 가능한 차세대 분석 기술을 고안했다. 항노화 및 질병 연구,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 빛으로 글루타티온 구분하는 나노센서… AI로 혼합 비율 예측
4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전자 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Global Technology Research) 연구진은 'AI 기반 글루타티온 산화환원 비율 측정을 위한 이중 분자각인 메조다공성 유기실리카 나노탐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ACS Omega'에 게재됐다. 삼성전자 선행제품기술팀(Advanced Product Technology Team)과 독일 막스플랑크 소프트웨어시스템연구소(MPI-SWS)'가 공동 진행했다.

이때 핵심은 '글루타티온(Glutathione)'의 측정이다. 글루타티온은 체내 세포 산화환원 균형을 유지하는 항산화 물질이다. 크게 '환원형(GSH)'과 '산화형(GSSG)'으로 구분된다. 즉, 이 두가지 글루타티온의 세포 내 비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세포의 산화환원 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물질은 화학적 구조가 매우 유사하고 세포 내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 연구진은 센서용 '나노소재'를 새롭게 고안했다. 소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글루타티온을 미리 넣어 만든 것이다. 그 다음, 특수 용액을 이용, 소재 내 글루타티온을 제거했다. 이렇게 하면 나노소재에 글루타티온들이 있었던 '구멍'이 남는다. 즉, 종이퍼즐처럼 글루타티온의 종류별 구별이 가능한 일종의 나노소재틀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분자각인(Molecular Imprinting)' 기술이라고 부른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로 신형 나노센서를 제작했다. 센서에는 '그래핀 양자점' 기술을 적용했다. 그래핀 양자점은 매우 작은 탄소 기반 입자다. 빛을 받으면 형광을 내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표적물질(센서가 분석하거나 찾는 물질)'이 달라붙으면 그래핀 양자점 주변 화학 환경이 변화,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이 원리를 활용해 연구진은 환원형, 산화형 글루타티온을 표적물질로 하는 두 가지 센서 모델을 제작했다. 그 다음, 센서에서 나오는 빛 신호를 AI로 분석해 혼합 비율을 예측했다. AI모델은 '심층신경망(DNN)'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는 여러 단계의 계산을 거쳐 데이터 속 복잡한 관계를 학습하는 AI다.

◇ 질병 연구부터 화학물질 분석까지…해외서도 유사 기술 개발
이번에 삼성전자와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이 고안한 기술은 향후 세포의 산화환원 상태를 분석하는 바이오센서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글루타티온의 성분 비율은 세포가 산화적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지표다. 즉, 질병 연구나 신약개발 과정에서 세포의 상태와 변화를 분석 등에 적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바이오 산업의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는 만큼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바이오기업 '프로메가(Promega)'는 발광 신호를 이용한 글루타티온 산화·환원 비율 측정 기술을 상용화한 상태다. 영국에서 설립된 '앱캠(Abcam)' 역시 형광 신호 활용 글루타티온 분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 테네시대학교 연구진은 지난해 라만분광법과 머신러닝을 결합한 글루타티온 산화환원 비율 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빛을 이용해 물질의 분자 구조에 따른 신호를 측정한 뒤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올해 5월 스페인 'CIDETEC 연구소'와 '바르셀로나 마이크로전자공학연구소(IMB-CNM)',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오슬로대학병원' 국제 공동연구진도 전기화학 센서와 AI를 결합한 글루타티온 분석 기술을 발표했다. 이 기술은 전기화학 센서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AI로 분석, 글루타티온 성분을 정량화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 성과들을 기반, 관련 시장 성장도 급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세포 산화 스트레스 분석 기술 시장은 12억달러(약 1조6,056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오는 2035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성장한 27억달러(약 3조6,12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9.4% 수준이다.
GMI는 "최근 노화 등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암, 당뇨병 및 만성 호흡기질환의 증가로 산화 스트레스 측정을 위한 대규모의 지속적인 연구 기반이 형성됐다"며 "이러한 역학적 수치가 기술의 판매량을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화 스트레스 경로 관련 연구, 임상 실험, 신약 개발 프로젝트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나노센서에서 발생하는 빛의 변화를 AI로 분석해 두 물질의 혼합 비율을 알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향후 다양한 화학물질의 비율 측정과 여러 생체지표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나노센서 개발의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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