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처럼 되고 싶나" 협박… 러시아, 폴란드 내홍서 우군 포섭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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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통제권을 둘러싼 폴란드의 내홍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돕는 동유럽 반(反)러시아 국가를 우군으로 포섭할 기회를 포착했다. 12년 전 반러 혁명으로 자국에 침공 빌미를 준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처럼 되고 싶냐고 위협하며, 역내 장기전 영향으로 가뜩이나 동요 중인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공포감을 부추기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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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힘 싣고 친서방 정부에 경고
세르비아 친러 정권 실각 속 반색

사법부 통제권을 둘러싼 폴란드의 내홍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돕는 동유럽 반(反)러시아 국가를 우군으로 포섭할 기회를 포착했다. 12년 전 반러 혁명으로 자국에 침공 빌미를 준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처럼 되고 싶냐고 위협하며, 역내 장기전 영향으로 가뜩이나 동요 중인 폴란드 국민을 상대로 공포감을 부추기고 나섰다.
내년 총선 정권 교체 시도?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친(親)서방 성향인 폴란드 정부의 헌법재판소장 직무 배제를 “쿠데타”라고 비난하는 폴란드 우익 세력에 러시아가 힘을 실어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뒤 현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1일 “폴란드에서 헌정 쿠데타가 벌어지고 있다”고 선언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다.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1일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현재 폴란드가 “붕괴와 비극”에 직면한 상태라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실각으로 이어진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때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중단하고 친러 쪽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하겠다는 당시 야누코비치의 천명은 대규모 항의 시위와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명명된 친서방 정권 교체로 귀결됐지만, 이를 쿠데타로 규정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이어 2022년 2월에는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침공했다.
자하로바는 친서방 폴란드 정부를 상대로 12년 전 친러 정권 축출을 지지했던 우크라이나인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메드베데프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브뤼셀(EU)이 지원하는 (폴란드 총리 도날트) 투스크의 꼭두각시 자유주의자들이 법과정의당(PiS)의 보수파를 탄압하고 있다”며 “그들이 쓰는 방식은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정권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후원자인 현 폴란드 정부는 개전 뒤 5년 가까이 돼 가는데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에 눈엣가시였다. 이전 정권에 의해 정치화한 사법부를 정상화하려면 헌재 소장의 강제 정직이 불가피했다는 게 폴란드 정부의 명분이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에 불만을 품은 폴란드 우파 진영을 결속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선동 재료를 제공받은 셈이다. 실제 주말 연설에서 투스크 총리는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자국 우익 정치인들이 “전 세계 친러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보타주·전운에 불안한 일상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폴란드 동부 지역 주민들이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침범을 알리는 경고 사이렌과 긴급 문자 메시지를 받는 데 지쳐 가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폴란드의 일상생활에 침투한 결과”라고 전했다. 봉볼니차 시장 마르친 와구나는 FT에 “러시아와의 전쟁 위험은 안전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에게 결코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폴란드는 전쟁 발발 뒤 러시아가 배후인 기반시설(인프라) 파괴공작(사보타주)의 핵심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로 지원 물자를 수송하는 바르샤바-루블린 구간 철로에서 폭발물이 터지기도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철도 등 폴란드 주요 인프라 사진을 25만 장이나 찍은 러시아 국적자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미 불안감이 팽배한 터에 반러 정권이 계속 집권할 경우 전쟁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유권자들의 공포가 총선에 임박해 자극될 수 있다.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화하려 애쓰고 있는 러시아는 4월과 지난달 잇달아 헝가리와 세르비아의 친러 정권이 무너지며 난관에 봉착한 형편이었다. 그 와중에 동유럽 대표 반러 국가 폴란드에서 반전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날 불가리아에서 친러인 일리아나 요토바 대통령 권한대행이 친서방 야당 후보를 제치고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도 러시아로서는 희소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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