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오만·이란까지 연쇄접촉…APEC 앞두고 외교 존재감 확대 나선 中 [정다은의 차이나코어]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2026. 11. 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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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이란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장기화하는 이란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달 중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러 정상 간 연쇄 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동 문제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키워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중동 최대 현안인 이란전에서 일정한 중재 능력을 보여줄 경우 미국·러시아와의 정상외교에서도 발언권을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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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오만 술탄과 정상회담
같은날 왕이는 사우디·이란과 면담
미중러 회담 앞두고 존재감 과시
하이삼 오만 술탄(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 사진 제공=중국 외교부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이란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장기화하는 이란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달 중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러 정상 간 연쇄 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중동 문제에서 외교적 존재감을 키워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 2일 베이징에서 무사이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담했다. 왕 부장은 “현재 중동 지역은 다시 전쟁과 평화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고 전쟁을 멈춰 에너지와 해상 운송로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아이반 보좌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서한도 전달했다.

왕 부장은 같은 날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부서기도 별도로 만났다. 왕 부장은 “대화와 협상만이 해결책”이라며 군사적 충돌 대신 정치적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측 역시 중국이 중동 평화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같은 날 중국을 국빈 방문한 하이삼 빈 타리크 오만 술탄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동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오만 국가원수의 중국 방문은 양국 수교 48년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은 “중동과 걸프 지역이 강대국 간 경쟁과 지정학적 충돌의 각축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중국은 줄곧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촉진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오만은 미국·이란 핵협상과 간접 대화를 여러 차례 주선하는 등 양국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재자 역할을 해온 국가로, 최근 이란전 장기화로 외교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미중러 정상회담 앞두고 외교 지렛대 확보

알 아이반(왼쪽)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 제공=중국 외교부
중국은 중동 중재 행보를 한층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중동 문제 특사는 이달 중순까지 이란과 오만, 사우디를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보다 큰 외교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중동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은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복원을 중재하며 중동 외교의 대표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해 이란전이 발발한 뒤에도 왕 부장이 관련국과 수십 차례 통화·회담을 진행했고, 자이쥔 중동 특사 역시 이란과 걸프 국가들을 돌며 휴전 협상을 촉구했다. 중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과 이란 간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한편 홍해 항로 안전을 위해 후티 반군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18~19일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욱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은 앞서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3자 회담 가능성이 논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정상 간 별도 회담 역시 추진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중동 최대 현안인 이란전에서 일정한 중재 능력을 보여줄 경우 미국·러시아와의 정상외교에서도 발언권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이자 걸프 국가들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라는 점에서 양측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강대국이다. 헨리 투겐닷 워싱턴연구소 중국 전문가는 “중국의 최우선 목표는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 중동 전역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실제 중재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걸프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길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미국과 달리 중동에서 군사동맹이나 안보 보장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이란을 압박할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연구소의 애나 보르셰프스카야 선임연구원도 “중국 외교의 가시적 성과가 아직 일부 중국 관련 선박의 안전을 확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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