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승인 없으면 기사 삭제, 국회 기자 전원 잠적”…기자들도 모르는 언론통제 실상?

2026. 11. 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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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팩트체크] ‘신문기자 후배’ 충격 전언이라는 SNS글
보수 언론 데스크들도 모르는 청와대 사전검열
기자들이 숨었다는 국회 소통관, 야당 기자회견은 성업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올라온 글. 작성자는 신문기자로 일하는 후배에게 들었다며 청와대가 사전 승인하지 않은 기사를 삭제하도록 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국회의원의 기자회견까지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나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스레드 화면 갈무리.

청와대의 승인을 받지 않은 기사는 모두 삭제된다. 대통령에게 불리한 기사를 쓰면 고소장이 날아오고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사로 찾아온다. 국회에서는 기자들이 모두 숨어버렸다.

11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올라온 글의 내용이다. 글쓴이는 신문기자로 일하는 후배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글쓴이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언론통제의 실상이 자못 충격적이다.

글쓴이는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기사를 사전에 승인하고 있으며, 승인을 받지 않은 기사는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어기면 고소장이 날아오고 청와대 관계자가 찾아온다고 했다. 신문사 윗선도 승인을 내주지 않아 기자들이 취재를 포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정치 담당 현업 기자로서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이같은 주장은 금시초문이다. 우선 기자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는 보수·진보 성향 언론사에서 일하는 데스크급 기자들이 여럿이다. 이들의 평소 성향과 취재 관행을 생각하면 청와대에서 기사 삭제를 요구하거나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압력이 들어왔을 때 조용히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보수언론의 데스크들이 그런 압력을 받고도 입을 다물고 있다는 이야기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기사 한 건만 제대로 터뜨려도 대형 특종이 될 사안이다. 그런데 SNS 글에 등장하는 언론사들은 모두 청와대의 지시를 고분고분 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청와대의 언론통제 능력보다 전국 언론사들의 비밀 유지 능력이 더 놀라울 지경이다.

글쓴이는 언론통제가 국회까지 미쳤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소속 어느 의원이 이재명 정부의 실책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지만 청와대 경호실과 비서실이 막아 취소됐다는 것이다. 의원의 이름도, 기자회견 날짜도, 폭로하려던 내용도 없다.

국회 소통관의 실제 풍경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출입기자로 등록된 기자는 1000여명이 넘는다. 소통관에서는 여야 의원과 각종 단체의 기자회견이 거의 10분 단위로 이어진다. 취재를 가면 이름이 낯선 인터넷매체나 유튜브 채널 소속 기자들도 부지런히 현장을 취재한다. 전국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는 소규모 기자회견까지 기사와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곳이다.

국회 소통관이 조용해지기는커녕 북적대 자리가 없는 정도다. 소통관 2층 기자회견 장 밖 백브리핑 장까지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찾는 일? 당연 어렵지 않다.

가장 가까운 사례다. 지난 10월 27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태릉컨트리클럽 골프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을 마친 뒤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물론 주 의원이 앞서 제기한 의혹에는 사실관계 오류가 있었다. 프로골퍼 리디아 고가 김혜경 여사에게 골프 레슨을 했다는 주장은 당사자의 반박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주 의원을 고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자체는 예정대로 열렸고 여러 언론이 내용을 보도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가족의 태릉 CC 예약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의 골프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찰관에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연합

다음 날인 10월 28일에도 소통관에서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 확대 규탄 기자회견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의 기자회견이 줄줄이 예정돼 있었다.

대통령 배우자 관련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회견도 열리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회견도 잡히는 곳이다. 청와대가 야당 의원의 기자회견을 막고 기자들은 모두 숨어 있다는 SNS 글의 설명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현 정권과 정면으로 싸우는 언론이 한겨레밖에 없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한겨레가 민주당 내 반명 세력과 진보 진영의 반명 세력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관계자들이 들으면 상당히 섭섭할 이야기다.

당장 11월 3일 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대통령의 내로남불 비판, 그것 역시 내로남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을 직접 비판하는 내용이다. 청와대가 대통령 비판 기사를 모두 삭제하도록 명령한다면 조선일보의 사설부터 설명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와 여당의 언론 대응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대응기구인 민주파출소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고발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주간경향도 지난해 9월 방송인 김어준씨의 정치적 영향력을 분석한 ‘공장장 가라사대-팬덤 권력’ 기획을 보도한 뒤 민주파출소로부터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요구받았다. 언론중재위는 민주당의 신청을 기각했다. 해당 기획은 올해 2월 제57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집권당이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법적 대응을 남발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이 실제 정정보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언론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행위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과 청와대의 기사 사전검열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언론중재위는 언론보도로 발생한 분쟁을 다루는 기관이지 청와대의 기사 승인 대행기관이 아니다.

실제로 법적 대응이 과도하게 이뤄진다면 이를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그런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청와대 사전검열 시스템까지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SNS 글에는 여러 기자가 등장한다. 청와대의 압력 때문에 비리 제보를 돌려보냈다는 신문기자 후배, 언론중재위 소환이 심각하다고 알려줬다는 기자, 그리고 국회에서 모두 숨어버렸다는 기자들이다.

정작 이들 중 누구도 이름이나 소속 언론사를 확인할 수 없다. 청와대의 압력으로 삭제됐다는 기사의 제목도, 취소됐다는 국회 기자회견의 날짜도 없다.

기자들이 모두 숨었다는 국회 소통관에서는 오늘도 각종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언론사에는 청와대의 결재를 기다리지 않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일하고 있다.

아무래도 SNS 글에 등장하는 기자들은 다른 평행세계의 대한민국에서 취재하고 있는 듯 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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