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성 명산에서 고구려를 만나다 [중국 랴오닝성]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대장 2026. 11. 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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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에서 중국 랴오닝성(요령성) 단동丹東(단둥)까지 가는 뱃길은 실속파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황금노선이다. 국경도시 단동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우리나라 고대 국가들이 찬란하게 번성했던 땅으로, 한민족 숨결을 만나는 첫 관문이다.

동북3성엔 고구려가 수·당나라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에 맞서 구축한 봉황산성, 요동성, 백암성, 안시성, 비사성, 오골성 등 수많은 산성이 밀집해 있다.

국가 5A급 여유경구로, 2004년 유네스코는 오녀산성을 포함한 국내성, 환도산성, 고구려 고분군을 묶어 '고대 고구려 왕국의 수도와 무덤군'이라는 명칭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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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산, 천산, 오녀산

인천항에서 중국 랴오닝성(요령성) 단동丹東(단둥)까지 가는 뱃길은 실속파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황금노선이다. 국경도시 단동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우리나라 고대 국가들이 찬란하게 번성했던 땅으로, 한민족 숨결을 만나는 첫 관문이다. 14억 인구 중국은 34개(대만 포함)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동북부에 위치한 랴오닝성(요령성), 지린성(길림성), 헤이룽장성(흑룡강성) 세 곳을 동북東北3성省이라 한다. 과거에는 만주滿洲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곳은 누르하치가 여진족을 통합해서 세운 청나라의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역사적·지리적·문화적으로 매우 밀접한 곳이다.

랴오닝성에서 발굴된 '요령식 동검'은 고조선의 청동기 문화를 대표하는 가장 독창적이고 중요한 유물이다. 중국의 직검(일직선 모양의 검)과 달리, 검신이 전통악기 비파를 닮았다 해서 '비파형 동검'으로도 불린다. 이러한 청동 유물은 동북3성을 비롯해, 평안도·황해도·충청도 등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된다. 동북3성엔 고구려가 수·당나라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에 맞서 구축한 봉황산성, 요동성, 백암성, 안시성, 비사성, 오골성 등 수많은 산성이 밀집해 있다. 고구려 첫 도읍지였던 오녀산성(졸본성)과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 광개토대왕비, 장수왕릉(장군총) 또한 이 지역에 현존한다.

봉황산 '전안봉'. 당태종 이세민이 화살을 쏘아 구멍이 뚫렸다는 전설이 있다. 

단동의 옛 이름은 '동쪽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의 안동安東이다. 1965년 '아침 해가 뜨는 붉은 도시'라는 단동丹東으로 바뀌었다. 청나라 시기에는 만주족의 성지 보호를 위해 사람의 출입을 막는 '봉금지대'였다. 1876년 봉금령이 해제되었고, 1911년 일본에 의해 경성-신의주의 압록강 철교가 개통되며 본격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현재의 단동은 북중 무역의 70% 이상이 거래되는 대북무역의 중심지다. 최근에는 KTX급 고속철도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단동에서 선양을 거쳐 백두산역까지 기차로 4시간대에 갈 수 있어 한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다.

랴오닝성을 대표하는 4대 명산으로 봉황산鳳凰山(836m), 천산千山(708m), 오녀산五女山(821m), 의무려산醫巫閭山(866m)을 꼽는다. 668년 이전까지 고구려가 지배했던 곳이다. 이곳의 산과 들판의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숲에서 자라는 수목과 초목류도 우리나라의 생태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한중지괴라는 거대한 대륙판에 속해 있는 한 뿌리다. 중국 동북부는 위도가 높고 대륙성 기후의 영향이 강해 한반도 중부지방보다 계절의 변화가 1~2주가량 빠르며, 단풍은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중국에도 등산 열풍이 뜨겁다. 주말엔 등산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증사진이나 등산코스 공유가 활발하다고 한다. 현지인들의 랴오닝성 4대 명산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봉황산은 암릉의 스릴을 즐기기 좋고, 천산은 다양한 등산로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고, 오녀산은 호수에 잠긴 가을 단풍이 최고다. 의무려산은 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역대 왕실에서 제사를 지낸 영함한 산으로서, '의무려'라는 한자 뜻대로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는 산'이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의무려산을 제외하고 3개의 산을 다녀왔다.

봉황산 '노호구'.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협곡이다.

봉황산늙은 소의 등처럼 뾰족한 암릉

단동 시내에서 40km 거리, 펑청시.城市에 있는 봉황산에는 도교 사원들이 많다. '화하(중국) 제일의 험준한 명산'이라는 별칭만큼 스릴이 넘치는 산악 어드벤처의 축소판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도 상세하게 묘사될 만큼 조선의 사신들이 국경을 넘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산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영암 월출산과 비슷한 산세지만, 산속은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처럼 온통 깎아지른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문 입구에 '국가 AAAA급 여유경구旅遊景區'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여유경구는 관광지(관광구역)라는 뜻이다. 4A라고 해서 5A에 결코 뒤진다는 뜻은 아니다. 산세로 친다면 5A에서 A를 하나 더 주고 싶을 정도다.

