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금 ‘정부 쌈짓돈’ 되나… 국회 동의 없이 30% 늘릴 수 있게 설계

김은정 기자 2026. 11. 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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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금 운용 법안 보니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부가 조성하는 162조3000억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국회의 예산 통제권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당 안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더 걷힐 추가 세수로 신설될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을 30% 범위에서 국회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다. 내년에 사업성 기금 45조4000억원의 30%인 13조6200억원까지 예산 주무 부처인 기획예산처 재량으로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일반 기금은 최대 20% 범위에서 바꿀 수 있지만,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은 금융성 기금 성격이 크고 신축적 집행이 필요해 변경 범위를 30%로 설정했다고 했다.

이에 미래대응기금은 현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 기금 신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각종 정부 복지 사업에 끌어다 쓰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어 이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 설과 추석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규모를 1조원 가까이 확대하고 필요한 재원을 미래대응기금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지난달 말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초과 세수 등을 활용해 고금리로 타격을 받을 분야와 (취약) 계층에 대한 보완책을 더 마련하라고 요청해 관계기관끼리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픽=정인성

◇정부는 기금 욕심내는데… ‘빗장’ 역할 심의회는 허술

이럴수록 미래대응기금의 운용과 지출 변경, 결산 등 중요 결정을 내리는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심의회가 ‘빗장’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안에 따르면 심의회 구성이 기형적이다. 당연직 정부 관료를 빼고, 위원회 절반 이상을 채울 민간 위원의 중립성·전문성 등 자격 요건이 법률에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 성별을 고려하라는 규정만 있다. 기획예산처는 “세부 자격요건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래대응기금과 성격이 유사한 다른 공적 기금들은 대부분 민간 위원 위촉 시 전문성 등 자격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인 정부 관료를 제외하고 나머지 위원은 사용자·근로자·지역 가입자 대표 단체의 추천을 받거나 관련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법은 민간 위원 자격으로 ‘금융 또는 투자 분야 연구 경력 10년 이상’ ‘투자 업무 10년 이상 담당’ ‘변호사 또는 회계사 중 금융·투자·감사 업무 10년 이상’ 중 하나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신용보증기금법은 출연한 은행의 임원과 기업단체 대표를 위촉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은 굉장히 큰돈인데 그 운용을 누가 할지, 투명하게 관리될지 걱정”이라며 “계량적인 성과 지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평가받는 과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기획예산처는 “초과세수 활용이 달라지는 부문에 대해선 국회에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해 ‘분기 말’ 보고가 기준인 다른 기금보다 사후 통제장치가 강화됐다”며 “국회 결산 심사나 감사원 감사, 각종 재정성과평가 등으로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해외는 지출 통제 강화하거나 외부에 맡겨

미래대응기금과 유사한 기금이나 국부펀드를 가진 다른 나라는 어떨까. 노르웨이는 철저하게 지출을 통제한다. 1969년 유전 발견으로 벌어들인 돈을 국부펀드를 만들어 적립하고, 매년 수익률 3% 안에서만 재정에서 꺼내 쓸 수 있게 했다. 구리 발견이라는 호재를 맞은 칠레는 경제사회안정기금을 조성하면서 책임은 재무부가 지되, 운용은 중앙은행이 대리하도록 했다. 운용 정책은 독립적인 재정위원회가 감시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수퍼펀드는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이사를 독립적인 지명위원회의 추천과 야당 협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엄격한 기금 인출 규칙을 세우지 않으면 정치가 기금을 좌우하게 된다”며 “기금의 운영은 투명해야 하며, 지금처럼 중대 결정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좌우할 수 있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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