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약, 뇌경색 회복의 새 열쇠 될까"... 가능성과 한계 짚어보니 [딥다이브]

권태원 기자 2026. 11. 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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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당장의 증상보다 치료 뒤 남는 후유증이 더 무섭다고 알려져 있다.

신경과 양욱진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뇌경색 후 장애가 더 많이 남는 경향이 있고, 발병 당시 혈당이 높을수록 혈전제거술의 효과도 작았다"며 "회복한 뒤 뇌경색이 다시 생길 위험 역시 당뇨병이 없는 환자보다 약 1.5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이 있는 뇌경색 환자가 시술 뒤 당뇨병약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석 달 뒤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한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당뇨병약으로만 알았던 SGLT2 억제제, 뇌경색 회복 치료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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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치료 시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 약을 복용하면, 석 달 뒤 일상 복귀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당장의 증상보다 치료 뒤 남는 후유증이 더 무섭다고 알려져 있다. 혈전제거술로 막힌 혈관을 다시 뚫더라도, 그사이 이미 손상된 뇌는 되살아나지 않아 회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뇨병까지 있다면 회복은 더 어렵다.

신경과 양욱진 교수(서울아산병원)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뇌경색 후 장애가 더 많이 남는 경향이 있고, 발병 당시 혈당이 높을수록 혈전제거술의 효과도 작았다"며 "회복한 뒤 뇌경색이 다시 생길 위험 역시 당뇨병이 없는 환자보다 약 1.5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어려움을 덜어낼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이 있는 뇌경색 환자가 시술 뒤 당뇨병약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석 달 뒤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한 비율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환자를 살핀 선행 연구에 이어, 후유증이 남기 쉬운 중증 환자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돼 더 주목된다.

당뇨병약으로만 알았던 SGLT2 억제제, 뇌경색 회복 치료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연구가 시작된 배경부터 결과의 의미와 한계, 앞으로의 과제와 환자가 궁금해할 점까지 선후행 두 연구를 모두 이끈 양 교수 도움말로 자세히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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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뚫어도 '회복'은 숙제... "회복 돕는 약은 아직 없어"
뇌경색 치료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는 치료가 아닌 회복이다. 의학의 발전에 따라 이제 혈전제거술로 막힌 혈관을 뚫는 데는 대부분 성공하게 됐다. 하지만 그 뒤의 회복 경과는 여전히 환자마다 크게 다르다. 양욱진 교수는 "논에 물을 대던 수로가 막혔다가 다시 뚫려도, 그사이 말라 버린 벼는 되살아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며 "혈관이 막혔을 때 주변의 다른 혈관이 우회로가 되어 피를 얼마나 보태 주는지가 사람마다 달라, 뇌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손상 범위도 크게 차이 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막힌 혈관을 뚫어낸 비율은 85%였지만, 3개월 뒤 혼자 생활할 수 있게 된 환자는 10명 중 4명 정도에 그쳤다.

회복을 직접 돕는 약도 마땅치 않다. 지금의 회복 치료는 재활치료와 재발을 막는 약물치료가 중심이다. 양 교수는 "회복을 돕는 약 가운데 진료지침에서 권고될 만큼 효과가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직 없다"며 "작은 연구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약들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뇌경색 환자에게 써도 될까"... 진료 현장의 망설임에서 시작된 연구
SGLT2 억제제는 콩팥이 걸러낸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통로를 막아, 남는 당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당뇨병약이다. 혈당을 낮출 뿐 아니라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심장과 콩팥을 보호하는 효과가 확인돼, 지금은 당뇨병이 없는 심부전·만성콩팥병 환자에게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뇌경색을 겪은 당뇨병 환자에게는 사정이 달랐다. 이 약은 당과 함께 수분도 소변으로 빼내기 때문에, 뇌경색 급성기에 몸속 수분이 줄면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연구는 바로 이 망설임에서 출발했다. 양욱진 교수는 "전임의 시절, 뇌경색으로 입원한 환자의 증상이 악화될까 봐 이 약을 망설이는 모습을 진료 현장에서 보며 정말 그런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써도 안전한가'를 확인하려던 질문이 '회복에도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 셈이다.

