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로봇, 부산은 해양… 지역 특화 전시회로

박정훈 기자 2026. 11. 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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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업·문화 자원 활용

지난달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스크린이 달린 축구공만 한 몸체를 흰 털 뭉치로 감싼 앙증맞은 반려 로봇 ‘에디’ 8대 앞에 아이들 30~40명이 줄을 섰다. 한 아이가 “기분 좋아”라고 하자, 에디는 화면에 웃는 표정이 나타나면서 웃음소리를 냈다. 터치 센서가 달려 있어, 엉덩이 쪽 털 뭉치를 쓰다듬으면 부끄러워하는 시늉을 했다.

지난달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6 미래혁신기술박람회’에서 방염복을 입은 로봇이 전시돼 있다. 대구는 지역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인공지능(AI)와 로봇 분야 전시회를 육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로봇을 개발한 에이로봇은 경기 안산이 본사다. 하지만 2년 연속 대구 전시회에 참가했다. 잠재적인 고객이자 협력사가 대구·경북 일대에 여럿 모였기 때문이다. 에이로봇은 공장에서 사용할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 지역 기업들에 이 로봇을 앞으로 공급하는 걸 기대하면서 동시에 로봇의 각종 부품도 조달하고 싶어한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을 실제로 사용할 현장 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제조 AI 기업 원프레딕트는 이날 현장에 실제 공장을 본떠 만든 모형을 가져다, AI(인공지능) 솔루션으로 설비·공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또 이 데이터를 공장 운영에 어떻게 활용할지도 보여줘 현지 기업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래픽=신소정

각 지역이 장기간 육성한 산업 기반과 각종 문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시회의 질을 끌어올리는 시도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집적된 자동차 부품사 등 제조 기업과 AI 및 로봇 산업을 결합하는 대구 엑스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구는 여기에 문화유산도 연계한다. 전시회를 본 사람들이 인근 경주의 신라 유적지나 팔공산 등을 둘러보는 식이다. 정부도 이런 전략을 중심으로 지역 대표 전시회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대구는 AI 공장, 부산은 해양·모빌리티

부산의 경우 지역 특색에 맞춰 해양·모빌리티 전시회를 육성한다. 해양 분야의 경우 2012년부터 14년간 벡스코가 개최했던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를 ‘국제해양에너지플랜트산업전’으로 확장 중이다. 석유·가스 산업이 중심이었지만 친환경 흐름에 맞춰 탈탄소 해양 에너지 분야를 다루고, 정부가 부산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북극 항로 사업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모빌리티 분야는 경남 전역을 아우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23국 318사가 참가한 ‘드론쇼코리아(DSK)’다. 창원의 방위산업, 사천의 항공우주, 부산의 항공 부품 산업 등이 한데 모였다.

전시장 밖 관광·문화 자원도 활용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수산EXPO(BISFE) 전시회’ 때 벡스코는 해외에서 온 참가자 등 40명이 스마트 양식 기업인 에코아쿠아팜과 삼진어묵의 생산 공장을 방문할 기회를 만들었다. 해운대 명소 중 하나인 해동용궁사 관광 등도 연계했다. 올해 전시회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다.

이미 해외에선 지역의 산업과 문화를 연계하는 시도가 많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31년 역사의 디자인·리빙 전시회 ‘메종&오브제’는 기업 등에서 전문적으로 방문하는 참가자가 전시장을 둘러본 후, 실제 도심의 매장도 방문할 수 있게 연계한다. 전시장에서 본 제품과 브랜드를 현장에서 더 생생하게 살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역 대표 전시회 골라 중장기 지원

정부도 지난달 발표한 ‘전시 산업 발전 로드맵 2030′에서 ‘5극 3특’ 균형 성장 전략에 맞춰 지역 산업과 문화·관광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뒀다. 대경권은 로봇·모빌리티와 문화유산, 동남권은 조선해양·제조와 해양 체험, 서남권은 에너지와 음식 체험, 중부권은 바이오와 문화유산을 결합하는 방향이다. 전국에 갖춰진 전시 인프라에 전문 콘텐츠를 채우는 것이 과제다. 산업통상부는 내년 지역 대표 전시회로 키울 행사 4~5개를 공모로 선정해 콘텐츠 마련과 해외 네트워킹 등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회당 지원액은 5억~10억원 정도고, 2~4년을 중장기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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