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정

김승현 2026. 11. 4. 06: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MBC에서 2018년부터 기상캐스터로 일해 온 신청인은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8월24일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무한 신청인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으므로 계약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근로자성 사건에서 제출되는 계약서에는 '프리랜서', '출연', '용역'이라는 문구가 남지만, 지휘·감독은 대개 매일 오가는 말과 업무처리 속에 남는다.

대상 판정의 의미는 기상캐스터라는 직업군에 일률적인 근로자성을 부여한 데 있지 않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대표)
▲ 김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시선 대표)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MBC에서 2018년부터 기상캐스터로 일해 온 신청인은 '프로그램 출연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했다. 방송사는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2026년 2월 신청인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신청인은 실질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했고, 사용자는 방송 출연을 목적으로 계약한 프리랜서라고 다퉜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8월24일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2년을 초과해 계속 근무한 신청인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으므로 계약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MBC는 재심을 신청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근로자성 판단이다. 특히 판정서가 업무상 지휘·감독을 인정하고 서술한 방식에 주목한다.

2. 대상 판정의 요지

판정은 근로자성 판단에서 계약 명칭이 아니라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을 살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를 전제로 했다. 그리고 채용과 교육, 계약상 의무, 실제 업무수행 과정, 근무시간·장소의 구속, 독립사업자성, 보수, 취업규칙 적용 여부, 계속성과 전속성을 순차적으로 검토했다.

그중 중심에 놓인 것은 업무수행의 실태였다. 신청인은 기상정보를 전달하는 출연업무만 한 것이 아니었다. 기상자료를 수집·분석하고 방송 원고와 컴퓨터 그래픽(CG)을 작성·수정했으며, 편성과 방송 진행을 위한 제작체계에 참여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원고의 내용과 수정, 방송 방향 및 제작 방식에 지속해서 관여했다. 방송 전후의 준비와 기상특보 대응도 조직 내 지시·보고 속에서 이뤄졌다.

판정은 방송의 정확성과 품질을 위한 의견교환 자체가 곧 지휘·감독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이 사건에서 확인된 업무관계는 단순한 결과물 확인이나 제작상 협의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근태와 휴가의 보고·승인, 대체인력 조정, 방송설비 및 내부 시스템 사용, 보수 결정구조 등도 종합해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3. 판정에 대한 평석

가. 대화와 업무기록을 통해 지휘·감독의 모습을 상세하게 기록

이번 판정서에서 가장 먼저 평가할 부분은 사실인정의 밀도다. 근로자성 판정서가 흔히 '업무지시를 받았다'거나 '근태관리를 받았다'는 요약적 서술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대상 판정은 원고 작성·수정 과정, 제작회의, 방송 진행, 휴가와 대체근무 등 실제 업무의 여러 장면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특히 당사자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와 업무 관련 기록을 제시하고, 이를 각각의 판단 항목과 연결했다.

이러한 방식은 중요하다. 근로자성 사건에서 제출되는 계약서에는 '프리랜서', '출연', '용역'이라는 문구가 남지만, 지휘·감독은 대개 매일 오가는 말과 업무처리 속에 남는다. 상급자가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업무수행자가 어떻게 답하고 보고했는지, 일이 예정대로 되지 않을 때 누가 수정과 조정을 결정했는지를 봐야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이 드러난다.

이 사건 자료에서 보이는 것은 독립사업자에게 완성된 결과물을 발주하는 모습보다는, 하나의 조직이 공동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원고와 CG를 다시 작성하도록 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업무 진행을 확인하고, 휴무와 복귀를 보고받는 관계가 반복된다.

판정문에는 원고를 다시 정리해 검토를 요청하는 대화, 방송 제작과정에서의 지시와 질책, 출산휴가와 복귀에 관한 보고 등이 실제 기록으로 제시돼 있다. 이러한 자료는 단순히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관계 당사자들이 서로를 어떤 지위에서 대하고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보여준다.

그 결과 판정서는 '상당한 지휘·감독'이라는 추상적 문구를 구체적인 업무 장면으로 보여준다. 사실인정의 충실함 자체가 이 판정의 중요한 장점이다.