선행 연구에서 안전성 확인… 중증 환자 대상 후속 연구로 이어져
양욱진 교수 연구팀은 선행 연구에서 한 병원에 입원한 당뇨병 동반 급성 뇌경색 환자 약 800명을 대상으로, 입원 중 SGLT2 억제제를 사용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했다. 입원 기간에 증상이 나빠지는지와 3개월 뒤 얼마나 회복되는지를 함께 살폈는데, 결과는 우려와 반대였다. 이 약을 쓴 환자에서 입원 중 증상 악화가 늘지 않았고, 3개월 뒤 회복은 오히려 더 좋았다. 다만 대상자 대부분이 증상이 가벼운 환자였다는 한계가 있었다.

양 교수는 "증상이 가벼운 환자는 대체로 잘 회복하기 때문에 약의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후유증이 남기 쉬운 중증 환자에서도 같은 경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증 환자에서도 긍정적 신호… 처방군, 3개월 뒤 회복률 약 20%p 높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후속 연구는 대상과 규모부터 달랐다. 대상은 굵은 혈관이 막혀 혈전제거술까지 받은 중증 환자로 좁혔고, 참여 병원은 한국과 유럽의 네 곳으로 늘렸다. 평가도 입원 중 증상 악화보다 3개월 뒤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양욱진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혈전제거술을 받은 환자는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아, 이 환자들만 따로 분석하려면 한 병원의 자료로는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위스 로잔의 뇌졸중 센터가 함께했다. 양 교수는 "인종에 따라 뇌경색의 원인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유럽 환자를 함께 분석하면 결과가 한국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네 병원에서 혈전제거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429명을 분석했다. 이 중 51명(11.9%)이 퇴원할 때 SGLT2 억제제를 처방받았다. 회복 정도는 장애 수준을 0점(증상 없음)부터 6점(사망)까지 매기는 척도로 평가했으며, 0~2점이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상태에 해당한다. 나이와 증상 정도 등 두 집단의 조건을 통계적으로 맞춰 비교하자, 3개월 뒤 혼자 생활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은 처방군 65.1%, 미처방군 45.3%로 약 20%p 차이가 났다. 100명으로 치면 65명과 45명의 차이다. 한국과 유럽은 환자 특성과 치료 환경이 다소 달랐지만, 두 지역 모두 같은 경향을 보였다. 경증 환자에게서 보였던 신호가 중증 환자에게서도 확인된 셈이다.

혈당만으로는 설명 어려워... "약물 효과로 단정할 수 없어"
당뇨병약인 만큼 혈당이 잘 조절된 덕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결과는 혈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양욱진 교수는 "두 집단의 평소 혈당 수준이 비슷했고, 혈당이 높은 환자와 낮은 환자로 나눠 봐도 결과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며 "혈당을 낮춘 것 외에 다른 작용이 있을 가능성을 추가 연구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약물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해서도 안 된다. 두 연구 모두 기존 진료 기록을 분석한 관찰연구로, 약물 사용과 회복 사이의 연관성은 보여주지만 인과관계까지 증명하지는 못한다. 양 교수 역시 "가장 걱정한 것은 이 약을 처방받은 환자가 원래 회복이 잘될 환자였을 가능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 처방이 달라졌다면, 회복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양 교수는 이어 "혼자 생활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이 약 20%p나 차이 난 것은 예상보다 큰 결과였다"면서도 "이 수치를 그대로 약의 효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증·중증 환자 모두 긍정적 결과… 당뇨약 선택의 새로운 가능성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경증 환자 중심의 선행 연구와 중증 환자 대상 후속 연구에서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왔고, 한국과 유럽 환자에서도 일관된 경향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실제 진료에서 주목할 부분은 당뇨약 선택의 가능성이다. 당뇨병이 있는 뇌경색 환자는 혈당뿐 아니라 혈압과 콜레스테롤도 관리해야 하는 만큼 복용 약물이 많아지기 쉽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약을 추가하기보다 기존에 사용하는 당뇨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때 참고할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욱진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뇌졸중 환자의 당뇨약을 고를 때 SGLT2 억제제를 하나의 좋은 선택지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SGLT2 억제제의 역할을 뇌졸중 전반으로 넓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뇌졸중 예방 효과는 다른 심혈관질환만큼 명확하지 않았으며, 선행 연구는 급성기 안전성을, 이번 연구는 혈전제거술 이후 기능 회복과의 연관성을 살펴봤기 때문이다.

