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92만정으로 ‘42억원어치’ 필로폰 1.36㎏ 제조한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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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포승읍의 한 아파트 단지.
마약 투약 등으로 복역한 김 씨는 출소 후 평택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다 빈 호실 하나를 골라 지난해 4월 필로폰 시험 제조에 나섰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경기 파주시의 한 건물을 빌려 감기약을 10통씩 사다가 슈도에페드린을 추출한 뒤 화학약품과 섞는 등의 방식으로 필로폰 약 9g을 만들었다.
이런 점을 토대로 경찰은 이 한약사가 필로폰 제조에 쓰일 줄 알고도 감기약을 팔았다고 보고 제조 방조 혐의 등으로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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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감기약에서 마약 원료인 슈도에페드린 성분을 뽑아 필로폰 약 1.36kg을 만든 총책 김모 씨(67) 등 제조 일당 5명과 감기약 무단 판매 사범 등 13명을 검거해 4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약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42억 원어치로,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만든 국내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 ‘감기약 필로폰’ 전과자 영입해 대량 제조
마약 투약 등으로 복역한 김 씨는 출소 후 평택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다 빈 호실 하나를 골라 지난해 4월 필로폰 시험 제조에 나섰다. 유치권 분쟁으로 인적이 드문 데다 폐쇄회로(CC)TV와 주차 차단기가 있어 외부인 출입을 감시하기에 좋았다.

일당은 해외 논문과 과학실험 영상, 과거 필로폰 제조 사건 판결문까지 찾아보며 제조법을 가다듬었다. 제조는 독한 냄새와의 싸움이었다. 창문을 모두 열어둔 채 방독면과 노란 보호복을 입고 작업했다. 가열 기구가 자꾸 고장 나 여러 대를 쟁여뒀다. 완성된 필로폰과 원료인 슈도에페드린은 생김새가 비슷해 비닐봉지에 ‘슈도’라고 적어 구분했다. 아파트 다른 동에는 주민 10여명이 살고 있었지만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잠복 끝에 올 6월 평택 지제역에서 열차를 타려던 김 씨를 붙잡았다. 그의 소지품에선 필로폰이 나왔다. 일당은 수사망을 피해 경기 파주시의 별도 창고로 ‘공장’을 옮기려던 참이었다.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연 창고에선 제조 도구 약 40종 150점과 화학물질 약 20종 1.5t도 나왔다.
● 강제력 없는 판매 제한… 92만 정 풀려

일당은 이런 허점을 노리고 서울과 대구 부산 등의 약국을 무작위로 접촉한 뒤 “요양원에 봉사용으로 보낼 비염약이 필요하다”거나 “중국에 수출한다”고 둘러댔다. 일부 약국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제품을 대량 공급했다.
그중 한 30대 남성 한약사는 1~6월 6차례에 걸쳐 63만6600정을 팔았다. 그는 자기 아파트 주차장에서 약을 넘기거나 챗GPT에 ‘감기약으로 필로폰 제조가 가능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점을 토대로 경찰은 이 한약사가 필로폰 제조에 쓰일 줄 알고도 감기약을 팔았다고 보고 제조 방조 혐의 등으로 송치했다.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황산과 염산을 팔고도 거래 기록을 남기지 않은 화공약품 판매업자 2명도 함께 붙잡혔다.
경찰은 이 한약사 1명이 판 감기약만으로도 필로폰 17kg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일부가 유통됐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또 해당 감기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달라고 식약처에 요청했다. 황인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2계장은 “같은 지역에서 대량·반복 구매 사례가 나타나면 식약처에 신고하게 하지만 권고일 뿐”이라며 “구속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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