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원하지만 도리어 압박 세질라…미 중간선거를 바라보는 각국의 딜레마

유정인 기자 2026. 11. 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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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설을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AP연합뉴스

11·3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각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민주당이 승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의회 견제가 강화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내치에서 제동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두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관 5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나토 회원국들이 집권 공화당 패배시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대통령 재량권이 큰 외교 분야에서 자신의 색채를 강화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상원 선거에서는 양당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나토 외교관들은 특히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 수 천 명이 추가 철수하는 시나리오를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나토가 미국을 더 도울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5월에는 독일 주둔 미군 병력 약 5000명 철수를 지시하기도 했다.

오아나 룽게스쿠 전 나토 대변인은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할 경우 “미군 배치 문제부터 러·우 전쟁, 유럽 안보 질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더 큰 거래를 위한 협상 카드로 취급될 수 있다”면서 “유럽 안보에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기대와 우려 속에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민주당이 승리하면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의회가 형성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밀착, 대우크라이나 압박 기조에서 벗어나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미국 의회의 입법·감독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근본적인 외교 정책 변화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의 제임스 린지 석좌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 등을 들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외교 방향에 반발할 수 있겠지만 외교정책을 바꾸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개적으로 충돌해 온 브라질도 중간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미 행정부의 대브라질 정책에 대한 의회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대선에서 패배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미국행에 미 당국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대브라질 정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더 예측하기 어렵고 강경한 방식으로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 유럽 고위 국방 당국자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은 대체로 좌절감을 드러내는 한편 외교 정책에서 모험적인 행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대니얼 해밀턴 선임연구원도 “(중간선거 패배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보다 더 파격적인 외교 구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푸틴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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