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부채 4위’ 벨기에, 예산 협상 결렬에 정부 붕괴 위기

이완기 기자 2026. 11. 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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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벨기에도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정부 붕괴 위기에 빠졌다. 지출 삭감과 부유층 증세를 둘러싼 연립정부 내부의 갈등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벨기에 내부는 물론 유로존까지 흔들릴 위기다.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둘러싼 연립정부의 밤샘 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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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까지 100억 유로 절감 추진
연정 내 부자 증세 주장에 합의 못 해
총리 사의 표명…국왕 일단 유보
국가부채 GDP 대비 110.5% 전망
프랑스 이어 제2의 유로존 불씨되나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 EPA연합뉴스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벨기에도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정부 붕괴 위기에 빠졌다. 지출 삭감과 부유층 증세를 둘러싼 연립정부 내부의 갈등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벨기에 내부는 물론 유로존까지 흔들릴 위기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필립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둘러싼 연립정부의 밤샘 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벨기에 왕실은 총리의 사임 수락 여부 결정을 유보하고 연정 참여 정당 지도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왕실은 성명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고 경제적 도전이 심각한 상황에서 벨기에는 장기간의 정치적 위기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벨기에 집권 연립정부인 이른바 ‘애리조나 연정’은 더베버르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새플레미시 연대(N-VA)를 비롯해 자유주의 정당 개혁운동당(MR), 중도 정당 레장가제, 사회주의 정당 포르위트, 기독민주당(CD&V) 등 5개 정당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정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2029년까지 약 100억 유로(약 15조 원) 규모의 재정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수개월간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은 재정적자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것이었다. N-VA와 MR은 의료 분야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정부 지출 축소를 주장해 왔다. 반면 다른 연정 참여 정당들은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추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포르위트는 부유층 증세를 통해 15억 유로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으며 레장가제도 최소 10억 유로의 추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장가제 소속 막심 프레보 부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상당한 재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재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정당하다”며 “최상위 부유층과 다른 시민들이 부담을 나눠 지는 것은 미래를 위한 균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벨기에 정부가 이 같은 시도에 나서는 것은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10.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국가 가운데 그리스와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재정적자도 GDP 대비 5.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벨기에는 EU의 재정적자 시정 절차에 따라 2029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연정 내부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비슷한 대립으로 정부가 붕괴 직전까지 몰린 바 있다. 당시 더베버르 총리는 11월 국왕을 찾아 추가 협상 시간을 확보했으며 연정 참여 정당들은 같은 달 24일 92억 유로 규모의 재정 절감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예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정치적 위기가 재연된 것이다.

필립 국왕은 오는 6일 더베버르 총리와 다시 면담할 예정이다. 국왕이 최종적으로 사임을 수락할 경우 다른 정당들에 연립정부 구성을 요청하거나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프레보 부총리는 조기 총선 가능성을 “50 대 50”으로 평가하면서 연정 참여 정당들에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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