등산로는 두 개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산을 크게 돌아가는 코스는 서산풍경구 입구에서 봉화대 - 나한봉 - 토이봉 - 노우배 - 찬운봉(정상)을 찍고, 셔틀버스로 원점회귀하는 방법이다. 기암괴석과 풍광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간다면 토이봉부터 실질적인 산행이 시작한다.

어느 경로를 가더라도 '노우배老牛背'를 만나게 된다. '늙은 소의 등'이라는 이름처럼 뾰족한 암릉 좌우로 천길 낭떠러지다. 정상까지는 토끼굴처럼 좁은 바위틈을 기어가거나 사다리 수준의 암벽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천애해각'은 일몰 명소다. 발아래 세상을 굽어보는 장엄한 풍경이 일품이다. 산 아래쪽에는 고구려 산성 중에 규모가 가장 큰 16km 길이의 봉황산성이 산 허리를 감싸고 있다.

▶ 풀코스 산문 입구 - 셔틀버스 - 매표소 - 선인호 - 약왕묘 - 서산풍경구 입구 - 능공잔도 - 소우배 - 나한봉 - 토이봉(케이블카 도착지) - 노우배 - 백보긴 - 유리잔도 - 노호구 - 신마봉 - 천애해각 - 두견파 주차장 - 셔틀버스 - 산문입구(9km, 5시간 30분~) *셔틀버스 대기 시간 제외

▶ 단축코스 약왕묘 지나서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2인승 케이블카를 10분 정도 타고 올라가면 토이봉에 도착, 이후부터는 풀코스와 같은 등산로를 따라간다. (4.5km, 3시간) *셔틀버스·케이블카 대기 시간 제외

봉황산 입구를 알리는 거대한 산문.
한발만 헛디뎌도 천길 낭떠러지인 바위잔도.
아찔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유리잔도.
장군봉 근처. 수직 절벽 아래는 봉성시 전경이다.
'토이봉'까지 왕복하는 2인승 케이블카.

천산요동 제일의 명산이라는 자부심

천산은 국가 5A급 여유경구로 안산시鞍山市에 있다. 1,000개의 봉우리가 1,000송이 연꽃과 같아서 '천타련화산千.蓮花山'이라고도 한다. 천산에서 백두산까지 장백산맥(천산산맥)이 200km가량 이어진다. 고구려 시대에는 요동 지방을 방어한 천연 장벽을 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산문 입구에는 '남유황산 북유천산南有黃山 北有千山(남방에 황산이 있다면 북방에는 천산이 있다)'이라 써 있을 만큼 요동 제일의 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산 전체를 돌아보려면 일주일은 걸려도 모자란다고 말할 정도로 수많은 기암괴석과 불교 사찰과 도교 사원이 어우러져 있다. 천산은 1,400년 전 북위 시대부터 불교 사찰이 자리 잡았고, 당나라 선종의 중심지인 오대선림이 있는 중국 5대 불교 성지 중 하나다. 명·청 시기에는 도교가 융성해지면서 도교의 성지가 됐다.

천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오불정五佛頂과 협편석夾扁石 코스다. 오불정은 당태종 이세민이 요동정벌(고구려 원정)을 앞두고 여러 스님들과 함께 올랐다가 영험한 기운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오불정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사방이 트인 산봉우리에는 빨간 망토를 입은 다섯 개의 불상이 있다. 구름이 넘어간다는 과운정過雲亭에서 바라보는 셀 수 없는 봉우리와 깊은 계곡의 경치도 일품이다.

협편석 코스는 도교적 세계관이 버무려져 있다. 등산코스 전체가 하나의 선인이 되는 과정이다. 오르는 곳곳엔 도교의 팔선탑, 취선대, 갈공탑, 조사탑 등 거대한 석탑들이 즐비하다. 무량관에서부터 조망이 터지며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가 많다. 협편석은 집채만 한 바위 사이를 기어서 들어가고 나오는 바위굴이다. 사람 키만 한 바위에 쇠고리(철환)를 잡고 올라가는 일보등천一步登天이 있다. 현지인들과 도교인들 사이에서 "협편석의 고난을 뚫고, 고리를 잡고 올라서면 인생의 가파른 고비를 뛰어넘고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 오불정 코스 산문 - 오불정 케이블카 - 노군전 - 오불정 - 과운정 - 케이블카 - 산문 (3시간~) *셔틀버스·케이블카 대기 시간 제외

▶ 협편석 코스 산문 - 팔선탑 - 무량관 - 협편석 - 일보등천 - 천상천 전망대 - 무량관 - 산문 (3시간)

천산에서 백두산까지 뻗은 장백산맥(천산산맥)의 장엄한 능선.
천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산문.
다섯 개의 불상이 있는 '오불정' 정상.
도가의 시조인 태상노군(노자)을 모신 도교사원.
협편석을 지난 후 일보등천에 올라야 복을 받는다고 한다.
천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념사진 촬영 명당.

