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투표함 빠져도 휘날리는 태극기…올공 떠나지 않는 사람들 [세상&]

전새날 2026. 11.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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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게이트 앞.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공개검증을 마친 6·3 지방선거 송파지역 투표지 247만장은 지난달 29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전부 반출됐다. 투표지가 경기장으로 이송된 지 146일 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반출 당일 오전 6시15분께부터 공개검증이 끝난 투표함을 경기장 밖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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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투표함 반출됐지만 자리 지키는 이들
평일 아침에 20여명, 주말엔 더 늘어난다고
체육공단, 텐트·천막 5일까지 자진철거 요청
3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 게이트 앞에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이영기 기자] “이 자리에서 처음 시작했으니까 내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1-3게이트 앞에서 1인 시위도 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 이성욱 씨)

3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1-3게이트 앞.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시민 2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날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4도까지 떨어지자 참가자들은 패딩과 목도리, 마스크, 모자 등으로 몸을 감쌌다. 이들은 북소리에 맞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라는 구호를 다 함께 외쳤다.

오전 9시가 되자 시위대는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애국가를 불렀다. 게이트 주변에는 은박지로 감싼 텐트와 천막이 늘어서 있었다. 그 안에서 잠을 청하거나 추위를 피해 앉아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150여일 이어진 시위로 공원 곳곳에는 각종 생활용품과 쓰레기까지 쌓여있었다. 올림픽공원 시위에 참여해 오다가 지난달 새벽 심정지로 사망한 한 시민을 추모하는 근조화환도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공원 곳곳에는 시설물을 자진 정리하고 철수해 달라는 안내문도 설치돼 있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현수막과 입간판을 통해 오는 5일까지 시위대가 세운 텐트와 천막 등을 정리·반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설치된 텐트와 천막들. 전새날 기자

투표용지와 투표함이 모두 반출됐지만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아침에는 사람들이 없고 퇴근하고 많이 온다”며 “지난주 토요일에도 많이 왔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의 공개검증을 마친 6·3 지방선거 송파지역 투표지 247만장은 지난달 29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전부 반출됐다. 투표지가 경기장으로 이송된 지 146일 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반출 당일 오전 6시15분께부터 공개검증이 끝난 투표함을 경기장 밖으로 옮겼다. 경찰이 인간 띠를 만들어 시위대를 막으면서 반출은 별다른 충돌 없이 진행됐다. 앞서 잠실지역 개표소로 사용된 핸드볼경기장은 개표 결과에 반발하는 시위대에 의해 지난 6월 5일부터 봉쇄됐다. 시위대는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개표소 출입구 일대를 사실상 점거해 왔다.

남아있는 시민들 “철수 안 한다”
체육공단, 시설물 처리 방안 고심
올림픽공원 일대에 설치된 운영 정상화 협조 관련 안내문. 전새날 기자

거의 매일 아침 시위에 참여한다는 이성욱(82) 씨는 지난 6월 5일 처음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오전 6시에 나와 오전 11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아침반’이라고 소개했다.

이씨가 추운 날씨에도 시위에 나오는 이유는 젊은 세대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늙은 사람들은 이제 다 됐다. 젊은 후대들이 걱정돼서 여기 나와 있는 것”이라며 “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는 시민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투표용지와 투표함이 반출된 이후에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검이 약속대로 하지 않았다. 투표지가 정당한 것인지, 부실 투표지인지, 가짜 투표지인지 규명도 하지 않고 박스 포장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구호가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다. 이걸 관철할 때까지 여기서 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6월 4일부터 시위에 참석했다는 김모(80) 씨도 현장을 떠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지나가다 시위 모습을 보고 ‘이게 될까’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을 계속 지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고 봤다. 김씨는 “여기가 없어지고 아무도 오지 않으면 올림픽공원에서 부정선거가 잘 마무리됐다고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마음만 있으면 도시락을 싸 와서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만난 한 남성은 “투표함 반출 후에도 여전히 주말에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난달 31일 찍은 현장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전새날 기자

자신을 ‘올공 해결사’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투표용지와 투표함이 반출된 만큼 이제는 물품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곳이 성지다. 오라고 해서 오는 것도, 가라고 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투표함 반출 이후에도 각자의 이유로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시위를 언제까지 이어갈지에 대한 공동의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성욱 씨는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아직까지 중지를 모으지 않았다”며 “(철거 기한인) 내일모레까지 해보고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체육공단 관계자는 “5일까지 철거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며 “기한 내 텐트와 시설물 등이 철거되지 않을 경우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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