나. 방송의 특수성을 이유로 지휘·감독의 의미를 희석하지 않은 점

사용자는 방송사의 품질관리와 제작 협의는 프리랜서에 대한 용역 발주에서도 가능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물론 발주자가 결과물의 내용과 품질을 확인하고 수정사항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맞다. 그렇다고 그 명제로부터 이 사건의 모든 지시가 도급·용역상의 검수였다는 결론으로 곧바로 도출하기는 어렵다.

양자를 가르는 것은 단순히 '수정 요구가 있었는가'가 아니라, 결과물의 완성을 위해 누가 업무수행의 내용과 과정, 순서와 방법을 지속적으로 결정했는가다. 방송사의 지시가 개별 결과물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수준인지, 아니면 업무 과정에 계속 개입하고 조직적 복종과 보고를 요구하는 구조인지 구별해야 한다.

방송은 신속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공동작업이다. 일반적인 사무실보다 더 위계적인 의사소통과 즉각적인 지시 이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휘·감독이 왜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설명할 뿐, 이미 확인된 지휘·감독을 법적으로 가볍게 평가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방송이라는 이유로 그 의미를 완화한다면 오히려 통제가 강한 직무일수록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대상 판정은 실제 제작과정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지시·보고관계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방송업무의 특수성을 근로자성 판단의 예외 사유처럼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다. 계약 형식과 조직 운영의 괴리를 드러낸 점

다른 근로자성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독립사업자라는 외관에 맞춰 업무량, 출퇴근, 업무대체, 설비 사용 또는 겸업 등을 일정 부분 자율적으로 운영한 사정이 확인되기도 한다. 반면 이 사건에서는 계약 명칭과 보수의 지급 형식 외에 독립적인 사업관계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운영 모습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신청인은 정해진 방송 편성에 맞춰 계속 업무를 수행했고, 휴가와 근태의 관리체계(상사인 팀장에게 보고 및 승인을 얻는 체계) 안에 있었으며,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업무를 맡길 수도 없었다. 방송 출연료를 받았다는 사정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이 정한 제작 방식과 업무 질서에 편입돼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과 다를 부분도 없었다.

사건을 대리하며 기록을 검토한 필자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도 이 부분이다. 계약서를 떼어놓고 업무기록만 읽는다면, 그 속의 신청인은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는 계약 상대방이라기보다 방송사의 한 구성원에 가까웠다. 이 대비를 구체적 사실로 드러낸 것이 판정의 설득력이다.

라. 어떤 지시가 왜 '지휘·감독'인지 더 선명했더라면

판정의 결론과 사실인정에 동의하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다양한 지휘·감독 사례를 충실히 적시한 데 비해, 그중 어떤 행위가 단순한 발주·검수와 구별되는 결정적 징표인지에 관한 평가 기준을 조금 더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

예컨대 원고의 표현을 수정하도록 한 행위는 그 자체로 방송사가 독립적인 외부 출연자에게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원고 작성의 업무분담, 제작 일정의 지시, 승인과 재수정의 권한, 휴가·대체근무 관리가 함께 존재한다면 수정 요구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정 지시의 문구보다 지시 권한의 지속성과 범위, 불이행시 관계의 구조, 노무제공자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조직할 여지가 있었는지를 연결해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이메일·설비 사용이나 정기적인 방송 참여처럼 단독으로는 결정력이 약한 사정과 실제 업무과정에 대한 관리처럼 비중이 큰 사정의 증명력을 구분했다면 판단이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다. 사실인정이 풍부한 판정인 만큼, 그 사실들 사이의 무게와 논리적 연결도 더 분명히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4. 맺으며

대상 판정의 의미는 기상캐스터라는 직업군에 일률적인 근로자성을 부여한 데 있지 않다. 방송이라는 특수한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지시와 보고가 이뤄졌고, 누가 업무의 수행과정을 관리했는지를 기록으로 확인해 근로자성을 판단한 데 있다.

근로자성은 계약의 이름이나 몇 가지 개별 지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업무가 작동한 전체 구조를 봐야 한다. 이번 판정이 특히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그 구조를 추상적인 징표의 나열에 맡기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기록을 통해 드러내려 했다는 점이다.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