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감’ 떨어질 때를 아는 상어[서광원의 자연과 삶]〈131〉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 북항 수로에 한 달 넘게 머물며 화제를 모았던 흑상어 '부캉이'는 한국에서 세 번째로 유명한 상어가 된 것 같다. 영화 '죠스'에 나온 백상아리가 첫 번째이고, 아이들에게 유명한 캐릭터 '아기상어'가 두 번째다.
더구나 백상아리는 이동하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하와이의 한 무인도에 매년 딱 2주 정도만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 뱀상어들도 이런 능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죠스’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백상아리 중에는 매년 2만 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개체도 있다. 바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동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 근처에서 호주 동남부까지 마치 위도를 따라가듯 직선으로 같은 장소에, 그것도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이 정도의 거리 이동은 철새도 한다. 하지만 백상아리는 철새처럼 공중에서 지형을 내려다볼 수 없다. 그런데도 잘 아는 길을 가듯 직선으로 간다. 철새들은 어릴 때부터 무리를 따라 이동하며 경로를 익히지만, 주로 단독 생활을 하는 백상아리는 누구에게 길을 배울 수도 없는데 말이다.
더구나 백상아리는 이동하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망망대해에는 물고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해류끼리 만나거나 해류가 섬 같은 지형과 충돌하는 곳에 생태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충돌로 해저의 영양분이 위로 올라오면 이를 따라 플랑크톤이 번성하고, 이를 먹는 갑각류와 물고기가 뒤따르면서 먹이사슬이 만들어진다.
이런 일이 드문 망망대해는 백상아리에게 황량한 사막이나 다름없다. 이 먼 거리를 오가는 9개월 동안 쫄쫄 굶어야 하는 것이다. 덩치가 보통 3t(톤)에서 5t을 넘나드니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매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가만히 있으면 굶어 죽기 때문이다. 농촌의 춘궁기 같은 때가 있어서다. 짝짓기 역시 이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 먼 거리를 왕래할까.
2021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이 귀상어를 통해 그 비결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철새처럼 지구 자기장 감지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제기된 생체 나침반 가설을 입증한 것이다. 하와이의 한 무인도에 매년 딱 2주 정도만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는 뱀상어들도 이런 능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곳에 나타나는 이유는 하나다. 섬에 사는 앨버트로스 새끼들이 생애 처음으로 비행을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뱀상어가 나타나는 시기도 거의 정확하다.
날개가 있다고 단박에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집이 큰 앨버트로스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근처에 머물며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린다. 첫 이륙에 실패해 바다로 떨어지는 새끼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 먹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날아오르는 앨버트로스의 10% 정도는 쉽게 사냥할 수 있다. 이 좋은 곳이 있는데 왜 오지 않겠는가.
잘 살아가려면 감각이 좋아야 한다. 감각은 세상의 변화를 몸으로 알아채 살아있음을 만들어내는 생존 장치다. 4억 년 넘게 살아온 상어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1호기 탑승자 정보’, 벨기에 정부와 공유하다 샜을 가능성
- 김민석 “신천지, 대단히 죄송” 울컥…정청래 “자업자득 결자해지”
- 28년간 걷고 헤엄쳐 세계일주…57세에 집에 돌아왔다
- ‘돌부처’ 이창호 “2000승 비결? 지루해도 그냥 하니 됐어요”
- 아빠 쓰러지자 필사의 가슴 압박…중학생 아들 ‘기적의 7분’
- 45세 前슈퍼모델 김자연, 70세 손영권 삼성전자 고문과 결혼
-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게 뭐냐…법관들 목소리 내자”
- 오세훈 38명-한동훈 19명…30분간격 토론회에 ‘눈도장’ 두 탕도
- “與 86세대는 아직도 ‘독립운동’…조폭의 언어로 싸워”[황형준의 법정모독]
- 트럼프, 공격 안한다더니…선거 전날 이란 요충지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