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뭐든 할만큼 충분한 자금 확보…中 범죄조직에 돈세탁 하청”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2026. 11. 4.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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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미국과 한국에 엄청난(massive) 국가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대한 해킹 사태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가운데 FBI에서 12년간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를 추적했던 닉 칼슨 TRM랩스 선임 조사관(사진)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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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인거래소 해킹] 바이낸스 해킹 추적 총괄한 FBI 출신 칼슨 조사관
“추적 피하려 잘게 쪼개 자금세탁… 훔친 돈으로 핵-미사일 개발 가속”
국제사회 제재 사실상 무력화
“한미 국가안보에 엄청난 위협 돼… 韓도 여러 단계 안전장치 마련을”
“북한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미국과 한국에 엄청난(massive) 국가안보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대한 해킹 사태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가운데 FBI에서 12년간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를 추적했던 닉 칼슨 TRM랩스 선임 조사관(사진)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해킹 등으로 훔친 돈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며 “이제 북한은 과거 자금 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일까지 실행할 자유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겨냥해 부과해 온 경제 제재가 가상자산 해킹 등을 통한 자금 확보로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칼슨 조사관이 활동 중인 TRM랩스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바이낸스 해킹 당시 FBI의 공식 발표에 앞서 북한 소행을 먼저 지목한 민간 블록체인 분석업체다. 그는 이번 범행의 배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초기 추적을 포함한 각종 실무 업무를 총괄했다. FBI 재직 때는 북한의 무역 기반 자금 세탁에 관한 대규모 수사에 참여했고 여러 조사 활동에 대한 공로로 2013, 2017년 두 차례 FBI 국장상을 수상했다.

● “해킹, 北 최대 수입원… 중단할 이유 없어”

칼슨 조사관은 “북한은 자금 세탁에 관한 각종 업무를 중국 범죄 조직에 하청 주고 있다”며 북한 해킹 조직과 중국 범죄 조직이 결합한 대규모 돈세탁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각종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점점 더 작은 단위로 쪼개 이동시키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를 “기계화된 자금 세탁(machine laundering)”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 탈취가 이제 북한의 최대 수입원이 됐다”며 그 규모가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및 병력 파견, 해외 정보기술(IT) 노동자 활동을 통한 수입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많아야 수백 명을 투입해 수십만 명이 자원 채굴 산업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다”며 “북한이 해킹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세계 최고의 악성 코드 개발자나 해킹 기술자를 보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공격 대상에 대한 정찰과 조사, 사전 준비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칼슨 조사관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노력했지만 북한을 제어하지 못했다”며 기존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여러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해 탈취 자금만 추적하고 차단하는 식의 방어적 접근으로는 북한을 제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한국, 대만 등이 북한에 실질적인 대가를 치르게 할 ‘공세적 수단(Offensive tools)’의 활용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바이낸스에서 거액 유출 순간 北 소행 인지”

칼슨 조사관은 이번 바이낸스 해킹 사건 당일 상황에 대해선 “하루 종일 북한의 활동을 추적하며 대규모 해킹이 임박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었다”며 “바이낸스에서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예상했던 공격이 발생했다고 의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탈취 금액이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 피해액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끔찍했다(horrified)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북한의 기존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 라자루스의 활동과 직접 연결되는 매우 명확한 징후를 거의 즉시 발견했다”며 “이러한 단서들을 바탕으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과거 북한의 탈취 자금을 세탁해 온 중국 범죄 조직도 이번에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금융기관을 향해서도 경고를 내놨다. 그는 “내가 한국의 은행이나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라면 단 하나의 보안 취약점(single point of failure) 때문에 막대한 자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여러 단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엔지니어 한 명의 노트북이 해킹당한 것만으로 이번 (바이낸스) 사건이 가능했다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내부 통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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