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AI 동반자’ 시장… 업무 동료에서 연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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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10월 26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조사 전문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AI 동반자 앱의 인앱 결제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 같은 관계형 AI 대화 시장은 왜 이렇게 커지는 것일까.
이미 일상과 업무 깊숙이 들어온 범용 AI는 내 대화 맥락과 취향을 더 많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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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장조사 전문 업체 앱피겨스 역시 올해 상반기 AI 동반자 앱의 소비자 결제액을 약 3억2760만 달러(약 4340억 원)로 추산했다. 특히 웹을 통한 직접 결제액은 포함되지 않은 집계라서 실제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 서비스로는 리플리카, 캐릭터닷에이아이, 제타 등이 있다. 이 같은 관계형 AI 대화 시장은 왜 이렇게 커지는 것일까.
이용자 주머니 여는 '관계형 AI' 시장
호기심 많은 소수의 놀이로 보기엔 판이 크다. 리플리카는 2025년 창업자 발표를 인용한 보도에서 이용자 40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서비스로 소개됐다. 캐릭터닷에이아이의 활성 이용자 수는 최근 로이터 보도 기준 약 1200만 명이다. 국산 서비스도 있다. 스캐터랩의 제타는 올해 10월 회사 발표 기준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400만 명이며, 이 중 200만 명이 일본인 이용자다.돈도 따라온다. 앱피겨스 추정에 따르면 제타는 올해 상반기 다운로드 약 300만 건에 모바일 결제액 약 3300만 달러(약 437억 원)를 돌파했다. 업무용 AI가 시간을 아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관계형 AI는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셈이다.
사람들이 AI와의 시간에 돈을 쓰는 건 AI가 사람보다 인간적이어서가 아니다. 사람과 시간을 가질 때 따르는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려면 상대 시간을 살펴야 하고, 평가받거나 거절당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AI는 다르다. 늦은 밤에도 대화를 받아주고, 같은 이야기를 몇 번 반복해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원하는 성격과 말투를 가진 캐릭터를 골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쓰임새도 제각각이다.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거나, 현실에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을 토로할 수 있는 데다, 가상의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이용자를 외로운 사람이나 연애 상대를 찾는 사람으로만 좁혀 볼 수 없는 이유다. 누군가에게 AI 동반자는 상담사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오락이다.
리플리카는 관계 설정 및 음성 대화 기능과 함께 풍부한 감정 표현, 기억 기능을 유료 모델로 제공한다. 캐릭터닷에이아이 역시 맞춤형 대화, 기억 기능, 광고 제거 등을 유료 서비스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운다.
결국 이용자는 어제 나눈 이야기를 오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자신에게 맞춰 섬세하게 반응해주는 경험에 주머니를 열고 있다. 대화가 쌓일수록 떠나기 어려워진다. 관계형 AI가 노리는 지점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고 그 시장을 연 기업이 살아남는 건 아니다. 캐릭터닷에이아이는 10월 12일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법원 감독 아래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8월 이 회사의 월매출은 530만 달러(약 70억 원), 운영비는 1330만 달러(약 176억 원)였다. 매달 800만 달러(약 106억 원) 넘게 적자를 낸 셈이다. 비용의 약 45%는 컴퓨팅 인프라에 들어갔다. 비용을 낮추려면 자체 모델을 훈련시켜야 하고, 더 나은 대화를 제공하려면 컴퓨팅 비용이 끝없이 든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돈이 새는 구조다.
업무용 AI 대비 강점 찾아야
더 큰 위협은 바깥에 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도 얼마든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미 일상과 업무 깊숙이 들어온 범용 AI는 내 대화 맥락과 취향을 더 많이 안다. 그만큼 다른 앱에서 관계를 처음부터 쌓을 이유가 줄어든다. 업무를 돕던 AI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그 대화가 위로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모델을 직접 만드는 프런티어 기업은 모델 개선과 서비스 운영 비용을 함께 최적화할 수도 있다.그렇다고 전문 서비스의 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똑똑하다고 좋은 연인이나 친구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쌓아온 관계를 일관되게 기억하는 기술, 매력적인 캐릭터와 이야기, 지역 언어 및 문화에 맞춘 경험이 이 시장의 경쟁력이다. 여기에 긴 대화를 버틸 비용 구조, 개인정보 보호, 과도한 의존을 막는 운영 역량까지 갖춰야 살아남는다.
AI의 역할이 단순 동료를 넘어 연인 같은 친밀한 관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AI가 일상의 편의나 업무 생산성 제고를 넘어 인간의 깊은 감정 영역까지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AI 기업이 짊어져야 할 책임 역시 무거워졌다. 이용자의 앱 체류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플랫폼 전략이 기업의 단기 매출에는 보탬이 될지 몰라도, 이용자의 현실과 정신 건강에 언제나 유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AI 동반자 시장의 성패는 단순히 얼마나 사람처럼 말하는지와 같은 기술적 수준에 달려 있지 않다. 이용자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현실의 인간관계와 삶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 건전한 대화를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이어갈 수 있느냐가 시장 향방을 가를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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