오녀산고구려 최초의 산성인 졸본성

오녀산은 환런헌桓仁.(환인현)에 있다. 우뚝 솟은 산세에 사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강진 수인산과 흡사한 모양새다. 국가 5A급 여유경구로, 2004년 유네스코는 오녀산성을 포함한 국내성, 환도산성, 고구려 고분군을 묶어 '고대 고구려 왕국의 수도와 무덤군'이라는 명칭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주몽(동명성왕)이 고구려를 건국하면서 첫 수도로 삼았던 졸본卒本은 오녀산 아래 환인 지역이다. 오녀산 정상에는 고구려 최초의 산성인 졸본성(오녀산성)이 있다.

오녀산은 오녀산박물관에서부터 시작한다. 오녀산성에서 출토된 고구려 시대 궁궐 터와 주거지, 철기류 등 유물 2,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후문으로 나오면 오녀산만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승강장 입구에는 커다란 비석에 '고구려시조비古句麗始祖碑' 글씨와 삼족오 그림이 새겨져 있어 뭉클한 마음이 든다.

셔틀버스로 10분 정도 올라가면서 바라본 산성의 모습은, 사람의 힘으로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산문에서부터 999개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고 좁은 협곡을 지나야 비로소 서문에 도착한다. 오녀산성은 산 정상부에 남북으로 약 1.5km, 동서 너비 약 0.3km의 기다란 직사각 형태로 성벽 전체 둘레는 4.5km에 달한다. 내성은 분지처럼 평평하며, 온돌시설을 갖춘 건물 터와 2,000년 동안 한 번도 마르지 않았다는 '천지'라는 신비로운 연못이 있다.

점장대는 옛 초소가 있던 자리로 호수 전체를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대다. 마치 충주호 악어섬 같은 경치다. 단풍이 내려앉은 호수는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며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환용호桓.湖라고 한다.

▶ 오녀산박물관 - 셔틀버스 - 산문 - 999계단 - 천창문(서문) - 운해송도 - 주몽동상 - 천지 - 점장대(조망대) - 천창문(서문) - 산문(3km, 1시간 30분)

환인현 중심가에 있는 조양문, 청대에 조성되었고, '떠오르는 태양처럼 번창하라'는 뜻이다.
오녀산 박물관 내부를 관람해야만 오녀산으로 오를 수 있다. 오녀산 박물관에 있는 고구려 고분 벽화.
오녀산성 '운해송도'에서 바라보는 전경. 소나무에 어우러진 구름바다 같은 풍경이다.
'점장대'는 옛 초소가 있던 곳으로, 환용호 전체를 바라보는 전망대다.
오녀산성 안에 세워져 있는 '주몽(동명성왕)' 동상.
단동의 야경 명소인 압록강 단교. 전쟁의 아픔이 있는 안보 관광지다.

Info

산행 팁

- 중국의 유명한 산들은 대체로 산문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음, 케이블카를 타는 방식이 많다. 하산도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초입지로 이동하는 시간과 하산해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중국은 관광지에 등급을 매겨 관리한다. 1A에서부터 5A까지 총 5단계로 나뉘며, 평가 기준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 편의시설, 안전시설, 등산로 정비, 위생 상태를 종합한다.

- 등산로 곳곳에 간이매점과 화장실이 있다.

- 이정표에는 한자, 영어, 한국어, 일본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다.

- 현지 가이드는 동북공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화를 피한다.

교통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 단동까지는 약 15~16시간(한국이 중국보다 1시간 빠름) 소요된다. 2만5,000톤급 대형 카페리선 오리엔탈 펄 8호가 운항하며, 선실 내부에는 바·노래방· 면세점·편의점·식당 등이 있다. 정원은 1,500명이다. 매주 월, 수, 금 3회 인천에서 17:30에 출항, 다음날 09:00 단동에 도착한다. 단동에서는 매주 화, 목, 일 17:00에 출항, 다음날 09:30 인천에 도착한다.

객실 요금은 바다 쪽으로 창이 있는 디럭스(4인실)가 편도 18만 원, 왕복 32만4,000원이다. 이코노미(6인실)는 편도 15만9,000원, 왕복 27만9,000원이다. 기상에 따른 출항 여부는 '단동훼리'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거나 대표전화 032-891-3322로 문의하면 된다. 비자와 여권이 필수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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