양욱진 교수|출처: 서울아산병원

회복 치료제로 바로 쓸 수 있나... 남은 과제와 전망
아직은 '가능성'을 제시한 단계다. SGLT2 억제제가 '뇌졸중 회복 치료제'로 쓰이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양욱진 교수는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환자를 모으고 약의 효과를 비교하는 전향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어떤 환자에게, 언제부터, 얼마나 오래 쓰는 것이 좋은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회복 치료제로 쓸 시점을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더 넓게 보면 이번 연구는 뇌졸중 치료의 무게추를 '혈관 뚫기'에서 '회복'으로 넓게 옮기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양 교수는 "뇌졸중 치료의 중심은 여전히 '막힌 혈관을 어떻게 다시 여느냐'에 있다"면서도 "막힌 혈관의 위치나 뇌 손상 정도, 병원 도착 시간 등 때문에 혈전제거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고, 혈관을 뚫어도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뇌경색 초기에 뇌세포를 보호해 손상을 줄이는 치료와, 이미 손상된 뇌가 다시 기능을 되찾도록 돕는 회복 치료 모두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다른 병에 쓰이던 약을 뇌 회복에 활용하거나, 뇌 자극·로봇 재활로 회복을 높이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SGLT2 억제제를 살핀 이번 연구도 이런 흐름 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Inhibitor Use and Functional Outcomes After Endovascular Thrombectomy in Diabetic Stroke: 당뇨병 동반 뇌졸중 환자에서 혈전제거술 후 SGLT2 억제제 사용과 기능적 예후)는 2026년 9월 국제학술지 '스트로크(Stroke)'에 게재됐다.

<뇌경색 치료 후 SGLT2 억제제, 궁금합니다>

Q. 지금 먹는 당뇨약, SGLT2 억제제로 바꿔야 할까?
A. 스스로 바꿀 필요는 없다. 주치의와 당뇨약을 고를 때 참고할 근거가 하나 생긴 정도로 보면 된다.

Q. 뇌경색 직후에 먹어도 괜찮을까?
A. 입원 중 증상 악화가 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다만 탈수가 있거나 식사·물 섭취가 어렵다면 주의해야 하고, 급성기를 넘겨 상태가 안정된 뒤 고려하는 것이 좋다.

Q. 주의할 부작용은?
A. 소변을 자주 볼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하다면 화장실을 오가다 발생하는 낙상 사고에 대비하는 게 좋다.

Q. 시술을 받지 않았거나 당뇨병이 없어도 효과가 있을까?
A. 시술받은 환자가 적었던 경증 환자 중심의 선행 연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있었다. 당뇨병이 없는 환자는 연구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연구로는 알 수 없다.

Q. 이 약으로 뇌졸중 재발도 막을 수 있을까?
A. 뇌졸중 예방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 재발 예방의 기본은 처방받은 예방약을 임의로 끊지 않고 꾸준히 먹는 것이다.

Q.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A. 회복이 가장 활발한 발병 후 첫 3~6개월에 재활을 꾸준히 받는다. 이후에도 하루 30분 걷기, 금연·절주, 싱겁게 먹기, 규칙적인 식사를 이어 간다.

전문가 답변을 기반으로 기자가 재구성한 질의응답입니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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