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착공’ 수도권 공공주택 4채중 1채, 공정 0%대

인천=이축복 기자 2026. 11. 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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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공공주택 663채가 들어설 인천 계양구 박촌동 A6블록.

3일 LH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수도권에서 착공한 공공주택 7만3743채 중 올해 9월 기준 공정이 1% 미만인 곳은 1만7629채(23.9%)였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착공이 곧 성과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주까지 마쳐야 주택 공급이 된 것"이라며 "공정을 높이도록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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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 “착공”, 실제론 공사 안돼
행정절차 시간 걸려 공사 늦어져
오염토 처리-보상 협의 등 지연도
“실적 부풀리기에 잠자는 현장 늘어… 신뢰할수 있는 실질적 공정 관리를”
지난달 22일 공공주택 현장인 인천 계양구 박촌동 A6블록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이 현장은 지난해 12월 착공 신고를 했지만 이로부터 7개월이 지난 올해 7월에야 건축물 기초를 파기 위해 땅을 정리하는 토공사를 시작했다. 인천=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달 22일 공공주택 663채가 들어설 인천 계양구 박촌동 A6블록. 지난해 12월 착공 신고가 된 이 현장에서는 굴착기가 토사를 퍼내는 동시에 지반에 말뚝을 설치하기 위한 천공 장비가 가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착공 1년이 가까워오는 이맘때 진행되기 마련인 아파트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 흔적은 볼 수 없었다. 실제 공사는 착공 신고 7개월 뒤인 올해 7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변경사업승인 등 착공 이후 행정 절차에 시간이 소요됐다”며 “9월 기준 서류상 공정은 0.15%지만 현재 공정은 1.9%”라고 했다.

● 서류상 ‘착공’… 실제론 공사 준비 중

3일 LH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2025년 수도권에서 착공한 공공주택 7만3743채 중 올해 9월 기준 공정이 1% 미만인 곳은 1만7629채(23.9%)였다. 4채 중 1채가 서류상으로는 착공했지만, 실제로는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3기 신도시인 경기 하남교산A2블록(1115채)은 서류상 2024년 10월 착공했지만 현장 공정은 0%다. 오염토 정화 작업에 약 2년이 걸려 당초 내년 7월이었던 입주 예정 시점도 2029년 6월로 늦춰졌다. 지난해 6월 착공 신고된 경기 평택고덕국제화계획 Ab-35블록(753채) 등도 같은 문제로 실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502채 규모 행복주택 현장은 2024년 11월 착공했지만 통학로 마련 등에 시간이 걸려 현재까지 공사가 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는 실제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착공 실적에 포함된 사례도 있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지인 도봉구 도봉동 방학역세권(420채), 서울 도봉구 창동 쌍문역세권동측(639채),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세권(392채) 등 3곳은 지난해 12월 착공한 것으로 서류상 집계돼 있다. 하지만 현재 세 곳은 각각 철거, 이주 준비, 협의보상 단계다. LH 측은 “과거 착공 기준을 사업협약서 작성 시점으로 설정해 생긴 일”이라며 “기준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착공이 곧 성과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주까지 마쳐야 주택 공급이 된 것”이라며 “공정을 높이도록 현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 “실제 공정 높여야” 지적

국토교통부는 이재명 정부 첫 공급대책인 지난해 9·7 대책에서 공급 통계 기준을 기존 ‘인허가’ 중심에서 ‘착공’ 중심으로 변경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서류상 착공 실적이 실제 공사 착수 여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공급 목표의 달성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광환 건축사는 “업계에서는 통계상 공급 목표만 달성하는 것을 가리켜 ‘잠을 재운다’ ‘잠자는 현장’이라고 부른다”며 “이렇게 ‘잠을 자는’ 기간이 길어지면 설계 변경 가능성도 커져 실착공은 더 지연된다”고 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착공 실적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발표돼도 시장의 주택 수요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의원은 “기본 절차도 마무리되지 않은 현장을 ‘착공’으로 분류하는 것은 ‘숫자 부풀리기’”라며 “가짜 통계를 즉각 걷어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정 관리와 착공 기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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