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춘기 다이어리] AI 시대, 우리에게 남은 무기는 뭘까?

이설희 기자 2026. 11.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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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넘쳐나는 시대, 가장 막막한 순간 우리가 떠올리는 건 여전히 누군가의 얼굴이다

[우먼센스] 바야흐로 AI 시대. 졸업반 학생들에게 AI 활용 능력은 어느새 취업 준비의 첫 단추가 됐고, 은퇴 이후를 내다보며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40대 동료들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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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AI가 언젠가 인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여전히 들려온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AI와 함께 사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나 역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AI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으니 말이다.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공부와 과제까지 해내는 지금의 일상을 떠올리면, AI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다.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면서도 부담 없이 일을 맡기고 이것저것 부탁할 수 있는 존재라니! 사람의 생산성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AI는 그야말로 든든한 지식 무기다. 생각할수록 고맙고, 또 편리하다.

그렇다고 일상의 모든 답을 AI에게서 얻는 것은 아니다. 딸아이와 갈등이 생기면 나는 늘 그랬듯 엄마부터 찾는다. 나와 딸의 성향은 물론 우리 집의 분위기까지 헤아리는 사람, 무엇보다 나를 직접 키워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길 위에서 엄마가 건네는 조언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유다. 부부 사이에 고민이 생기면 이번엔 친한 언니들에게 달려간다. 나보다 오랜 세월 결혼 생활을 이어온 언니들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시각과 조언을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AI가 일상을 이토록 바꿔놓은 시대에도, 우리에겐 여전히 엄마와 언니들이 필요한 셈이다.

돌아보면 지금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배움의 기회가 넓어진 만큼 누구나 빠르게 지식을 쌓을 수 있고, AI의 도움을 받으면 원하는 답에도 한층 쉽게 닿는다. 그런데도 지식보다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자연스레 조언을 구할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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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는 그만큼 다르다. 지식이 나이와 꼭 비례하지 않는 데 비해, 지혜라는 말에는 한 사람이 직접 겪고 살아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몸소 겪어 얻은 통찰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수많은 상황과 사람을 만나 부딪히고 갈등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면서도 끝내 그 시간을 건너왔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 그렇게 무수한 경험이 켜켜이 쌓여 빚어지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AI가 아무리 빠르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해도, 직접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얻는 경험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어쩌면 AI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직접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오며 얻은 지혜로 누군가의 막막함을 헤아리고, 그 사람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는 것. 때로는 사람의 온기로만 전할 수 있는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것. 바로 그것이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닌 지혜의 힘이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에 깃든 '지혜 지(智)' 자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또한 엄마의 혜안이 아니었을까.

CREDIT INFO

글쓴이김명지 세모라이브 대표 & 동서울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교 겸임교수. 2018년생 딸 아이를 키우며 미디어커머스 회사를 운영하는 워킹맘. 꽃과 사찰산책, 맛집, 와인과 야장을 좋아하는 감성 T.

이설희 기자 seherhe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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