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HBM 없으면 中 AI칩 못 만든다”…밀수업자들 기상천외한 수법까지

서지연 2026. 11. 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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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피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국으로 빼돌리는 밀수 수법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산 HBM을 저가 서버 프로세서와 함께 포장해 수출한 뒤 중국에서 다시 분리하는 방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밀수업자들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금지 조치에도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한국산 HBM을 중국으로 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밀수 메모리를 중개하는 한 20대 업자는 디인포메이션에 "1년 전만 해도 HBM3E 한 개가 중국에서 수백달러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약 4000달러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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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HBM, 서버 프로세서로 위장 수출
중국서 다시 분리해 화웨이 AI칩 공급망에 유통
HBM3E 가격 1년 새 수백달러서 4000달러로 급등
美 수출통제 강화 속 한국 반도체 기업도 부담
SK하이닉스가 GTC 2026에서 공개한 ‘커스텀 HBM’ 콘셉트.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피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국으로 빼돌리는 밀수 수법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산 HBM을 저가 서버 프로세서와 함께 포장해 수출한 뒤 중국에서 다시 분리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필수적인 HBM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밀수 시장에서는 칩 한 개 가격이 4000달러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밀수업자들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금지 조치에도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한국산 HBM을 중국으로 반입하고 있다.

최근 확산하는 방식은 HBM을 저가형 서버 프로세서와 함께 하나의 기판에 패키징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제품은 HBM 단독 제품이 아닌 서버 프로세서 항목으로 분류돼 수출 제한 규정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수출 규정상 패키지의 전체 연산 능력은 메모리 칩이 아닌 서버 프로세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중국에 반입된 제품은 다시 분해된다. 현지 기술자들이 패키지에 열을 가해 납땜을 녹인 뒤 필요한 HBM 스택만 떼어내고 나머지 서버 프로세서는 폐기한다.

다만 이 과정은 고도의 정밀 기술이 필요해 실패 위험이 크다. 열을 지나치게 빠르게 가하거나 장시간 노출하면 내부 메모리 스택이 뒤틀리거나 균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수업자들이 제품 손상 위험까지 감수하는 이유는 중국 내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밀수 메모리를 중개하는 한 20대 업자는 디인포메이션에 “1년 전만 해도 HBM3E 한 개가 중국에서 수백달러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약 4000달러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AI 칩 패키지 하나에는 HBM이 통상 6~8개 필요하다. 현재 중국 내 거래가격을 적용하면 AI 칩 자체와 서버, 전력 비용을 제외하고도 메모리 가격만 2만4000~3만2000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확보한 HBM은 주로 중국 통신장비·IT 기업 화웨이의 고객사들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공급망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일부 고객사에 차세대 주력 AI 칩인 ‘어센드 960DT’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한 HBM이 상당 부분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어센드 960DT가 기존 제품보다 두 배 높은 성능을 갖췄으며 중국이 자체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강력한 프로세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필요한 메모리를 직접 구매할 수 없게 되자 일부 AI 칩 주문 고객사에 HBM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중국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핵심 메모리만큼은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충분한 HBM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처리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특히 딥시크와 문샷 등 중국 AI 기업들이 대규모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고성능 AI 프로세서와 HBM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HBM 공급이 부족한 데다 중국 내 자체 생산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HBM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의 한국산 메모리 확보 수요가 커지고 있다.

디인포메이션은 이 같은 상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두 회사가 직접 수출하지 않았더라도 자사 메모리가 중국산 AI 칩에서 발견되면 미국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는 2024년 자사가 제조한 칩이 화웨이 제품에서 발견된 이후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은 TSMC에 중국으로의 AI 칩 수출을 전면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포함해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0년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HBM 밀수 시장에서는 규제 위반을 애국적 행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밀수 메모리를 중개하는 한 20대 업자는 자신을 밀수업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국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밀수 경로가 널리 알려지면서 단속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주문해온 한 밀수업자는 경쟁 업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업을 정리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사용하는 경로를 이제 다른 여러 업자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규제 당국에 발각되기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단속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회사 지분 대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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