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사부터 법원장까지…與 ‘조희대 압박’에 격앙된 법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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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사법부가 술렁이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정했다.
성 판사는 사법개혁 3법 입법과 법왜곡죄 신설, 대법원장 탄핵 논의, 국정조사 시도 등 사법부가 처한 상황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댔다.
의장인 강동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3일 각 법원 법관대표들에게 별도 공지를 보내 "지난 주말부터 국정조사 등의 이슈로 코트넷에 많은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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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사퇴’ 촉구했던 법관도 與 비판…“법원부터 성찰해야” 반론도
법관대표회의 임시회 개최 여부 촉각…“소집 필요한 상황이면 바로 열 것”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사법부가 술렁이고 있다. 법원 내부망에는 연일 '사법독립 침해'를 비판하는 현직 판사들의 실명 글이 올라오는 중이다. 각급 법원 대표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는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의혹 등을 규명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정했다. 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국정조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당초 이달 5일 요구서 보고 뒤 조사계획서 의결 방안을 검토했지만, 전날 의원총회에서 추가 의견 수렴을 이유로 보고를 미뤄둔 상태다. 여권에서는 국정조사와 함께 대법원장 탄핵도 거론되고 있다.
코트넷 달군 '동물농장'…"이제는 목소리 낼 때"
법원 안의 공개 반발은 지난달 30일부터 본격화했다. 올해 초 사법개혁 3법 입법 당시 차분했던 분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기폭제는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가 코트넷에 올린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글이었다. 성 판사는 사법개혁 3법 입법과 법왜곡죄 신설, 대법원장 탄핵 논의, 국정조사 시도 등 사법부가 처한 상황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댔다. 그는 대법원장이 연일 공격과 비난을 받고 있는데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20명 이상이 댓글을 달았고, 대체로 성 판사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조미연 청주지법원장은 판사가 대법원장 지시에 따라 판결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면 "저를 비롯한 전체 판사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나"라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했다.
윤상도 서울북부지법원장도 성 판사와 조 법원장의 글에 모두 동의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평판사에서 법원장급까지 공개적으로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한윤옥 창원지법 밀양지원장 역시 사법권 독립과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에 잠식될 경우 민주주의가 정치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권의 압박이 개별 재판의 독립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양근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는 "헌정사에 정치권력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부 수장을 겁박한 적이 있었느냐"고 적었다. 그는 대법원장마저 난도질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법관들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할 수 있겠느냐고도 물었다.
비판 대열에는 한때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판사도 가세했다.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을 당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2일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글에서 "개별 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 시도를 실질 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시는 것은 명백히 사법 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법관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썼다.
이어 정 부장판사는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권을 향해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법원 안의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박병곤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이라는 글에서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박 판사는 12·3 내란 당시 법원이 제 역할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5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이례적으로 빠른 심리 과정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고 짚었다.

법관회의 의장 "필요하면 즉시 임시회의"
이런 가운데 시선은 법관대표회의로 쏠리고 있다. 남준우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3일 코트넷에 '침묵의 의미(전국법관대표회의의 개최를 촉구하며)'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례 없는, 그리고 향후 정권과 관계없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법관 재제청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개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재제청 사태는 여권이 국정조사 대상으로 꼽은 사안 가운데 하나다.
남 부장판사는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는 영국 작가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문구와, 결국 적의 말이 아닌 동지의 침묵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을 인용하며 법관들이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성 판사를 향해서는 "깊이 공감하며 선배로서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적었다.
법관대표회의 측도 곧바로 반응했다. 의장인 강동원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3일 각 법원 법관대표들에게 별도 공지를 보내 "지난 주말부터 국정조사 등의 이슈로 코트넷에 많은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판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법원 대표들에게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기회의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임시회의 소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정기회의 전이라도 바로 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법원 내부의 개별 의견 표명이 법관대표회의 차원의 공식 논의로 옮겨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같은 날 법관대표회의 운영위원회는 12월7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하반기 정기회의를 대면·비대면 병행으로 연다고 공지했다.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 규칙에 따라 구성된 공식 기구로, 사법행정과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정기회의는 매년 4월과 12월 두 차례 열린다.
올해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은 모두 130명이다. 안건을 제안하려는 법관대표는 코트넷 법관대표회의 게시판에 안건을 올려야 하며, 오는 11월30일까지 다른 구성원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의장이 정기회의 안건으로 상정한다. 사전 발의 요건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회의 당일 다른 구성원 9명의 동의를 얻으면 현장에서 안건 상정을 요구할 수 있다. 정식 소집 공고는 이달 20일께 이뤄질 예정이다.
안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대법관 재제청 논란과 국정조사 추진 등 사법독립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정기회의에 앞서 임시회의가 열릴지 여부다. 임시회의는 법관대표회의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 목적과 소집 이유를 밝혀 요구하면 의장이 지체 없이 소집해야 한다. 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도 소집할 수 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소속 법관들의 임시회의 소집 요구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의장이 직권으로 소집할지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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