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량 확대에 ‘선심성 사업 통로’ 우려… 통제장치 관건 [심층기획-예산정국 뇌관 '200조 미래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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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국회 심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을 둘러싼 논의가 격화하고 있다. 미래기금은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치를 상회하는 내년도 추가세수(158조4720억원)와 올해 초과세수(56조2000억원) 등을 재원으로, 2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미래기금을 만들면서 △초과세수를 미래기금으로 전입하거나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경우, 예산 총계주의의 예외로 삼겠다고 밝혔다.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채 상환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거나 대규모 세수 결손 시엔 추경을 통해 국회 심의를 받아 지출을 조정하는 게 '정공법'으로 평가되지만, 미래기금 도입 이후 정부 재량이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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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사실상 맘대로 쓰겠다는 것”
입법조사처도 추경 우회 수단 경고
100조 여유자금 활용도 뜨거운 감자
운용수익·투자 방식 등 구체화 안 돼
중복투자 막을 컨트롤타워 구축해야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는 두 가지 경로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 통상적인 절차대로 ‘단년도 예산주의’에 맞춰 세수 증가분을 내년도 경상 및 소비지출에 쓰는 것이다. 이 경우 내년 총지출 증가액이 올해 대비 최대 27%까지 늘어나는 등 재정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지출 규모를 키운 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시점에는 지출 구조조정도 더욱 힘들어진다.

문제는 미래기금 편성과 함께 나랏돈에 대한 중앙정부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헌법은 제54조를 통해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확정 권한을 명확히 하는 한편 56조에서도 예산 변경 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필요성을 명시해 국회 견제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미래기금특별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보면, ‘예산 총계주의’를 예외로 하는 규정들이 반영돼 있다. 예산 총계주의란 쉽게 말해 정부가 걷어 들이는 돈과 쓰는 돈을 모두 예산에 담아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예산 총계주의는 국가재정법상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예외 요건은 현물출자, 수입대체경비 등 특별한 경우에 국한된다.

미래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범위가 과도하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은 신축적인 사업추진이 필요할 때 활용되는 만큼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사전에 변경할 수 있는 주요항목(장·관·항)의 범위를 사업성기금은 20%, 금융성기금은 30%로 정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기금이 재정안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 금융성기금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는 청년 등 4대 계정에 40조원이 넘는 미래기금 재원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성기금이라는 입장이다. 예정처는 “4대 계정 사업규모가 45조4000억원에 달해 산술적으로 국회 의결 없이 최대 13조6000억원 규모의 지출 변경이 가능해져 국회 예산심의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국세의 19.24%를 연동해 내려 보냈던 지방교부세 역시 내국세가 추세치를 상회하면 초과분 전액을 미래기금에 적립하는 반면 추세치를 밑돌 경우 중앙정부 재량으로 보전 여부와 규모가 정해져 중앙정부 입김이 커지는 구조로 바뀐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세수 호황인데도) 지자체로 가야 할 재원들이 가지 않게 된다”면서 “교부금은 갑론을박이라도 있었지만 교부세 개편은 공론화 과정도 없었고, 입법예고 기간도 4일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미래기금의 여유자금 운용 과정에서 정부 내 중복 투자 문제 등 교통 정리도 과제다. 미래기금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여유자금 운용에 따른 수반 비용인 자금위탁 수수료(225억원)는 기금운영비로 편성돼 있지만, 자산운용수익 및 투자 방식은 구체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국민성장펀드, 한국투자공사 전략투자계정 등과 함께 미래기금의 여유자금이 각각 운용되면 인공지능, 반도체에 올인하는 방식으로 중복 투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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