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줄 알았던 이란 전투기들, 지하 기지에 숨어 있다가 다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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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남부 오브다 공군기지에 10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공군 C-17A 수송기 2대가 착륙했다.
미국 폭스뉴스와 액시오스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공군은 10월 19일 이란을 향해 전력 투사 작전에 나섰다. 수십 대의 전투기 및 지원 전력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공격편대군은 이란 영공 진입 직전에 기수를 돌려 기지로 돌아갔다.
이란이 핵심 자산인 F-14, 코우사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지하 공군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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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부사령부가 이란 공습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또 다른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에 헤그세스 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중동 모처 공군기지에 들러 미군 장병들을 격려하고 왔다"고 밝히면서 사진 몇 장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그간 ADS-B 비행 항적으로만 중동 재배치 정황이 알려진 F-35A 전투기와 A-10C 공격기 모습이 담겼다. 올여름 중동에서 철수한 미군 자산들이 다시 전개된 것이다.
미군 자산 중동 재배치 정황
이스라엘도 공습 재개 준비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브다 공군기지 방문에 앞서 이스라엘 북부 라맛 데이비드 공군기지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했다. 이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고, 함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이스라엘은 실제로 이란을 향해 대규모 스트라이크 패키지(strike package·공격편대군)를 출격시켰다. 미국 폭스뉴스와 액시오스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공군은 10월 19일 이란을 향해 전력 투사 작전에 나섰다. 수십 대의 전투기 및 지원 전력으로 구성된 이스라엘 공격편대군은 이란 영공 진입 직전에 기수를 돌려 기지로 돌아갔다. 액시오스는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을 자극해 전쟁을 재개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 이란 공습 승부수를 띄웠으나 이란 측이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10월 19일 네타냐후 총리가 감행한 '도박'은 그보다 일주일 앞서 예견됐다. 10월 12일부터 이라크 북동부에서 친이란 민병대들이 이스라엘 F-15 전투기를 식별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에픽 퓨리' 작전으로 중장거리 방공 자산 대부분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부 국경 일대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의 활동이 늘자 F-14 전투기와 코우사르 전투기들을 띄워 전투 공중 초계에 나섰다. 이들 전투기가 비행하는 모습이 이란 주민들에게도 포착됐다. 그런데 이란 F-14와 코우사르는 3월 초 미국의 집중 공습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체는 어떻게 다시 이란 상공을 날 수 있었을까.

이란이 '구닥다리' F-14 포기 못 하는 이유
이란군이 운용하는 F-14, 일명 '알리캣'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가 미국에 주문한 기체다. 당시 이란은 당대 최강 전투기이던 F-14 톰캣 80대와 F-4D/E 팬텀 Ⅱ 225대, F-5E/F 타이거 Ⅱ 181대를 주문했다. 팔레비 왕정이 붕괴되기 전까지 이란은 F-14 79대, F-4D/E와 F-5E/F 각각 60여 대를 넘겨받았다. 해당 기체들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맹활약했지만 예비 부품과 무장을 대부분 소진해 사실상 가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란은 암시장에서 부품 조달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겨우 유지되던 이란 F-14 전력은 2000년대 초반 미 해군에서 F-14가 퇴역하고 부품 공장도 모두 문을 닫은 뒤에는 비행 가능 기체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하지만 이란은 F-14를 포기할 수 없었다. F-14는 1970년대 생산된 구형 기종이지만 이란의 어떤 전투기보다도 강력한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F-14에 탑재된 AN/AWG-9 레이더는 213㎞라는 엄청난 탐지거리를 지녔고 AIM-54 피닉스 미사일의 최대사거리는 150㎞에 이른다. 결국 이란은 F-14 부품을 무단 복제한 '짝퉁'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피닉스 미사일의 경우 재고가 넉넉한 미국산 지대공미사일 MIM-23 호크를 개조해 대체하는 식으로 F-14 전력을 유지해왔다.
이번에 F-14와 함께 이란 서부 국경 방공 작전에 투입된 코우사르는 이란 공군의 최신형 전투기다. 이란은 코우사르가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4세대 전투기라고 주장한다. 이란 측 주장을 바탕으로 코우사르 스펙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이란이 자체 개발한 신형 레이더와 첨단 글라스 콕핏,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 데이터링크 시스템, 최신 항공전자장비가 장착됐다. 또한 93㎞ 거리에서 표적 2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으며, 이란이 개발한 첨단 정밀유도무기도 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란이 핵심 자산인 F-14, 코우사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지하 공군기지다. 이란은 전국 각지에 전투기와 미사일을 은닉하기 위한 지하 시설을 건설해왔다. 해발 수백m 이상 되는 산을 지붕처럼 쓰고 있어 일반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는 파괴할 수 없다. 그중 외부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글 44' 지하 공군기지의 경우 자그로스산맥이 무른 퇴적암으로 이뤄져 미국의 대형 벙커버스터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은 해당 지하 공군기지의 입구 몇 개만 파괴했을 뿐 주요 시설은 파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10월 들어 지하 시설에 은닉한 F-14와 코우사르, 미라지 F1 등을 꺼내 다시 하늘로 날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란 F-14와 코우사르가 이스라엘의 F-15나 F-16, F-35 공격으로부터 자국 영공을 지킬 수 있을까. 미국 할리우드 영화 '탑건: 매버릭'을 보면 적진 한복판에 추락한 주인공이 격납고에서 낡은 F-14 전투기를 훔쳐 탈출한 뒤 적의 최신형 스텔스 전투기 Su-57 2대를 연달아 격추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투기 공중전, 영화와 현실은 달라
이처럼 조종사의 기량만 뛰어나면 구식 전투기로도 첨단 스텔스 전투기에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최신 전투기는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과 달리 근접 공중전에서 꼬리물기를 하지 않는다. 조종사가 착용한 헬멧에 조준 장치가 있는 데다, 공대공미사일이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날아가기 때문이다. 조종사가 고개를 돌려 적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준 및 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공대공미사일 성능도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 적외선 신호를 쫓던 과거와 달리 적기의 엔진 배기열은 물론, 동체 형상을 식별하는 이미지 적외선 추적 방식까지 나왔다. F-14의 구식 플레어로 공대공미사일의 눈을 속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코우사르 성능도 현대 공중전에서 활약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이란은 코우사르를 '자체 개발 4세대 전투기'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산 구형 F-5E/F를 일부 뜯어고친 파생형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스라엘 F-15I와 F-16I, F-35A에는 모두 헬멧 연동 조준 장치가 갖춰져 있다. 또한 현존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중 최강 기동성을 자랑하는 AIM-9X 사이드와인더와 파이슨-5가 탑재돼 있다. 전자는 30㎞ 이상, 후자는 20㎞에 이르는 사거리를 지닌 데다, 이미지 적외선 시커도 갖추고 있다. 이란 F-14나 코우사르가 회피할 수 없는 무기다. 더욱이 이란 F-14, 코우사르는 이스라엘 전투기와 근접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의 전자전기는 물론, 전투기도 전자전 포드를 통해 이란 전투기들의 레이더와 레이더 경보 수신기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미 에픽 퓨리 작전 때 F-14, 코우사르 따위로 서방 세계의 최신 전투기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을 테다. 그럼에도 이란이 다시 이들 전투기를 띄운 이유는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 보도처럼 이스라엘이 도발 차원에서 전자전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이란 전투기 레이더에는 이스라엘기들이 또렷이 포착됐을 것이다. 일단 출격은 했지만 이스라엘 전투기와의 압도적 성능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란 파일럿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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