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에 지원 철회..."매년 40억불 지급, 내년부터 중단"

김소희 2026. 11. 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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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당일인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매년 제공해 온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올해 연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군사 지원 축소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연내 지원 중단이라는 발표 시점은 이스라엘이 예상한 수순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연간 4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연말에 중단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번영한 국가가 됐고 더 이상 그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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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원 비판 여론 의식한 듯
2028년까지 협정…올해 말 중단 선언
이스라엘 야권 "네타냐후 책임" 비판
3일 이란 테헤란 중심부에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모습이 그려진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당일인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매년 제공해 온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올해 연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군사 지원 축소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연내 지원 중단이라는 발표 시점은 이스라엘이 예상한 수순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좌파가 불공정의 상징으로 이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연간 4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지만, 연말에 중단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번영한 국가가 됐고 더 이상 그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제안으로 수년 간 지원 중단 문제를 논의해왔으며 "몇 달 전에 이를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이스라엘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계속 구매할 수 있고, 필요하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며 양국 간 안보 협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민주당 후보들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후보를 거론하며 "왜 우리가 엘사예드 같은 미치광이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나. 형편 없는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좌파가 40억 달러 지원을 불공정의 상징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엘사예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군사 지원에 반대하며 "미국 납세자의 돈은 다른 나라에 폭탄을 퍼붓는 대신 자국민과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3일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 미시간대 교내 투표소를 방문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압둘 엘사예드가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미국 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6월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48%와 민주당원의 66%가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나치게 지지한다'고 답했다. 2017년 같은 응답 비율이 각각 16%,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발표가 실제 표심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솅커 전 미 국무부 중동 담당 차관보는 AP통신에 "공화당 지지층도, 민주당 지지층도 표심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스라엘에 매년 38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협정은 2028년 9월까지 유효하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에 따르면 연간 38억 달러의 지원금 중 33억 달러는 F-35 전투기와 폭탄 등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나머지 5억 달러는 아이언돔과 기타 장거리 방어 시스템 등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에 사용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대로 내년부터 이스라엘에 지원을 중단하려면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트럼프 발표에 놀란 이스라엘?

이스라엘에서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안보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놀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군사 지원을 장기적으로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안은 양국 간에 논의돼 왔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제안한 것은 향후 10년에 걸쳐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원 축소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논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연내 종료라는 구체적인 시점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는 공영방송 칸(Kan)에 "이런 발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도 현지 매체 와이넷(Ynet)에 "2년이면 8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어디서 마련해야 하느냐"며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제적 부담을 우려했다.

이스라엘 야권 지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책임을 돌렸다. 가디 아이젠코트 야샤르당 대표는 엑스(X)에 "이스라엘 시민들과 안보 기관조차 전략적 관계의 변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은 네타냐후의 행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며 "우리는 더 이상 그에게 의존할 수 없으며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적었다. 야이르 골란 민주당 대표도 미국의 지원 중단이 "이스라엘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이로= 김소희 특파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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