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차별·美 이익 위협"…트럼프, 남아공·르완다 '무관세' 혜택 중단

정혜인 기자 2026. 11. 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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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르완다에 적용했던 무관세 무역 혜택 자격을 박탈한다.

그리어 대표는 남아공과 르완다가 모두 "AGOA의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관행에 관여하고 있다"며 미국의 무역 및 투자를 저해하는 장벽과 역내 미국의 국가안보 및 외교 정책상 이익 위협 등을 무관세 혜택 종료 배경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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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에 내년 1월부터 AGOA 자격 중단 통보,
남아공 '백인 차별'·르완다 '민주콩고 반군 지원' 지적…
남아공 무역업계 "일자리·지역 경제 충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르완다에 적용했던 무관세 무역 혜택 자격을 박탈한다. 미국이 외교정책과 역내 안보 문제를 두고 대립해왔던 두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과 르완다 정부와 의회에 내년 1월1일부터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 자격 중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AGOA는 2000년에 제정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미국 시장에 대한 우대 접근권을 제공하는 제도로, 아프리카산 제품 수천 가지에 무관세 무역 혜택이 적용된다. 미국은 현재 아프리카 국가 30개 이상에 AGOA 자격을 부여했고, 관련 심사는 매년 진행된다.

그리어 대표는 남아공과 르완다가 모두 "AGOA의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관행에 관여하고 있다"며 미국의 무역 및 투자를 저해하는 장벽과 역내 미국의 국가안보 및 외교 정책상 이익 위협 등을 무관세 혜택 종료 배경으로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남아공의 부패 문제와 르완다의 법치주의, 정치적 다원주의, 노동자 관리 및 인권 문제를 우려 사항으로 제시했다. 다만 그리어 대표는 두 국가의 무역 장벽이나 안보 및 외교 정책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AP는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 아래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양자 상호주의를 강조하며 무역 특혜 제도를 재검토해 왔다"며 남아공의 무역 경제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짚었다.

2025년 5월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에서 열린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백인 농장주 학살' 의혹을 언급하며 관련 기사들을 출력한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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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30%' 남아공, 최대 1만개 일자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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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남아공 관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급격히 악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아공의 흑인 주도 정부가 '소수자 우대 정책'을 통해 백인 주민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남아공의 이스라엘 비판과 이란과의 외교적 유대 관계를 이유로 남아공 정부가 '반(反)미국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백악관에서 가진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도중 '백인 농장주 학살' 의혹을 거론하고, 관련 영상을 틀고 기사들을 출력한 문서 묶음까지 꺼내 남아공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외교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AGOA의 최대 수혜국인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한 경제국으로, 지난해 AGOA를 통해 17억달러(약 2조2816억원) 규모의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다. 이는 대미 수출액의 약 10%이자, 전체 수출액의 1%에 해당한다.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부품, 감귤류, 와인 등이다.

남아공 무역부는 미국이 기존 협상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문제를 거론한 데에 유감을 표하며 이번 조치에 따른 피해 산업을 지원하고 수출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다만 무역부는 "AGOA는 남아공에 중요하다. 그러나 남아공과 미국 간 경제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무역·투자 및 경제적 기회 공유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아공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남아공 감귤류재배자협회(CGA)는 미국의 이번 결정이 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남아공 일자리와 지역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남아공 현지 당국은 현재 실업률이 30%를 웃도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관세 무역 혜택 박탈로 최대 1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한편 르완다는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에서 활동하는 반군 M23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M23 지원'을 이유로 지난주 르완다 국방부와 금융기관 1곳에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르완다 측은 M23 지원 혐의를 부인하며 르완다가 민주콩고 사태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르완다와 민주콩고 간 평화협정 체결 중재를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을 뒷받침할 주요 대외정책 성과로 거론해 왔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 기대와 달리 남아공 출신 인권 변호사 나비 필레이에게 돌아갔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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