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인접국으로 번진 인도네시아 연무, 외교 갈등 불씨로

최경윤 기자 2026. 11. 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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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클랑 인근 샤알람에 있는 말레이시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술탄 살라후딘 압둘 아지즈 샤 모스크가 뿌연 연무에 뒤덮여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유독성 연무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연무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이웃 국가로 확산하면서 외교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넉 달째 계속되는 인도네시아 산불로 발생한 유독성 연무가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인접국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주민들이 호흡기 질환과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건기에 팜유 생산을 위한 산림 개간 등으로 산불이 발생한다.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가뭄이 심화하면서 산불 진화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무 피해 역시 대개 며칠간 지속했지만, 올해는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 심각할 것이라는 예측과 조기 경보가 있었는데도 정부가 연무 피해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진 탄 싱가포르경영대학 법학 부교수는 “싱가포르 국민은 정부가 오염 유발 기업들에 단호하게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싱가포르 당국은 인도네시아 산불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는 싱가포르 등록 기업 10곳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자가 산불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문제라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마시는 산소 역시 인도네시아 숲에서 나온다고 주장하자, K 샨무감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해당 발언이 “실망스럽고 옳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반박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돌아온 건 갑작스러운 가스 수출 감축이었다. 샨무감 장관 발언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에너지 수요를 이유로 싱가포르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부가 자국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에 가스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며칠 만에 이 같은 조치가 발표되자 보복성 감축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연무 피해가 장기화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산림 개간을 위한 화전 농업이 널리 이뤄지는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에 공식적으로 외교적 항의를 제기하거나 법적 조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모하맛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외교적 대응은 곧 “양국 관계를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신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인도네시아와 산불 예방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은 2003년 반복되는 연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국경 연무오염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지만, 기업이나 정부에 제재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6년에는 2020년까지 역내 연무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시한을 2030년으로 늦추기도 했다.

오 에이 선 말레이시아 태평양연구센터 수석고문은 정부들이 바람이 불고 연무가 걷히길 기다리고만 있다며 “기름야자나무 재배에 큰 비중을 두는 한 연무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석 달째 산불과 싸우는 인도네시아···연무 퍼진 인접국까지 대기오염은 ‘세계 최고’
     https://www.khan.co.kr/article/202610141653001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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