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통령직 ‘유리천장’ 깰까···메르츠 “차기 대통령 반드시 여성”

백민정 기자 2026. 11. 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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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49회 ISEAS 싱가포르 강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에서 전후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내년 1월 치러지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역대 대통령 12명이 모두 남성이었던 독일에서 집권 기독민주당(CDU)이 여성 후보를 추천할지 주목된다.

독일 공영 ARD방송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2일(현지시간) CDU 당내 회의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와 관련해 “여성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정치적 중도 후보를 당에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메르츠 총리가 여성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점을 단호하게 강조했다고 전했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6년간 재임하는 등 여성 정치인의 고위직 진출이 활발했지만,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은 지금까지 남성의 몫이었다. 전후 독일 대통령 12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대통령은 실질적인 정치 권한은 거의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독일을 대표하고 국민 통합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메르츠 총리가 여성 대통령 선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독일 정가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메르츠 총리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올라프 숄츠 전 총리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등은 이미 차기 대통령으로 여성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가운데)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가 지난 7월29일(현지시간) 베를린 슈프레보겐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음 대통령 선거는 내년 1월30일 열린다. 2017년 선출돼 두 차례 임기를 마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내년 3월 퇴임한다. 후임자는 연방의회 의원과 16개 주 대표들로 구성되는 연방회의에서 선출한다. 집권 연립정부를 구성한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 사회민주당(SPD)이 선거인단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연정이 합의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CDU 안팎에서는 율리아 클뢰크너 연방의회 의장, 카린 프린 교육·가족·여성·노인·청소년부 장관,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전 국방장관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는 자신이 주 총리로 있는 바이에른주의 일제 아이그너 주의회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메르츠 총리는 의석수가 더 많은 CDU가 후보 추천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ARD는 전했다.

메르켈 전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작다. 메르켈 전 총리는 대통령직에 뜻이 없다는 뜻을 밝혔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 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대표 자격으로 투표할 예정이다.

메르츠 총리는 오는 9일 CDU 위원회 회의에서 후보 선정과 관련한 예비 결정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그때까지 CDU 각 주 지도부와 CSU 측을 만나 연정 내 공동 후보를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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