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대출 필요 없어요… 반도체 벨트 ‘현금 잔치’에 갈라진 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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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 창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되레 '가진 자들의 독주'로 쪼개지는 모습이다. 대기업의 막대한 성과급과 사내 저리 대출을 등에 업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규제를 비웃듯 폭등세를 이어가는 사이, 서울은 매물 적체 속에서도 강북권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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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 창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되레 ‘가진 자들의 독주’로 쪼개지는 모습이다. 대기업의 막대한 성과급과 사내 저리 대출을 등에 업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규제를 비웃듯 폭등세를 이어가는 사이, 서울은 매물 적체 속에서도 강북권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집을 사지도, 대출을 받지도 못하는 무주택 서민들만 월세 300만 원대의 주거비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의 일별 온라인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올해 1월 19일 5만 5420건으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한 뒤 꾸준히 적체됐다. 지난달 28일에는 7만 9919건까지 치솟으며 1월 저점 대비 무려 44.2%(2만 4499건) 급증했다.
이후 10월 31일 7만 9328건을 거쳐 지난 2일 기준 7만 7451건으로 소폭 조정을 거쳤으나, 1월 중순과 비교하면 여전히 39.7% 높은 수준이다. 2일 기준 전세(2만 1059건)와 월세(1만 8372건)를 합친 총매물 수 역시 11만 6882건에 달한다.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하락 거래로 연결되지 않은 채 호가 버티기가 팽팽한 상황이다.
오히려 가격 지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73%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불과 열 달 만에 지난해 연간 상승률을 넘어선 셈이다.
지난해에는 강남권이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지만, 올해는 강북권이 주도했다. 한강 이북 14개 구의 누적 상승률은 11.33%로 전년도 연간 상승률(5.77%)의 두 배에 육박했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가 지난해(3.62%)의 네 배가 넘는 16.56% 뛰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대문구(4.97%→14.07%)와 노원구(2.04%→12.71%) 등 다른 외곽 지역도 오름폭을 크게 키웠다.
이러한 강북권의 가격 급등과 더불어 화성·용인·수원을 잇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유동성 파티는 수도권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들의 대규모 성과급과 1.5% 수준(최대 5억 원)의 사내 저리 대출 등 풍부한 자체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주간 0.4~0.6%대의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한도 축소와 총량 규제가 전혀 통하지 않는 무풍지대인 셈이다. 반면 일반 서민들은 2+2년 임대차 계약 갱신 만기 도래와 정비사업에 따른 대규모 멸실·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주요 역세권 전용면적 59㎡ 기준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50만~350만 원’이라는 가혹한 주거비 청구서를 받아 들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보유세 부담 우려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강남권은 대출 규제로 거래가 묶인 채 호가만 일부 조정된 상태이고 강북권은 신혼부부 등 실거주 수요가 풍부해 여전히 신고가 수준의 호가가 유지되고 있다”며 “주식과 달리 주택은 필수재인 데다 차주 대부분이 1주택자여서 매물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격 급락이나 투매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김 소장은 “서울의 연간 자연 증가 수요가 9만~10만 가구에 달하는 반면 향후 5년간 입주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단순 대출 옥죄기식 규제는 시장 왜곡과 전월세 불안만 키운다”며 “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조기 확충 등 장기적인 수요 분산책을 병행하되, 당장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시장 관리에 정책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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