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읽는 음식 이야기] 유통기한 지난 오징어, 창고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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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2일, 수산물 수입업체 대표는 인천의 냉동 보세창고에서 현장 관리자와 짜고 유통기한이 지난 수입 오징어목살 1,128박스의 라벨을 교체했다.
오징어목살은 2018년 11월 인천 중구의 창고에 들어왔다. 창고는 기한이 지난 오징어목살을 다른 물건과 구별하지 않고 보관했고, 창고 회사는 입고증과 전산에 유통기한을 적지 않았다. 2022년 1월 현장 관리자는 창고를 비우고 밀린 보관료를 받으려고 수입업체 대표에게 1,130박스 처분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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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피고인 물류·창고 회사, 창고 현장 관리자, 수산물 수입업체와 대표, 대표의 딸, 젓갈 제조업체 운영자
1심 인천지방법원 2023. 11. 22. 선고 (2023고단4211) 수입업체 대표 징역 1년 4개월, 현장 관리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수입업체 벌금 2,000만 원, 창고 회사 벌금 1,000만 원(라벨갈이와 젓갈 원산지 부분 무죄)
2심 인천지방법원 2024. 4. 26. 선고 (2023노5007) 창고 회사의 라벨갈이 부분 유죄, 벌금 1,000만 원
3심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도7082) 현장 관리자와 창고 회사 유죄 확정

2022년 1월 22일, 수산물 수입업체 대표는 인천의 냉동 보세창고에서 현장 관리자와 짜고 유통기한이 지난 수입 오징어목살 1,128박스의 라벨을 교체했다. 두 사람은 제조일 2018년이 적힌 라벨을 떼고 2021년 9월 18일이 적힌 라벨을 붙였다. 대표는 이 물건을 경기 화성의 식품제조업체에 팔았다. 1심은 라벨갈이가 창고 회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봤지만 2심은 창고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장 관리자와 창고 회사는 이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29일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고 현장 관리자와 창고 회사의 유죄가 확정됐다.
빨강오징어를 찾아간 배
1979년 7월 우성수산의 오룡호는 동북태평양에서 빨강오징어 유자망 시험조업을 했다. 주요 연안국들이 1977년께부터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해 한국 어선의 쿼터와 입어료 부담이 커진 뒤였다. 먼 바다의 어획물은 대부분 냉동으로 들어왔다. 1970년대 고려원양과 대림수산 등 원양업체는 부산에 냉동창고를 서둘러 세웠다. 1980년대 후반 북태평양 공해에는 한국, 대만, 일본 어선 500여 척이 몰려 연간 30만t을 잡았고 한국 어선도 100척이 넘었다. 1991년 세계 공해 유자망 금지 조치가 통과됐다. 금지 대상은 유자망이었고 공해 조업은 계속됐다. 지금 한국 원양어선은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사이 공해에서 채낚기와 트롤로 오징어를 잡는다. 2025년 원양 어획량은 5만2,122t으로 연근해 3만1,006t보다 많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오징어의 약 90%가 이 해역에서 나온다고 추산했다.
줄어드는 동해의 오징어
동해의 오징어도 줄었다. 국립부경대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2026년 10월 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강원·경북·부산의 어획량을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1999년 22만5,122t이던 오징어 어획량은 2023~2025년 그 10%에도 못 미쳤다. 1993년부터 2025년까지 오징어는 해마다 평균 6,264t 줄었고 방어는 440t 늘었다. 방어는 오징어를 주요 먹이로 삼는다. 오징어의 적정 수온은 13~23도, 방어는 20~30도다. 바다가 따뜻해질수록 오징어는 살기 어려워지고 방어의 서식지는 넓어진다.
바닷물 온도가 같은 시기 평년 기준(1982~2011년)의 상위 10%를 넘는 날이 닷새 이상 이어지면 해양열파라고 한다. 오징어는 여름을 러시아 연안에서 보내고 9월 동해 어장으로 내려온다. 이때 해양열파가 닥치면 어장 수온이 평균 24.4도까지 올라 적정 수온을 넘는다. 연구진은 어획 강도의 변화를 빼고 계산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 2043년, 크게 줄여도 2048년께 어획량이 0이 된다.
창고에 남은 오징어목살
오징어목살은 2018년 11월 인천 중구의 창고에 들어왔다. 유통기한은 제조일부터 36개월로, 2021년 6월 15일과 9월 17일에 끝났다. 창고는 기한이 지난 오징어목살을 다른 물건과 구별하지 않고 보관했고, 창고 회사는 입고증과 전산에 유통기한을 적지 않았다. 2022년 1월 현장 관리자는 창고를 비우고 밀린 보관료를 받으려고 수입업체 대표에게 1,130박스 처분을 제안했다. 대표는 1월 12일 라벨을 뗀 2박스를, 25일 라벨을 간 1,128박스를 경기 화성의 식품제조업체에 팔았다. 시가 565만 원어치였다.
나는 영업자가 아니다
현장 관리자는 자신이 종업원일 뿐 영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의 벌칙은 영업자에게 적용되는데, 이 회사에서 영업등록을 한 쪽은 법인이었다. 대법원은 직원이 회사 업무로 법을 어기면 직원과 회사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근거로, 일정한 범위에서 자기 판단과 권한으로 일한 사람은 처벌할 수 있다고 봤다. 이 현장 관리자는 입출고와 검수, 안전사고 관리를 총괄했다.
출하장 앞의 라벨갈이
1심은 창고 회사에 기한 지난 물건을 구별하지 않은 책임만 물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식품 표시는 보관 회사의 업무가 아니라며 라벨갈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 2심은 회사에 보수작업을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회사는 보수작업 지침을 두지 않았고, 라벨갈이는 출하장 바로 앞에서 벌어졌다. 2심은 이 부분을 유죄로 바꾸고 1심과 같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수입업체 대표는 중국산 오징어젓갈 1,485통에 국내산 스티커를 붙이고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일까지 합쳐 징역 1년 4개월을 받았다. 현장 관리자는 젓갈 일을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해 그 부분에서 무죄를 받았다.
박정배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