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의 ‘광속 손절’ 공포

10시간 32분.
프랑스 축구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중국에서 논란에 휘말린 뒤 현지 광고 계약이 끊기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난달 26일 밤 11시 11분 중국 축구 전문 매체 둥추디가 음바페의 반년 전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자신과 관련된 가장 재미있는 인터넷 밈(우스개)을 묻는 질문에 그는 마오쩌둥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내 얼굴을 합성한 영상인데 (그 사람은) 중국의 독재자였던 것 같다”고 답했다. 중국 음료업체 둥펑음료는 한밤중에 경영진 회의를 열었고 이튿날 오전 9시 43분 광고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중국 대형 마트들도 음바페의 얼굴이 새겨진 월드컵 기념 음료수를 매대에서 치웠다. 음바페는 영어·프랑스어·중국어로 사과했고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회장까지 고개를 숙였다.
중국이 외부인에게 요구하는 정치적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외국 브랜드와 유명인들이 하루아침에 손절당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들이 현지 정서와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지만, 월드스타의 반년 전 발언까지 ‘파묘’해 하룻밤 새 퇴출시키는 시장이라면 살얼음판이나 다름없다.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직접 제재하기도 전에 기업들이 논란에 휩싸인 인물과 앞다퉈 관계를 끊는 ‘광속 체거(光速切割·초고속 손절)’ 현상이다. 정치적 논란을 방치했다가 정부와 여론의 표적이 되느니 먼저 관계를 끊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 인기 높은 대만 방송인 차이캉융도 지난달 4일 독립 성향의 민진당 소속 타이베이 시장 후보 선보양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가 당일 밤 중국 전기차 업체 립모터의 홍보물에서 사라졌다. 불과 한 달 전 차이를 ‘브랜드 친구’로 소개했던 립모터는 자정 직전 입장문을 내고 그가 정식 광고 모델은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차이는 이후 “대만 독립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국민당 소속 장완안 시장의 선거 행사에도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배우 전지현이 드라마 ‘북극성’에서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라는 대사를 했다는 이유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비판받자 화장품·시계 브랜드의 중국 광고에서 그의 모습이 지워졌다.
중국 기업과 매체의 경쟁적인 선제 대응으로 외부인에 대한 응징은 빨라지는 반면 무엇이 금기인지는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만·홍콩 문제나 중국의 인권·정치 체제·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인 금기였다면, 최근에는 중국인들의 정서를 거스르는 농담이나 작품 속 대사까지 ‘중대 문제’가 된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한국 기업인은 “어떤 언행이 중국에서 금기인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자기 검열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외국 기업과 개인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언제든 손절당할 수 있는 시장에서 누가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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