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엄정함도 노인의 충격을 헤아려야 [종교 칼럼]

정성수 2026. 11. 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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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입원한 부모가 집에 잠깐 다녀오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다. 손때 묻은 물건과 익숙한 창밖 풍경, 오랫동안 제 몸을 누였던 자리가 그리워서다.

그 간절한 바람을 제한해야 했다면, 재구금이 노인의 몸과 마음에 남길 충격도 그만큼 무겁게 헤아렸어야 한다.

법원은 통제를 강화하며 치료를 이어갈 대안을 충분히 살폈는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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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의 망연자실과 깊은 상실감
병원 밖 이동과 건강 판단의 간극
재구금에 앞서 대안도 살펴봐야
변호인의 조력 책임은 없는지

오래 입원한 부모가 집에 잠깐 다녀오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다. 손때 묻은 물건과 익숙한 창밖 풍경, 오랫동안 제 몸을 누였던 자리가 그리워서다. 자식은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그 마음을 안다. 병을 치료하는 공간과 마음을 놓고 쉬는 공간이 언제나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몸이 쇠약해질수록 익숙한 곳을 찾는 마음은 더욱 간절할 수 있다.

법원이 3일 한학자 가정연합 총재의 보석을 취소했다. 거주지로 제한한 병원을 벗어나 천정궁을 오간 일이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보석조건 위반과 증거인멸 우려를 취소 사유로 들었다. 법원이 정한 조건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묻는 방법이 반드시 고령 환자를 다시 구금하는 것이어야 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식을 접한 교인들은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보석 허가로 겨우 마음을 놓았는데, 다시 구금될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 앞에서 허탈함과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에게 한 총재는 재판받는 피고인이면서 오랫동안 신앙의 중심에 모셔온 존재다. 그가 받을 충격과 건강이 더 나빠질까 걱정하는 교인들의 마음도 헤아려야 한다. 법원의 결정은 한 사람의 신병을 넘어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일상에도 깊은 파문을 일으킨다.

조건 준수의 책임은 분명하다. 다만 책임을 물으면서도 치료를 이어가게 할 방법은 없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어렵게 허락된 병원 생활이 다시 구금의 불안으로 바뀌는 순간, 고령 환자가 겪을 충격은 누가 살피는가. 그 충격이 몸에 줄 부담은 충분히 검토했는가. 결정의 엄중함만큼 이를 감당해야 할 사람의 취약함도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외출할 수 있다는 사실과 구금 생활을 감당할 만큼 건강하다는 판단은 다르다. 휠체어를 타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차량에 오르는 모습이 혼자 일상을 꾸릴 수 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병원 밖으로 이동했다고 지병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외출 장면을 근거로 치료의 필요성을 의심하려면 진료기록과 의료진의 판단부터 살펴야 한다. 카메라에 잡힌 이동 장면이 환자의 몸속 사정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한 총재 측은 주치의의 허락을 받아 천정궁에서 낮 동안 쉬고 병원으로 돌아왔으며 외박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허락과 법원의 허가는 별개다. 그 설명이 확인된다면 위반의 경위와 조치의 수위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한다. 병원으로 돌아온 사실, 익숙한 거처에서 쉬려 했다는 설명까지 충분히 살폈는지 의문이다. 위반이라는 결론 뒤에도 그 행동에 이른 사람의 사정은 남아 있다.

천정궁은 교단의 중심 시설이지만 한 총재에게는 오랫동안 살아온 거처이기도 하다. ‘궁전’이라는 말은 건물의 규모를 드러낼 수 있어도 그곳에 쌓인 한 사람의 시간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법정에서 한 총재는 살아온 거처에서 치료받으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 간절한 바람을 제한해야 했다면, 재구금이 노인의 몸과 마음에 남길 충격도 그만큼 무겁게 헤아렸어야 한다.

증거인멸 우려 역시 구체적으로 살필 문제다. 이미 증거인멸이 있어야만 조치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그 위험을 병원 밖 이동 금지와 접촉 관리 강화로 막을 수 없었느냐는 점이다. 재구금에 앞서 그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묻고 싶다. 불가피한 이동에는 사전 허가를 받게 하고 접촉 인원과 관리 책임을 분명히 할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이 허용하는 조건 변경의 길을 두고 재구금을 택한 판단에는 그만큼 무거운 설명이 따라야 한다.

변호인과 수행진은 보석조건을 어떻게 설명하고 외출을 검토했는지 밝혀야 한다. 고령의 당사자가 전문가의 설명에 의존했다면 조력 과정의 책임도 함께 살펴야 한다. 주변의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면 재구금의 부담을 당사자가 고스란히 감당하는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 위반의 책임을 물어도 치료의 필요성은 남는다. 교인들이 망연자실한 것은 그 몸이 재구금의 충격을 견딜 수 있을지 두렵기 때문이다. 법원은 통제를 강화하며 치료를 이어갈 대안을 충분히 살폈는지 답해야 한다. 법의 권위 아래 놓인 사람의 생명과 존엄도 지켜져야 한다. 법의 엄정함 속에서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노인의 마음을 헤아릴 자리는 남아 있어야 한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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