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 미래기금, 정부가 셀프 운용·셀프 감시

김은정 기자 2026. 11. 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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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의결기구인 심의회 위원
외부 추천·별도 자격조건 없이
예산처 장관 뜻대로 선발 가능
전문가 “선수가 심판도 맡는 것”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재경위 미래대응기금 비공개 당정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추가 세수로 내년 예산에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이 기획예산처 입김에 좌우될 수 있게 설계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통제를 우회해 정부의 ‘쌈짓돈’이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내년 162조3000억원 규모다.

정부가 앞서 9월 3일 국회에 낸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안’ 15조에 따르면, 기금의 최고 의결기구인 미래대응기금 운용심의회는 기획예산처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서 10~30명 규모로 구성하되 이 중 절반 이상은 민간 위원이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민간 위원 구성 권한을 기획예산처 장관의 재량에 일임해 장관이 자의적으로 위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안 어디에도 ‘금융이나 투자 전문가여야 한다’ ‘외부 독립 기관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등 최소한의 자격 조건이 없다. 유일한 조건은 남녀 비율을 고려하라는 ‘성별’뿐이다. 전문성 없는 친정부 성향 인사로만 채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공적 기금이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민간 위원의 금융·회계 자격이나 경력, 외부기관 추천 등 요건을 법률에 꼼꼼하게 못 박아 둔 것과 대조적이다.

법안은 대통령령으로 민간 위원 자격을 정할 수 있게 위임했지만, 정부가 국무회의만으로 시행령을 언제든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국회 통제가 어렵다. 미래대응기금은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취지와 달리 내년 지출액 45조4000억원 중 34%가 현금성 복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그 씀씀이를 감시할 최고 의결기구마저 정부 입맛대로 운용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미래대응기금은 기획예산처가 만들고 운용하고 결산까지 마음대로 하겠다는 ‘셀프 거버넌스(지배)’ 구조”라며 “선수가 심판 역할까지 하겠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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